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풀이 FREE]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
- 유다 광야.
필자가 예루살렘에 살았을 때, 아파트 창문으로 유다 광야가 보였다. 세상을 내다보는 조그만 통로처럼 창가에 서서 바깥을 보노라면, 아무것도 없어서 허무한 광야의 아름다움이 깊은 감동으로 다가오곤 했다. 2,000년 전 세례자 요한이 구세주를 준비하는 선구자로 평생을 살았던 곳. 그리고 예수님이 사십일 단식 묵상 속에 사탄의 유혹을 견디어 내셨던 곳. 오랜 세월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서 있는 광야에서 우리는 인내를 배우는 것 같다.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세례를 받기 위해 요르단 강으로 모여들자, 예수님이 그 사이에 계신 것을 보고 요한은 많이 망설였을 듯하다. 그러나 예수님이 받으신 세례는 죄 사함이 아니라 공식적인 선교 활동을 선포하는 의미였고, 하늘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그분이 성자이심을 확인시켜 주었다.
“하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유다 교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었다. 탈무드에도 현인들이 어떤 논제를 두고 토론하다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 “하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대신 등장하여 결정해 주는 경우가 많았다.
- 예수님 세례터.
구약 시대 예언이 말라키에서 끝난 이후, 예언의 힘을 대신하는 개념으로 유다교에 자주 등장했다. 갈릴래아 호수를 통해 내려와 유다 광야를 굽이굽이 흐르고 사해로 들어가는 요르단 강. 이곳에서 요한이 사람들에게 베풀었던 세례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구약 시대 아람 장군 나아만이 몸을 담근 후 나병에서 해방된 곳이었고(2열왕 5장), 그만큼 요르단 강의 세례는 오랜 죄로 병든 자아를 떠나 새로운 나를 발견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주었을 것 같다. 그리고 요르단 강은 탈출기의 현장이기도 했다. 히브리 인들이 요르단 강을 건너면서 불모의 광야를 떠나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즉, 요르단 강은 오랜 방랑을 마감하고 안식으로 들어가는 입문이다. 그래서 요한은 백성에게 이집트 탈출 시절을 일깨워주려 했던 듯하다.
나의 방랑과 배회를 끝내고 초심으로 돌아오라는 커다란 외침처럼. 묵은 한 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맞이한 지금, 새로운 출발을 상징하는 예수님의 세례는 인생의 마라톤을 다시 시작하는 우리 마음가짐을 새롭게 한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고 했던 스칼렛 오하라의 명언과 같이, 다사다난했던 지난해의 해묵은 아픔들을 벗고 계사년 새해 새로운 나로 거듭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2013년 1월 13일 주님 세례 축일 인천주보, 김명숙 소피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