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세계] 참나무
아브람은 스켐의 성소 곧, 모레의 참나무가 있는 곳에 이르렀다(창세 12,6). 아브람은 헤브론에 있는 마므레의 참나무들 곁으로 가서 정착했다. 그는 거기에 주님을 위한 제단을 쌓았다(창세 13,18). 이렇듯 참나무는 아브람과 연관이 깊다. 참나무가 많은 곳을 골라 다닌듯한 인상이다. 아브람은 아브라함의 옛 이름이다.
히브리어로 참나무는 ‘알론’으로 높다는 의미다. 높은 나무 또는 으뜸 나무란 뜻이 되겠다. 스켐은 예루살렘이 등장하기 전에는 최고의 성지로, 창세기에 의하면 참나무가 많았다. 아브라함이 약속의 땅에 대한 말씀을 들은 곳이고 이집트에서 모셔온 요셉의 유골을 안치한 곳이며 여호수아가 숨을 거둔 장소이기도 하다.
이렇게 볼 때 당시 성스런 장소에는 참나무를 심었던 것 같다. 참나무는 성지를 수호하는 나무였던 셈이다. 이사악의 아내 레베카도 유모가 죽자 참나무 아래 매장한다. ‘레베카의 유모 드보라가 죽자 참나무 밑에 묻었다. 그래서 그곳 이름을 알론 바쿳(통곡의 참나무)이라 하였다.’(창세 35,8)
고대 근동의 민족들은 참나무를 신성한 나무로 여겼다. 참나무 아래서 예식을 행했고 참나무로 신상을 만들기도 했다. 유다인들도 가끔은 참나무 아래에서 이방신을 섬기는 예식을 행했던 것 같다. 이사야 예언서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너희가 좋아하는 그 참나무들 때문에 너희는 정녕 수치를 당하리라.’(이사 1,29)
참나무는 아열대에서 한대까지 널리 분포되어 있다. 대부분 낙엽수며 40m까지 자라는 나무도 있다. 졸참나무, 갈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등 이름도 여러 가지다. 도토리가 열리면 참나무로 분류된다. 우리나라에 많은 참나무는 신갈나무라고 한다. 옛날 짚신을 신던 시절에 신발 깔창으로 쓰였기에 신갈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도토리는 예부터 중요한 식량이었다. 물에 담가 떫은맛을 우려낸 뒤 가루로 만들어 먹었다. 낮은 칼로리에 해독작용이 강한 건강식품이었다.
참나무는 내구성이 뛰어났기에 목조건물의 프레임과 선박의 골조로 사용되어왔다. 향이 강한 나무는 위스키나 포도주를 숙성시키는 통으로도 쓰였다. 단단하고 거친 참나무는 울림이 좋아 드럼제조에 사용되었고 껍질이 두꺼운 참나무는 코르크 재료가 되었다. 강원도 오지에서는 두꺼운 굴참나무 껍질로 지붕을 만들기도 했다.
[2013년 7월 21일 연중 제16주일(농민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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