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서 해설과 묵상 (70)
“주님께서는 칼이나 창 따위로 구원하시지 않는다는 사실도 여기 모인 온 무리가 이제 알게 하겠다. 전쟁은 주님께 달린 것이다”(1사무 17,47). 사무엘기 상권 16-31장은 다윗의 경력에 관한 내용으로 주로 사울과 관계 속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다윗의 상승은 사울 왕궁에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다윗이 사울을 처음 만나는 것에는 서로 다른 전승이 두 개가 있다. 사무엘기 상권 16장 14-23절에 따르면, 다윗은 음악적인 소질과 용맹성 덕분에 사울의 병을 치료하는 궁중악사의 자격으로 처음 사울을 만났다. 그러나 사무엘기 상권 17장에 따르면, 다윗은 이스라엘 군대가 필리스티아 장수 골리앗과 싸우는 싸움터에서 사울을 만났다. 형들이 근무하는 사울의 진영에 우연히 오게 된 다윗은 전혀 무장을 하지 않았고, 거인 골리앗을 쳐 이겨 유명해지기 전에는 양치기 시절 사자나 곰을 몇 마리 죽인 것 말고는 아무런 무용을 떨치지 못했다. 한편 사무엘기 상권 17장에도 전승이 여러 개 있다. 하나는 다윗이 골리앗과 싸우러 나가기 전에 사울과 다윗의 면담을 언급한다(1사무 17,31-39). 그러나 다른 전승에 따르면 사울은 다윗이 골리앗을 대적하러 나갈 때 다윗의 이름조차 몰랐다(1사무 17,55-58). 이상하게도 70인역 그리스어 성경은 임금의 음유시인이자 시종으로서 다윗의 모습만을 제시하고, 무명의 양치기(1사무 17,12-31과 17,55-18,5)로 나타나는 부분을 모두 삭제했다. 이런 서로 다른 전승의 역사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사울과 다윗이 처음으로 만난 것을 두고 여러 가지 전승이 전해내려 왔다는 것은 분명하다. 편집자는 이처럼 서로 다른 전승들의 모순을 정리하려 하지 않고 그냥 연속적으로 나열했다. 사무엘기 상권 17장에 따르면, 다윗은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필리스티아 장수 골리앗을 누르고 승리했다. 이야기가 역사에 근거하기보다는 민중의 구미에 맞춰 상당히 각색된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단순한 전설로 무시할 수는 없다. 골리앗은 민중설화 안에서 용맹한 장수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사무엘기 하권 21장 19절에 골리앗이 다시 등장한다. “곱에서 필리스티아인들과 다시 싸움이 일어났다. 베들레헴 사람 야아레 오르김의 아들 엘하난이 갓 사람 골리앗을 쳐 죽였는데, 골리앗의 창대는 베틀의 용두머리만큼이나 굵었다.”이처럼 골리앗이 다시 등장하는 것을 보면, 그는 다윗 시대에 상당히 위협적인 존재였음이 틀림없다. 사무엘기 상하권에서 다윗은 창세기의 요셉과 비슷한 점이 많다. 이들은 부모님께 순종하고 부모님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1사무 17,17-27; 창세 37,3-17). 그래서 형들에게서 미움을 받았다(1사무 17,28-29; 창세 37,11-24). 두 사람은 위험한 세력과 악의 유혹을 물리쳤다(1사무 17,31-54; 창세 39,7-18). 두 사람 모두 많은 어려움과 시련을 겪었지만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결국 승리했으며(1사무 19-26장; 창세 39,19-23), 많은 이를 다스리는 위대한 지도자가 되었다(2사무 5,4-5; 창세 41,41-46). 다윗과 요셉의 경우를 보아서 알 수 있듯이, 사람은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 큰 시련과 위험을 경험한다. 그럴 때 하느님의 도우심을 믿고 굳건히 나아간다면 승리할 수 있다. 그리스도 신자들은 때로는 넘어져도 ‘최후승리’를 믿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잠시의 어려움과 시련에 좌절하지 않고 만군의 주님의 이름을 믿고 나아간다면 좋은 결과가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묵상주제 “주님은 저의 반석, 저의 산성, 저의 구원자, 저의 하느님, 이 몸 피신하는 저의 바위, 저의 방패, 제 구원의 뿔, 저의 성채, 저의 피난처, 저를 구원하시는 분, 당신께서는 저를 폭력에서 구원하셨습니다”(2사무 22,2-3). [2013년 11월 3일 연중 제31주일 청주주보 2면, 이중섭 마태오 신부(오송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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