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풀이 FREE] 수태 고지와 사탄의 사과 합환채(Mandrake, ??????)
베들레헴 성모 모유 동굴에 가면 한 맺힌 사연들을 많이 접한다. 불임 부부들이 모여 아이를 간구해왔다는 이곳은 수많은 여인의 애끓는 기대감으로 젖어 있다. 암보다 힘들다는 불임의 고통 속에서 기도를 통해 태어난 아기들의 사연을 듣노라면 가히 전설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늙어서 이사악을 잉태한 사라의 오랜 고뇌와 사무엘을 뒤늦게 품은 한나의 기도에서 보듯이, 구약에도 비슷한 한을 품은 여인네들이 많았고, 지푸라기라도 잡고자 했던 이들에게 합환채는 또 다른 형태의 믿음으로 그 간절함의 중심에 서 있었다. 사과 모양의 열매를 맺는 합환채는 히브리어로 ??????(dudaim) “사랑의 식물”이라는 뜻이다.
이름이 복수형이기 때문에 혼자만의 열망이 아니라 연인들의 상호 관계를 암시하고, 이름에서 짐작되듯이 고대에는 합환채가 수태에 좋다고 믿었다. 성서에서 합환채가 창세기와 아가서에 나오고, 그 강력하고 달콤한 향기가 바람을 타고 퍼지는 것을 아가서 7,13에 이렇게 기록했다 : “합환채는 향기를 내뿜고 문간에는 맛깔스러운 과일들이 있어요. 나의 연인이여 내가 당신을 위하여 간직해온 것이랍니다.” 합환채는 적당히 섭취하면 마취 효과 때문에 통증을 경감시키고 심신을 상쾌하게 하지만, 과용하면 뇌 신경이 손상되거나 구토를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이 마취 효과가 정욕을 일으키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 아랍인들은 합환채 열매를 “사탄의 사과”라 불렀고, 독 성분을 규명하지 못했던 고대에는 합환채를 먹고 흥분이 지나쳐 미치는 것을 악마의 장난이라 믿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람의 다리를 닮은 인삼을 특별하게 보았던 것처럼 사람 하반신 모양을 한 합환채 뿌리도 신비스럽게 해석되어 남자의 양기를 살린다고 생각했고, 합환채에 관련된 비슷한 믿음이 창세기 30장에서 암시된다. 르우벤이 들에서 합환채를 발견했을 때 어머니에게 주었고, 불임이었던 라헬은 합환채를 가지려고 레아와 협상을 한다. 그러나 야곱과의 하룻밤을 조건으로 합환채를 판 레아가 이사카르를 낳았고, 그 후에도 레아는 즈불룬과 디나를 출산했다. 반면 합환채를 손에 넣고도 라헬은 계속 불임이었고 몇 년 후에야 요셉을 임신했다.
즉, 이 성서 말씀은 수태의 힘이 합환채가 아니라 하느님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했던 것이다.
[2012년 5월 13일 부활 제6주일 인천주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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