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풀이 FREE] 목자와 양떼
- 유다 광야에서 양치는 목동.
양은 머리가 나쁘고 시력이 약해서 전적으로 목자에게 의존하여 살아가는 동물이다. 1~2미터 전방을 구분하지 못하여, 이끌어 주는 이가 없으면 천지를 모르고 헤매는.
양의 이런 특징 때문에 이사야서 53,6에는 “모두 양 떼처럼 길을 잃고 저마다 제 길을 따라갔지만”이라 묘사했다. 양들이 무리 지어 다닐 때는 앞에 가는 양의 엉덩이에 머리를 박고 따라다니는데, 어차피 고개를 들어도 보이는 게 별로 없어서 그런 모습으로 쫓아다닌다. 이렇게 시력 나쁘고 방향 감각 없는 양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베두윈 목동들은 염소를 한두 마리 섞어 놓는데, 상대적으로 똑똑한 염소를 돌아다니게 하여 풀 많은 곳을 찾아내고 양을 살찌우려 함이다.
그러나 양은 시력이 약한 반면 청각이 반비례 적으로 발전했고, 이름 정도는 알아듣는 지능을 가졌다. 그래서 여러 목동이 공동 우리에 양을 몰아넣은 다음 날이 밝아 자기 양을 부르면, 그 목소리를 기가 막히게 알아듣고 따라 나간다. 그래서 요한 10,27에서 예수님이 “내 양들은 목자의 말을 알아듣는다.”고 하셨나보다. 시편 23장에도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노라”라는 다윗의 고백이 있지만, 어린 시절 자신을 신뢰하고 의지하는 양을 키워 보았기 때문에 그런 시를 읊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짐승이건 사람이건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이렇게 한 치 앞을 구분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양으로 비유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묵상해 본다(마르 6,34).
불안한 미래 때문에 나도 천지를 모르고 헤매는 것은 아닌지, 백 마리 중 한 마리 양처럼 길을 잃은 것은 아닌지. 그러나 설사 그렇다 해도 양 떼 주위를 떠나지 않고 지키시는 목자의 눈길이 항상 나를 찾아내실 거라는 확신과 함께, 목자의 말을 알아듣는 양처럼 주님의 말씀에 귀기울일 수 있는 순박함을 가지고 싶다.
[2012년 12월 9일 대림 제2주일(인권 주일, 사회 교리 주간) 인천주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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