[성경의 세계] 아카시아 나무
그들이 아카시아 나무로 궤를 만들게 하여라. 안팎으로 순금을 입히고 둘레에는 금테를 장식하라. 그리고 증언판을 그 궤 안에 넣어라(탈출 25,10-16). 탈출기에 등장하는 계약 궤에 관한 설명이다. 아카시아 나무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친숙한 나무였다.
아카시아는 탈출기에만 26번 등장한다. 모두 성막과 연관되어 있다. 계약 궤와 분향제단 그리고 장막 안에 사용된 목재는 전부 아카시아 나무였다. 제대와 감실 그리고 성당 안의 나무 장식은 모두 아카시아로 만들어졌다는 말과 같다.
탈출기의 아카시아는 히브리어 싯팀(shittim)의 번역이다. 일부 개신교는 지금도 싯팀 나무라는 말을 쓰고 있다. 이 나무는 열대지방에서만 자라며 꽃은 노란색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다.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늦봄 한국 야산에서 하얀 꽃을 피우는 나무는 아카시아가 아니고 ‘아카시 나무’다. 다시 말해 아카시 나무를 아카시아로 불렀던 것이다. 특히 노랫말로 오랫동안 부르다 보니 그렇게 굳어져 버렸다.
아카시 나무의 또 다른 학명은 세우도 아카시아(pseudo accacia)다. 짝퉁 아카시아란 의미가 되겠다. 아무튼, 아카시는 잎이 길고 넓지만, 아카시아는 잎이 작고 가늘다. 광야에서 자라다 보니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해 진화된 것이다. 잘 썩지도 않고 결이 틀어지지도 않기에 장례용 관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모세와 함께 광야를 떠돌던 이스라엘은 어딜 가나 이 나무를 만났다. 그러기에 성막의 재목으로 선택되었던 것이다.
훗날의 솔로몬은 성전을 지을 때 레바논의 향백나무를 사용했다. 당시에는 가장 귀한 나무였다. 모세 역시 향백나무를 쓰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기에 구입이 용이한 아카시아가 선택되었을 것이다. 바빌론 포로생활을 끝낸 이스라엘 역시 예루살렘 성전재건에 아카시아 나무를 사용한다. 경제적 이유가 컸지만, 성경에 등장하는 친숙한 나무였기에 거부감이 없었던 것이다.
아카시 나무와 아카시아 나무는 콩과 식물로 분류된다. 씨앗이 작은 콩알처럼 생겼기에 그렇게 분류되었다. 1960년대 민둥산이 대부분이었던 우리나라에 녹화사업으로 선택된 나무가 아카시였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났기 때문이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며, 세계적으로 500여 종이 자란다고 한다.
[2013년 5월 12일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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