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궁금증] (85) 성경에서 포도나무는 어떤 의미일까?
행복과 풍요 상징… 하느님께 선택받은 민족
- 피에르 미냐르, '포도 송이를 들고 있는 성모', 17세기, 유화, 파리 루브르박물관.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포도나무는 '생명의 풀'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수메르 지역에서 '생명'을 나타내는 문자는 원래 포도잎 모양을 하고 있었다.
성경에서 많이 등장하는 포도밭과 포도나무는 일반적으로 '선택된 백성'을 의미한다. 그래서 포도나무는 고대 히브리인들에게 하느님이 내리는 '행복과 풍요'를 상징하고 '하느님께 선택받은 민족'을 가리키기도 했다.
구약 성경에서는 젖과 꿀이 흐르는 축복의 땅, 가나안을 포도에 비유하기도 했다. 구약에서 포도밭은 이스라엘을 상징하는 비유로도 많이 사용됐다(시편 80,8-13). 그래서 포도나무는 모세가 이집트에서 끌고 나온 이스라엘 백성을 비유한다.
이집트를 탈출해서 유목민 생활을 했던 이스라엘 민족은 이상적 정착생활을 '모든 사람이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 아래 앉아 있는 것'으로 묘사했다. 이처럼 약속의 땅을 대표하는 것들 가운데 하나인 포도는 이스라엘 백성의 경제에 중요한 요소가 됐다(신명 8,8). 이스라엘의 멸망을 포도나무가 밟히고 파괴되는 것으로 비유했다. 포도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군대 징병이 면제되기도 했다.
그리고 포도밭에서는 포도 이외의 다른 식물을 가꿀 수 없었다(신명 22,9). 6년 동안 수확한 포도나무는 그 다음 해에는 놀려 쉬게 했다. "그러나 일곱째 해에는 땅을 놀리고 묵혀서, 너희 백성 가운데 가난한 이들이 먹게 하고, 거기에서 남는 것은 들짐승이 먹게 해야 한다. 너희 포도밭과 올리브밭도 그렇게 해야 한다"(탈출 23,11). 바빌론 유배 기간에도 땅이 완전히 황폐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가난한 사람들을 남겨둬 포도밭을 가꾸게 했다. "그러나 친위대장은 그 나라의 가난한 이들을 일부 남겨, 포도밭을 가꾸고 농사를 짓게 하였다"(2열왕 25,12).
포도는 가나안 땅에서 밀과 보리, 무화과와 석류, 올리브나무와 대추야자와 함께 축복받은 7가지 식물 중 하나였다(신명 8,7-10 참조). 따라서 포도나무는 신선한 과실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그것으로 포도주를 만들 수 있는 유용한 자원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포도나무는 세대를 거듭하면서 가꾸어 왔고 재산으로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1열왕 21,1-16 참조) 포도나무는 포도주를 만드는 것 이외에 유다인들에게 철분과 필수 무기질을 제공하는 중요한 음식이었다.
포도는 '하느님 자비'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래서 포도나무에서 포도를 수확할 때 남김없이 따지 않고 포도밭에 떨어진 포도도 줍지 못하도록 했다. 가지에 남은 포도와 땅에 떨어진 포도는 가난한 사람들과 몸붙여 사는 외국인 몫이 되도록 했다. "너희 포도를 남김없이 따 들여서는 안 되고, 포도밭에 떨어진 포도를 주워서도 안 된다. 그것들을 가난한 이와 이방인을 위하여 남겨 두어야 한다. 나는 주 너희 하느님이다"(레위 19,10 참조).
신약에서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포도나무와 가지에 비유하기도 했다. "나는 참 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 나에게 붙어 있으면서 열매를 맺지 않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다 쳐내시고, 열매를 맺는 가지는 모두 깨끗이 손질하시어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하신다"(요한 15,1-2).
[평화신문, 2013년 9월 8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교구장 비서실 수석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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