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풀이 FREE] “쉐마 이스라엘”
- 갈릴래아 호수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신명 6,4-5에 나오는 “쉐마 이스라엘”은 성서를 공부하는 신자들은 한 번쯤 들어 보았을 익숙한 구절이다. 쉐마는 들으라는 뜻이고 쉐마 이스라엘은 “이스라엘이여 들으라!”이다. 늘 접하는 계명이지만 쉬우면서도 참 어려운 구절이다.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어떻게 종교적으로 승화시키고, 어떤 의미로 정의해야 할지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다인들이 복잡한 음식 정결법이나 까다로운 안식일 율법을 지키는 모습을 보면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 퍽 실제적인 행동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좀 더 내면적인 해석을 추구하는 그리스도교적 정서로 보면, 유다인들의 행동적 실천이 그저 몸에 밴 습관처럼 보이기도 한다.
두 종교 간에도 바라보는 방법이 이렇게 다른데, 고대에는 이 사랑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이제까지 발굴된 유적들을 보면, 고대 이스라엘이 생각한 종교적 사랑은 우리가 바라보는 의미와 많은 차이가 있었다. 고대 이집트 문서를 보면 종속 국가들이 파라오를 사랑해야 한다는 독려가 있고, 아시리아 비문에는 아시리아 황태자를 사랑하라는 명령도 나온다. 여기에 언급된 독특한 사랑의 의무는 충성을 뜻했고, 정치적인 맥락에도 자주 등장한 이 사랑이라는 말은 고대 근동에서는 일종의 전문 용어였던 것이다. 이스라엘에서도 마찬가지로 하느님을 사랑하라는 계명은 막연히 감성적으로 느끼는 의미가 아니라 주군에 대한 충성으로서, “마음과 목숨을 다하여 하느님에 대한 충절을 지키라”는 뜻이었다. 이런 배경으로 요한 21,15-19를 보면, 갈릴래아 바닷가에서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물어보셨던 질문이 좀 더 구체적으로 가늠된다 :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이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나를 사랑하느냐?”
즉, 이 질문은 그저 베드로가 당신을 생각하는 마음이 애틋한가를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다하여” 그분에 대한 “신의를 지킬 수 있는지” 묻는 실제적인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2012년 12월 16일 대림 제3주일(자선 주일) 인천주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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