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풀이 FREE] 그물의 비유(마태 13,47-49) “또 하늘나라는 바다에 던져 온갖 종류의 고기를 모아들인 그물과 같다. 그물이 가득 차자 사람들이 그것을 물가로 끌어 올려놓고 앉아서, 좋은 것들은 그릇에 담고 나쁜 것들은 밖으로 던져 버렸다. 세상 종말에도 그렇게 될 것이다. ……” 2012년에도 종말이 다가온다는 소문 때문에 전 세계가 떠들썩했지만, 해를 넘기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하게 잊혔습니다. 이런저런 소문에 약한 우리는 종말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부화뇌동하지만, 어찌 보면 종말이란 지극히 개인적인 것입니다. 내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이 바로 모든 세계의 종말이기 때문입니다. 그 종말을 다른 이들과 함께 맞든, 나 혼자 맞든, 그것은 엄밀히 내 세상의 종말입니다. 사실 그 마지막을 어떻게 맞이하느냐가 평생을 살아온 성적표가 되고, 그 이후 세계로 들어가는 지표가 될 것입니다. 마태 13장의 일곱 비유 중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그물의 비유’에 따르면, ‘하늘나라란 바다에 던져 온갖 종류의 물고기를 모아들인 그물’과 같다고 합니다. 이 세상은 하느님께서 쳐 놓으신 그물 같은 것이라서 마지막 날에 빠져나갈 수 있는, 즉 심판을 피해갈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물이 가득 차면 좋은 것은 담고 나쁜 것은 밖으로 던져야 합니다. 우리가 시장에 가도 좋은 것만 담고 나쁜 것은 무시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이는 어쩌면 하느님이 우리에게 강압하시는 심판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에 어울리지 않는 악한 것은 악한 기운이 모인 곳으로 자연히 끌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좋은 물고기들 사이에 썩은 것을 함께 둘 수 없는 것처럼, 같은 색끼리 모이게 되는 유유상종은 언제나 변함없는 만고의 진리가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내가 매일 하느님을 닮는 마음으로 천국을 살면 같은 색의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다가올 것이요, 내 인생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지는 전적으로 나에게 달린 것임을 묵상해 봅니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미래에 다가올 마지막 심판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한 평생 내가 생각하고 행동한 대로 가게 될 내 마음의 길이 더 두려운 것입니다. [2013년 8월 25일 연중 제21주일 인천주보 4면, 김명숙 소피아(한님성서연구소 수석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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