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세계] 양 아벨은 양의 첫 새끼를 제물로 바쳤다(창세 4,4). 아브라함도 모리야 산에서 이사악 대신 숫양을 바쳤다(창세 22,2). 이집트 탈출의 하이라이트 역시 양의 피를 문설주에 뿌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을 ‘세상의 죄를 없애는 어린양’이라 했다(요한 1,29). 이렇듯 성경에서 양은 대단히 희생적인 동물로 표현되고 있다. 양은 털과 고기를 제공해왔기에 인류의 공동유산이었다. 성질은 온순하며 떼 지어 살기 좋아한다. 양은 시력이 대단히 나쁘다. 눈앞에서 뭔가 움직이면 바로 따라간다. 양치는 개가 뛰어다니면 목자인 줄 알고 따라간다. 그래서 야생 개를 양치기 개로 훈련하면서 집단 사육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양들은 넘어지면 대부분 못 일어나기 때문에 여간해선 뛰지 않는다. 맹수가 가까이와도 도망치지 못하기에 쉽게 잡아먹힌다. 시력이 나쁘기에 방향 감각도 약하다. 숲이나 개울이 있어도 걸어 들어간다. 그러기에 양치기가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 양과 목자의 관계는 생존에 관한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양은 귀소본능이 강하다. 반드시 갔던 길로 되돌아온다. 죽을 때도 유순하다. 염소는 죽음 직전 발버둥을 치지만 양은 체념한 듯 온순하다. 이런 이유로 최고의 희생 제물이 되었을 것이다. 구약 시대에는 매일 양을 제단에 바쳐야 했다(탈출 29,38). 신약성경에는 양은 74회 등장한다. 하지만 모두 상징적 의미다. 양 자체에 대한 말씀은 요한복음 2장에 두 번 나올 뿐이다. 성전에서 소와 양과 비둘기를 파는 이들을 내쫓는 이야기다. 영어에서 숫양은 램(ram) 암양은 이우(ewe) 새끼양은 램(lamb)이다. 오늘날 전 세계에는 10억 마리 이상의 양이 있으며 교배를 통해 200여 종으로 확산했다고 한다. 소와 함께 굽이 갈라지고 새김질하는 대표적인 동물이었다. 지금도 유다인에게는 정결 음식을 대표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한편 어린 양이나 어른 양이나 고기의 질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한다. 모압 임금 메사는 이스라엘 아합 왕에게 어린 양 십만 마리와 숫양 십만 마리의 털을 조공으로 바쳤다는 기록이 있다(2열왕 3,4). 과장된 숫자이겠지만 양은 또한 국력의 상징이기도 했다. [2013년 10월 6일 연중 제27주일(군인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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