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세계] 편도나무
야곱은 편도나무의 싱싱한 가지들을 꺾어(창세 30,37) 이튿날 모세가 증언 판을 모신 천막에 들어가 보니 아론의 막대기에 싹이 나 있었다. 꽃은 피었고 편도 열매는 익어 있었다(민수 17,23). 주님의 말씀이 내렸다. 예레미야야 무엇이 보이느냐? 내가 대답하였다. 편도나무 가지가 보입니다(예레 1,11).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편도나무 이야기다.
편도(扁桃)는 복숭아를 뜻한다. 하지만 성경의 편도나무는 복숭아나무와는 다르다. 유다인들은 ‘샤케드’라 불렀다. 그러니까 편도나무는 샤케드를 번역한 것이다. 개신교 성경은 살구나무라 했고 공동번역은 감복숭아라 했다. 영어 성경은 아몬드(almond)로 번역하고 있다.
샤케드가 살구나무는 아닌 것이 판명되었다. 살구나무는 팔레스티나 지역에서는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살구는 열매껍질을 먹지만 샤케드는 씨앗을 먹는 것도 다르다. 샤케드는 중동에서 4000년 전부터 재배되었다고 한다. 실크로드를 따라 16세기경 중국으로 들어갔고 생김새가 납작한 복숭아와 비슷하다 해서 편도가 되었다. 넓적할 편(扁) 복숭아나무 도(桃)를 붙인 것이다.
영어권에서는 아몬드라 했다. 성경에 등장하는 편도나무는 아몬드 나무인 셈이다. 오늘날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아몬드 나무를 대규모 재배하고 있다. 열매인 아몬드를 얻기 위해서다. 전 세계 생산량의 40%가 캘리포니아에서 나온다고 한다.
편도나무(아몬드 나무)는 복숭아나무보다 키가 크다. 꽃도 더 일찍 피고 더 화려하다. 열매 역시 복숭아와 비슷하지만, 완전히 익으면 껍질이 뒤로 말리면서 씨가 밖으로 나온다. 예레미야 예언서에서 주님은 예언자에게 다른 나무를 보여주지 않고 편도나무(샤케드)를 보여주셨다. 편도나무(아몬드나무)가 봄을 가장 먼저 알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느님의 말씀도 신속하게 전해질 것이라는 암시였다.
샤케드의 어원은 히브리어 동사 샤카드로 알려져 있다. ‘깨어 있다, 지키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샤케드(편도나무)는 이스라엘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나무다. 겨울이 가고 봄이 왔음을 알리는 나무인 셈이다. 그러기에 늘 깨어있는 나무라 생각했고 성경의 여러 곳에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2013년 7월 14일 연중 제15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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