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세계] 쥐엄나무
쥐엄나무는 콩과에 속한다. 꼬투리 속에 들어 있는 열매가 콩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서는 먹을 것이 없을 때 마지막에 먹는 식량이었다. 보통 끓는 물에 열매를 넣고 죽을 만들어 먹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필요한 영양분은 골고루 들어 있다고 한다.
루카복음 15장에는 되찾은 아들의 비유가 있다. 유산을 받아 먼 곳으로 떠났다가 고생 끝에 아버지께 돌아온 이야기다. 그는 ‘돼지들이 먹는 열매 꼬투리’로 배를 채우려 한 적이 있었다. 공동번역은 꼬투리를 쥐엄나무 열매라고 밝힌다. “그는 하도 배가 고파서 돼지가 먹는 쥐엄나무 열매로라도 배를 채워보려고 했으나.”(루카 15,16)
유산을 챙긴 아들은 먼 곳으로 갔다고 했다. 어디였을까? 이스라엘 사람들이 사는 곳은 분명 아니다. 그들에게 돼지 사육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방인 도시였다. 그들은 돼지 먹이로 값싸고 영양이 풍부한 쥐엄열매를 먹이고 있었다. 그런데 흉년이 들자 돈이 떨어진 아들은 돼지사료인 쥐엄나무 열매를 먹으며 비참한 신세를 한탄했던 것이다.
“요한은 낙타털로 된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둘렀다. 그의 음식은 메뚜기와 들꿀이었다.”(마태 3,4) 마르코복음에도 같은 내용이 있다. 그런데 세례자 요한이 활동한 유다 광야는 메뚜기가 거의 없다. 우기인 겨울에 잠시 파릇파릇 풀이 돋다가 건기가 되면 마른 땅이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비 없는 건기가 6개월 정도 되기에 광야는 황량한 땅으로 바뀐다. 메뚜기가 살 수 없는 조건이다.
유다인에게 쥐엄나무 열매는 메뚜기 열매로 통했다. 모양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메뚜기를 먹었다는 것은 쥐엄나무 열매를 먹었다는 말이 된다. 요한은 말린 쥐엄열매를 몇 달 치 저장해 놓고 먹었을 것이다. 쥐엄나무는 히브리어 하루빔(Harubim)의 번역이다. 영어권에서는 캐럽(Carob), 허니 로커스트(honey locust), 쟌스 브레드(St. John’s bread) 등으로 불린다. 로커스트(locust)는 메뚜기며, 쟌스 브레드는 요한의 빵이란 뜻이다.
쥐엄나무 열매 꼬투리에는 5~15개의 딱딱한 갈색 씨가 들어 있다. 무게는 대략 0.2g으로 유다인들은 저울추로도 사용했다. 한 세켈은 스무 게라였고(탈출 30,13), 한 게라는 0.2g이었다. 다이아몬드 무게 단위인 캐럿(Carat)도 0.2g이다. 어원은 쥐엄나무 즉 캐럽(Carob)에서 유래되었다. 베들레헴과 갈릴래아에는 가로수로 심어져 있다.
[2013년 5월 26일 삼위일체 대축일 · 6월 2일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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