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세계] 야자나무(종려나무)
의인은 야자나무처럼 돋아나고 레바논의 향백나무처럼 자라리라(시편 92,12). 고대부터 야자나무는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식물이었다. 하늘을 향해 쭉 뻗으면서 30m까지 자라났기 때문이다. 그런데다 줄기 역시 알이 꽉 차 있었다. 하느님을 향해 살아가는 의인의 모습을 연상했던 것이다.
야자나무는 히브리어로 타마르다. 10월이 되면 주렁주렁 노란 열매가 맺힌다. 유다인의 최고 축복인 다산을 상징했다. 그래서 딸의 이름을 지을 때 자녀를 많이 낳으라는 뜻에서 타마르라는 이름을 곧잘 지어 주었다. 유다의 며느리가 타마르였고 압살롬의 누이동생도 타마르였다.
야자나무는 종려(棕櫚)나무라고도 한다. 식물이 분류될 때 목(目) > 과(科) > 속(屬) 등으로 나뉘는데 야자나무는 종려 목(目), 야자나무 과(科)로 분류된다. 종려나무로 불리는 이유다. 요한복음 12장 13절에는 종려나무로 번역되어 있다. ‘축제를 지내러 온 많은 군중이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오신다는 말을 듣고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그분을 맞으러 나갔다.’
야자나무의 식물학 이름은 피닉스 닥틸리페라(phoenix dactylifera)다. 불사조(不死鳥)를 뜻하는 피닉스(phoenix)가 등장한다. 실제는 야자나무는 베고 남은 그루터기를 불로 태워도 그 그루터기에서 다시 싹이 난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유다인들은 승리와 부활을 상징하는 나무로 여겼다. 이후 로마의 압제를 받으면서 민족의 혼을 드러내는 나무가 되었다.
기원후 66년 유다인들은 독립운동을 일으켰고 70년까지 예루살렘을 장악했었다. 이때 매년 동전을 만들었다. 독립을 염원하며 동전에 새긴 문양이 야자나무였다. 70년 로마는 티투스 장군을 내세워 예루살렘을 탈환했고 성전을 불태웠다. 그러면서 반란진압을 기념해 동전을 만들었다. 야자나무에 등을 돌린 채 로마 군인에게 무릎 꿇고 있는 유다인 여자를 새긴 것이다.
야자나무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알려준다. 뿌리가 물의 근원에 닿아 있기 때문이다. 수명은 대략 200년으로 알려졌다. 높은 키와 꼭대기에 다발을 이루고 있는 열매는 예나 지금이나 풍요로움을 느끼게 한다. 솔로몬은 예루살렘 성전 지성소 벽에 천사와 야자나무를 새겨 장식하게 했다(1열왕 6,29). 그만큼 의미 있는 나무로 여겼던 것이다.
[2013년 7월 7일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경축 이동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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