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풀이 FREE] 신성한 나무 상수리
- 산당과 참나무.
일명 “도토리 나무”인 상수리는 성경에서 “참나무”로 나온다.
참나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우리나라에 기아가 심했을 때 묵을 제공하는 “진짜 나무”라 하여 선비들이 귀하게 여겼기 때문이라 한다.
상수리 나무는 한국에도 많지만 이스라엘 북쪽 지방에도 많이 자라고, 성경에 자주 언급되었다. 히브리어로는 ????(elon)이라 하고, 열매가 워낙 풍부하게 열려서 고대 시대부터 “풍요”와 “다산”을 상징했다. 그리고 상수리 열매는 삶아서 황갈색의 염색 약을 얻기도 했다고 한다. “엘론”이라는 나무 이름에 하느님을 의미하는 ??(el엘)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어서 사람들은 나무 자체에 신령한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종교가 곧 삶이었던 고대인들 중에는 섬기는 신은 다를지언정 그 존재를 부인하는 사람은 없었고, 추상적인 개념보다는 구체적인 무언가를 열망한 인간에게 하느님의 이름을 품은 상수리 나무는 매우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elon)은 지금도 유다 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이름이고, 나무 이름을 따서 작명하지 않는 우리나라와는 또 다른 문화이다.
특히 신성함이 깃든 상수리 나무가 키가 커지고 하늘로 가지가 뻗으면, 생명 나무처럼 하늘과 땅을 연결해 준다고 믿었다. 그래서 상수리 나무의 신성함이 제일 먼저 암시되는 창세기 12장을 보면 아브람이 칼대아 우르를 떠나 가나안에 들어왔을 때 모레의 참나무에서 하느님의 제단을 지어 봉헌했고, 18장에서는 아브라함이 마므레의 참나무 아래에 있다가 하느님의 세 천사를 만났다. 그리고 “단에서 브에르 세바까지” 포함하는 가나안 영토 최북단으로 올라가면 고대 단 지파가 살았던 유적이 남아 있고, 지금은 “텔 단”이라 부른다. 기원전 10세기 솔로몬이 죽고 난 다음 이스라엘이 절반으로 쪼개지고, 북 이스라엘의 첫 번째 왕 예로보암이 이곳에 송아지 제단을 만들었다.
지금도 그곳에는 성황당처럼 생긴 상수리가 자라 그곳이 북 이스라엘의 성소였음을 과시한다(사진 참조). 그러나 나무 자체에 대한 신앙이 너무 깊어지면서 나중에는 우상숭배의 뿌리가 되었고, 이스라엘 백성들을 걸려 넘어지게 하는 걸림돌이자 유혹이 되기도 했다(이사야 1,29 : “너희가 좋아하는 그 참나무들 때문에 너희는 정녕 수치를 당하리라”).
[2012년 8월 26일 연중 제21주일 인천주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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