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풀이 FREE] 나르드(Nard, Spikenard)
나르드는 고대 근동에서 값비싼 사치품이었고, 산스크리트어 nalada에서 파생하여 “널리 퍼지는 향기”라는 뜻이다.
해발 3500미터 히말라야 기슭에서 자라는 나르드는 6~7월 꽃이 피고 9~10월에 열매를 맺으며, 10~12월 잎과 뿌리, 줄기를 채취하여 향유로 썼다. 신경을 안정시키고 피부를 촉촉하게 하는 효과가 있으며, 하느님의 성전에서 봉헌된 향기로운 향(탈출 26,1)의 일부를 구성했다. 그리고 아가서 1,12과 4,13에는 신부의 사랑을 상징하는 매개체로도 나온다 : “임금님이 잔칫상을 준비하시는 동안 나의 나르드는 향기를 피우네.” “그대는 닫혀진 정원, 나의 신부여 …… 맛깔스런 과일로 가득하고 헤나와 나르드, 나르드와 사프란, 온갖 향나무와 함께 몰약과 침향 온갖 최상의 향료도 있다오.”
고대에는 나르드를 옥합에 담았고, 옥합은 석고와 재질이 비슷하지만, 더 부드러우며 시간이 흐르면 굳어져서 단단해진다. 휘발성 강한 향유가 증발하지 않도록 완벽하게 밀봉된 옥합에 보관했고, 사용할 때는 옥합을 깨뜨려야 했다. 과월절이 되기 전 예수님께서 베타니아에 도착하셨을 때, 나자로의 동생 마리아는 나르드 옥합을 깨어 머리카락으로 예수님의 발을 닦았고, 그 향이 집 안을 가득 채웠다(요한 12,1-10).
유다 이스카리옷은 그 비싼 향유를 왜 300데나리온에 팔지 않느냐 반문했고, 마태오 26,6-13과 마르코 14,3-9에도 제자들의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 일꾼들의 하루 품삯이 1데나리온(마태 20,2) 정도였음을 고려하면, 300데나리온은 상당한 액수였을 것이다. 제자들은 마리아가 예수님 발에 부은 향유를 아깝게 생각했지만, 예수님은 값비싼 나르드를 아낌없이 뿌려 예를 갖춘 마리아를 보시고 장례를 미리 준비한 마리아가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 하셨다. 깊이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아까운 것이 없듯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줄 알았던 마리아는 참으로 행복한 여인이었던 것이다.
지금도 예루살렘 무덤 성당에 가면 예수님의 시신을 누였던 자리가 있다. 사람들이 찾아와 끊임없이 향유를 붓고 나르드를 발라 독특한 향기를 뿜는 그 곳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던 마리아의 숨결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나도 또 하나의 마리아가 되어 그 위에 손을 얹고, 세상에 뿌려진 그리스도의 향기 속에서 그 일부가 되기를 기도해 본다.
[2012년 5월 27일 성령 강림 대축일 인천주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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