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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동물] 성경의 세계: 비둘기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10-12 조회수3,390 추천수1

[성경의 세계] 비둘기

 

 

저녁때가 되어 비둘기가 돌아왔는데, 싱싱한 올리브 잎을 부리에 물고 있었다. 그래서 노아는 물이 빠진 것을 알게 되었다(창세 8,11). 대홍수 사건에서 비둘기는 평화의 새로 등장한다. 더구나 올리브 잎을 물었기에 평화의 이미지는 굳어졌다. 고대인에게 올리브는 풍요와 생명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노아 홍수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수메르인의 설화에는 까마귀가 등장한다. 원래는 까마귀였던 것이다. 하지만 죽은 고기를 먹는 까마귀를 유대인들은 부정한 새로 여겼다. 그래서 비둘기로 대체된 것이다. 고대인들은 비둘기를 미움이나 분노와는 무관한 새로 여겼다. 그런 감정은 담즙에서 나온다고 여겼는데 비둘기는 담즙을 만드는 담낭이 없다고 생각했다. 

 

구약성경에는 집비둘기와 산비둘기가 함께 언급된다. 희생제물을 위한 새였다. ‘날짐승 가운데서 번제물을 바치려면 산비둘기나 집비둘기 가운데서 골라 바쳐야 한다.’(레위 1,14) 비둘기는 또한 가난한 이들이 바치는 제물이기도 했다(레위 5,7). 마리아께서도 아기 예수님을 성전에 봉헌하면서 비둘기를 예물로 바치셨다(루카 2,22-24). 아가서는 연인의 모습에 비유했고 예수님께서는 비둘기처럼 순박하라는 말씀을 남기셨다(마태 10,16). 비둘기는 분명 좋은 이미지의 새였다. 

 

신약성경에서는 성령의 모습으로 비유되기도 했다. 예수님께서 세례받으실 때 하느님의 영이 비둘기처럼 오셨다는 표현 때문이다(마태 3,16). 중세의 그림에서는 늘 성령의 모습으로 그려졌고 시와 노래에서도 평화와 사랑의 상징으로 인용되었다. 

 

공원이나 고궁에는 비둘기가 흔하다. 먹이를 주면 가까이 다가온다. 여간해선 사람을 피하지 않는다. 비둘기는 분명 대식가다. 하지만 엄청난 배설물로 주변을 지저분하게 만든다. 산성이 강해 건물이나 조형물을 훼손하기도 한다. 평화의 상징이었던 비둘기가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주목되고 있다. 먹이가 풍부한 도시에 사는 비둘기는 잘 날지도 못한다. 비만 때문이다. 성경의 무대에 아름답게 등장했던 비둘기가 볼썽사납게 바뀌고 있다. 모든 생명체는 양면성을 지닌다는 말이 새삼스럽다. 

 

[2013년 10월 13일 연중 제28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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