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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마르코 복음서8: 조상들의 전통에 관한 논쟁(마르 7,1-5)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8-29 조회수3,386 추천수1

[윤일마 수녀의 신나는 성경공부 - 마르코와 함께 쓰는 나의 복음서] (8) 옛날 옛날에(마르 7,1-5)


사람의 눈이 아닌 하느님의 눈으로



- 필리프 드 샹파뉴의 '모세와 십계명'. 하느님이 십계명을 주신 것은 인간이 거룩한 백성으로 살아가게 하려는 것이다.
 

나라마다 전통이 있듯이 유다인에게도 전통이 있다. 유다교의 핵심 사상은 성전과 땅, 율법이다.
 
지금은 성전이 없지만 유다인에게는 성전이 민족의 삶의 심장이었다. 종교, 정치, 사회, 문화 이 모든 것의 구심점을 이루는 것이 성전이다. 성전이 도시를 거느리고 있다고 표현할 정도로 예루살렘에 있는 성전은 도시의 25%를 차지했다.
 
예루살렘 성전은 이스라엘의 하느님이 계신 곳이자 하늘과 땅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곳이다. 제사를 바치고 사제직을 수행하는 곳이자 하느님과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는 곳이다.
 
성전의 역사는 제1, 2성전 시기로 나뉜다. 제1성전 시기는 솔로몬 시대부터 바빌론 유배 시기까지다. 제2성전 시기는 유배 후 기원전 520년에 재건축된 때부터 로마인에게 완전히 함락된 기원후 70년까지다.
 
성전에는 매일 예배와 안식일 예배가 있었다. 안식일 예배는 사회적 구심점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충성을 결정짓는 표시 중 하나였다. '쉐마'와 '18개의 기도문'은 유다인의 자아의식을 지탱해주는 것 중 하나였다. 쉐마와 18개 기도문의 핵심 내용은 오직 하느님만이 계시고, 이스라엘은 그의 백성이며 하느님은 그들을 구원하러 오실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유다인들은 율법을 통해 믿음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은 하느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신 땅이었다. 이 땅은 빵과 포도주, 가축을 길러내는 하느님의 축복이 이뤄지는 현실 장소다. 또 이들은 율법을 하느님의 법, 하느님의 지혜라고 생각했다.
 
율법은 하느님 백성인 이스라엘의 계약 헌장으로, 땅에 관한 약속과 축복의 성취를 위해 지켜야 할 규율을 제공했다. 율법을 지키는 실천적 사항 세 가지는 할례와 안식일, 정결례였다. 이는 유다인들을 이방인들과 구분해주는 표징이었다.
 
율법의 근본정신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다. 예수님은 율법에 매여 계실 분이 아니다. 예수님은 율법을 뛰어넘어 율법을 완성하러 오셨다. 유다인들이 율법을 목숨처럼 지키는 이유는 율법은 하느님의 백성에 속해 있다는 표지이자, 구원의 약속을 앞당길 수 있는 충성의 표시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구원이 이뤄졌을 때 자신의 신원을 보증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전은 유다인들에게 사회ㆍ종교적 삶의 중심이었다. 유다인들에게 성전은 하느님의 현존이며 하느님은 성전에서 당신의 백성을 보호해주고 축복해 주신다고 믿었다. 하느님의 집이 있는 예루살렘을 하느님의 도성이라고 불렀다. 예루살렘과 성전은 하느님 백성과 유다교를 대표하는 것 중 하나였다.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는 무엇 때문에 예수님을 찾아왔을까. (어쩌면 그들이 생각하기에) 갈릴래아에 남다른 권위를 지니고 놀라운 기적을 일으키는 랍비가 출연했다는 소문을 듣고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유다인들은 공동체 의식 때문에 제자가 잘못하면 스승이 책임을 진다. 예수의 제자들이 손을 씻지 않고 음식을 먹는 것을 본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는 예수님께 따지듯 물었다. "어째서 선생님의 제자들은 조상들의 전통을 따르지 않고,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먹습니까?"(마르 7,5).
 
율법에는,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께 나아가기 위해 정결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레위기 11-15장에는 △ 정결한 짐승과 부정한 짐승 △ 산모의 정결례 △ 사람에게 생기는 악성 피부병 △ 악성 피부병 환자의 정결례 △ 남자와 여자가 부정하게 되는 경우 등의 정결규정이 있다.
 
음식을 먹기 전에 손을 씻어야 한다는 규정은 레위기나 율법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손 씻는 규정은 '조상들의 전통'(마르 7,5)이라 불리는 관습법에 속한다.
 
하느님께 나아갈 때는 정결해야 한다는 규정은 하느님이 주신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법을 충실히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해 인간이 만들었다. 하느님을 위해 만들어 놓은 전통법이 부작용을 낳았다. 이는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것인지 아닌지 판단하기보다 먼저 사람의 눈에 합당한지 합당치 않은지를 따지는 규정으로 변질됐다. 설에 부모에게 세배하는 것은 우리나라 전통이다. 세배를 안 했다고 해서 고해성사 봐야 하는가. 아니다. 우리도 때론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가치관과 전통이 있다. 그 고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바리사이들은 예수님과 함께 있으면서도 예수님이 주시는 자유를 누리지 못했다.
 
이들은 예수님이 인간을 죄에서 해방시키고 영원한 생명을 주시기 위해 오셨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스스로의 노력과 힘으로 구원받는다고 생각했다. 하느님이 처음 십계명을 주신 것은 거룩한 백성으로 살아가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행복을 주고 생명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율법은 사람을 심판하고 생명을 빼앗는 도구로 전락했다. 종교 지도자들이 다 떠난 다음 예수님은 군중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모두 내 말을 듣고 깨달아라.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를 더럽힌다"(마르 7,14-15).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 그것이 사람을 더럽힌다. 안에서, 곧 사람의 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이 나온다. 이런 악한 것들이 모두 안에서 나와 사람을 더럽힌다"(마르 7,20-23).
 
우리 마음이 깨끗하면 좋지 않은 것이 들어와도 물리칠 수 있다. 마음이 악한 것으로 가득하면 거룩하고 아름다운 것이 들어와도 그것을 발견하지 못한다.
 
[평화신문, 2013년 8월 25일,
정리=이지혜 기자]
 
※ 방송시간 : (화) 오전 8시, (수) 새벽 1시/오후 1시 40분, (금) 밤 8시, (토) 밤 10시
※ 교재 문의 : grace@pauline.or.kr, 02-944-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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