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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성경풀이: 벳짜타 연못과 안식일 논쟁(요한 복음 5장 1-18절)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5-14 조회수3,104 추천수1

[성경풀이 FREE] 벳짜타 연못과 안식일 논쟁(요한복음 5장 1-18절)

 

 

필자가 이스라엘에 살면서 가장 신기했던 풍습은 ‘집에 갇혀 심심한’ 안식일이었다. 하루 종일 버스도 없고 아침에는 찬밥을 먹으며 가게 문도 닫아 놀러 갈 곳 없는 안식일. 종교적인 유다인 지역에 차를 타고 들어갔다가 불경죄로 물세례를 맞기도 하고, 휴대전화 통화를 하다가 눈총을 한몸에 받던 우여곡절 끝에, 안식일 율법에 도가 트고 나름 ‘즐거움’을 찾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까지도 유다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명절 안식일. 요한복음 5장에는 예수님이 안식일에 벳짜타 연못의 병자를 고치신 사건이 나온다. 벳짜타 연못은 성전에 들어가기 전 몸을 깨끗이 하는 정결 예식 터로써 성수의 의미가 있었고, 물이 출렁거리는 순간 제일 먼저 들어가는 사람이 낫는다는 신앙이 생겨났다고 한다. 어떤 병자가 연못 주랑에 누워 있을 때 예수님이 “건강해지고 싶으냐?” 하고 물으셨고, 물이 출렁거릴 때에 그를 넣어 줄 사람이 없다고 대답하자, “들것을 들고 걸어가라.”라는 말씀으로 그를 치유하셨다. 그 모습을 보던 유다인들은 예수님을 신랄하게 비판했는데, 안식일 날 아픈 이를 고쳐주었기 때문에 논쟁이 생겼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유다 율법에 비추어 해석해 보면, 아픈 이를 치유한 것보다는 ‘들 것을 들고 걸어가게’ 한 것이 더 큰 논쟁거리였다. 한낱 매트리스에 불과한 물건을 들고 걸어간 것이 무슨 안식일 율법과 관련이 있나 의아할 수 있지만, 지금도 종교인들은 안식일에 무거운 물건을 옮기지 않고, 가방을 메거나 우산 쓰는 행위도 하지 않는다. 비가 와도 쫄딱 맞고 성경은 가방 대신 보자기에 싼다. 화장실에서 휴지 끊어 쓰는 행위도 금지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아픈 사람이 치료를 받는 것은 어느 정도 예외적인 사례였다. 웬만큼 아픈 것은 참았다가 안식일 후에 병원을 가겠지만, 생사를 다투는 경우는 율법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 지금도 유다 인들은 안식일에 요리하지 않고 전기 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며 차의 도움 없이 무조건 걷는 ‘뚜벅이 데이’를 지키지만, 어느 선까지 안식일의 거룩함을 지켜야 하는지는 분명 논쟁거리이다. 그래서 안식일 날 몸이 불편하신 할머니가 4층 아파트 집으로 올라가려 하실 때, 엘리베이터 앞에서 탈까 말까 겪는 갈등은 이스라엘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흥미로운 경험이다. 우리에게는 어처구니없이 보이겠지만,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내라.” 하셨던 하느님 말씀이 두렵다며 꾸역꾸역 걸어 올라가는 모습은, 버스에 어르신이 타셨을 때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 관념과 피곤에 절어 아파오는 나의 몸을 추스르고 싶다는 욕구 사이에서 겪는 갈등과 비슷해 보인다. 그래서 세상은 다양하고도 재미있는 듯. 과연 안식일의 주인은 율법인가 사람인가?

 

[2012년 9월 9일 연중 제23주일 인천주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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