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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성경의 세계: 일주일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9-09 조회수3,272 추천수1

[성경의 세계] 일주일

 

 

고대 근동에서 달은 강력한 남성 신으로 왕권의 상징이었고, 해, 별과 함께 삼신론(三神論)을 이뤘다. 초승달이 뜨는 초하룻날은 축제일로 죽었던 달이 다시 솟기 때문이다. 당시 대표국가 수메르의 수도 우르는 달 신 숭배의 중심지로 이곳 출신이었던 아브라함은 부르심을 받고 가나안으로 간다. 그 역시 달 신 문화를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훗날 이스라엘은 민간신앙으로 바뀐 달 신 숭배를 극복하려 애쓴다. 주인공은 요시야였다. ‘왕은 해와 달과 하늘의 별자리에 분향하던 자들을 내쫒았다.’(2열왕 23,5) 외래 종교로 전통신앙이 흐려진 것을 바로잡으려 했다. 임금은 또한 해와 달과 별은 신이 아니라 피조물이라고 선언했다. 일월성신(日月星辰)의 신격화를 근본적으로 배척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근동의 작은 나라였다. 제국의 위협에 시달렸고 조공을 바쳐야 했다. 하지만 제국 신들에게는 굴복하지 않았다. 이집트에서 불러내 주신 하느님만을 섬겼다. 다른 신은 그분께서 만드신 피조물로 여겼다. 어떤 환경과 조건에서도 이 신앙을 고수했다. 그들의 유일신 사상이었다. 

 

이 믿음을 드러낸 것이 창세기 1장이다. 주님께서 해와 달과 별을 만드셨다고 분명하게 선언한 것이다. 해와 달과 별은 근동의 신이었다. 수메르인은 우주에는 일곱 신이 있고 이들이 세상 운명을 결정한다고 믿었다. 일곱 신은 하늘, 해, 달, 바람, 산, 물, 금성이었다. 그러면서 매일 일곱 신을 기억했다. 하늘 신의 날, 해 신의 날. 이런 식으로 기억했다. 이것이 일주일 체계의 출발이다. 칠일을 한 주기로 신들의 이름이 순환되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일주일 개념은 로마로 이어졌고 토착화되었다. 로마 신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처음에는 화금수목월일토의 순서였다. 전쟁의 신(Mars), 미의 신(Venus), 상업의 신(Mercury), 신들의 대표(Jupiter), 달 신(Moon), 태양 신(Sun), 농업의 신(Saturn)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순서는 조금씩 바뀌었다. 훗날 지구 주위를 도는 행성을 발견했을 때도 로마 신의 이름을 붙였다. 화성, 금성, 수성, 목성, 토성이 그것이다. 

 

창세기 1장은 칠일 간의 창조에서 신들의 이름을 없앴다. 하느님의 창조 순서에 따라 첫째 날 둘째 날 하는 식으로 불렀다. 그리고 마지막 날은 주님께서 쉬신 날(안식일)로 불렀다. 일주일 체계는 야훼 신앙에 따라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이다. 

 

[2013년 9월 8일 연중 제23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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