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풀이 FREE] 소돔과 고모라
- 롯의 아내 소금 기둥
13년 전 친구들과 함께 소돔으로 하이킹을 간 적이 있었다. 끝도 없이 펼쳐진 광야의 끝에서 하얗게 퇴색된 암석을 집어 들었을 때, 코를 찌를 듯한 성냥 냄새를 맡고 무척 놀랐었다. 그때는 위치도 모르고 따라다니기만 했지만, 같이 갔던 한 친구는 유황불로 망한 소돔의 흔적이라 주장했고 나중에는 그곳이 남 사해 지역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브라함의 조카 롯이 분가하여 정착한 소돔과 고모라(창세 13).
창세 14,10-11에 따르면 소돔과 고모라 근처에는 역청 수렁이 많았고, 지금도 남 사해 연안에는 상당한 역청이 나온다. 그렇다면 소돔과 고모라는 어떻게 유황불로 망하게 되었을까? 지금의 사해 지역은 예전부터 유명한 지진대로서, 시리아에서 아프리카까지 이어지는 6,000km 단층의 일부이다. 지각 활동으로 바닷물들이 한곳으로 모여 세상에서 가장 낮은 소금 바다를 형성하게 되었다. 어쩌면 소돔과 고모라 시대에도 거센 지진이 발작하여 유황이 폭발한 것은 아니었을지? 그래서 아브라함은 소돔 북쪽에 있는 헤브론에서 “가마에서 나는 연기처럼 그 땅에서 연기가 솟아오르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창세 19,28). 그러나 경제적으로 융성했던 소돔과 고모라가 허망하게 망해 버린 것은 죄가 컸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회개가 없었다는 것이 더 큰 이유였다. 재앙을 앞두고 있던 니네베도 참회하여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요나 3). 그러나 소돔과 고모라는 회개 촉구가 도움이 되지 않을 정도로 도덕적 뒤틀림이 심했던 것 같다. 이전에는 악으로 간주되던 일들이 반복되면서 일상적인 일로 둔갑해가는 도덕 불감증이 소돔과 고모라를 움켜쥐었을 듯. 어쩌면 “도덕이 밥 먹여 주느냐?”라는 말이 돌았던 우리 사회를 꼬집는 듯도 하다. 소돔의 타락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이익만 생각하여 정착했다가 재난을 당한 롯처럼 말이다(창세 13,10. 12-13).
사람은 밥만으로 사는 존재가 아닐뿐더러, 진정 도덕이 밥 먹여 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은연중에 그것을 잊고 산다. 사기와 편법이 판치는 사회는 오염된 물의 물고기와 같다는 진리를 잊음으로써 사실이 아닌 것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심리와 같이. 그러나 사해는 부패한 소돔을 소금으로 감싸 안아, 고인 물임에도 오랫동안 썩지 않았다. 그리고 타락한 세상을 소금으로 닦으려 하신 조물주의 마음이 담긴 사해에서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소금으로 소돔을 덮어버린 사해를 통해 천지 만물에 이롭지 못한 요소는 토해 버리는 대자연의 질서를 다시금 확인하며, 우리도 그 일원으로서 자만하지 않고 조화를 추구하는 삶,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소금 같은 존재가 되기를 기도해 본다.
[2013년 1월 27일 연중 제3주일 인천주보, 김명숙 소피아(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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