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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공관복음 여행: 마태오가 전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이야기(1,18-25)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11-11 조회수3,230 추천수1

공관복음 여행 (4) 마태오가 전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이야기(1,18-25)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렇게 탄생하셨다. 그분의 어머니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하였는데, 그들이 같이 살기 전에 마리아가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한 사실이 드러났다”(1,18). 

 

흔히 사람들은 남다른 능력이나 고귀한 인품을 지닌 인물을 만나면, 그가 어디 출신이고 그의 부모가 누구인지를 묻는다. 뛰어난 능력과 인품이 어느 날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아주 좋은 삶의 환경에서 어려서부터 훌륭한 부모의 가정교육 아래 오랜 시간 공들여 익히고 쌓은 결과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위인은 태어날 때부터 남다르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어머니가 신비로운 태몽을 꾸거나 어떤 놀라운 일을 겪고 잉태하여 낳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위대한 인물은 하늘이 낸다.”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성경의 백성 이스라엘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이스라엘의 구원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위인들은 태어날 때부터 하느님의 특별한 선택과 보호를 받았다고 여겼다. 그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실제로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을 위해 특정한 인물을 선택하시고 당신이 맡겨주신 사명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필요한 힘과 능력도 주셨다. 그렇지 않고서는 누구도 하느님의 뜻을 온전하게 따를 수 없기 때문이다. 

 

모세, 삼손, 사무엘 등 성경에 등장하는 위인들처럼 예수님도 인간적으로 불가능한 현실에서 하느님의 특별한 개입을 통해 탄생하셨다. 그럼에도 예수님의 탄생은 다른 이들과 비교할 수 없는 특징을 보인다. 무엇보다도 그분은 하느님의 아들이시면서도 세상의 구원을 위해 비천한 인간으로 오신 분이고 그분의 탄생 과정에 어떤 인간적 힘도 작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요셉의 아들’(루카 3,23; 요한 1,45)이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이런 호칭은 예수님을 요셉의 혈육을 이어받은 아들, 요셉과 마리아의 부부관계에서 태어난 아들로 오해하게 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마태오는, 마리아가 요셉 때문이 아니라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했다고 선언했다(마태 1,18ㄴ). 

 

주님의 천사는, 마리아의 잉태를 오해하던 요셉에게 찾아가 그녀가 성령으로 잉태했다고 가르쳐 주면서, 아들이 태어나면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1,21)라고 선포했다. ‘예수’라는 이름은 그리스식 표현으로 본래 유다식으로 하면 ‘예슈아’다. 이는 구약성경에 나오는 호세아나 여호수아와 동일한 어원에서 나온 이름으로 ‘주님께서 구원하시다.’라는 뜻을 지녔다. 이런 이름을 통해 천사는 요셉에게 장차 태어날 아기가 ‘그의 백성’, 곧 ‘모든 믿는 이’를 죄에서 구원할 주님이시라고 말해 준다. 마태오는 구세주 그리스도 예수님의 신비한 탄생이 이미 이사야 예언자를 통해 예고되었다(이사 7,14)고 소개하면서, 그분이야말로 ‘우리 가운데 함께하시는 하느님’, 곧 ‘임마누엘’이시라고 선언한다(마태 1,23-24). 요셉은 천사가 일러준 대로 마리아를 아내로 맞았고, “아들을 낳을 때까지 잠자리를 같이하지 않았다”(1,25ㄱ). 이는 출산 때까지만 둘 사이에 부부관계가 없었다는 암시가 아니라 예수님이 어떤 인간적 개입도 없이 동정녀에게서 태어나셨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마태오가 전하는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1,18-25)는 그분이 요셉과 마리아의 아들로서 인류애를 위해 삶을 바친 위인이 아니라 우리의 구원을 위해 오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시며 임마누엘이심을 가르쳐 준다. 또한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위해서라면 세상이 비상식적 · 비현실적이라고 믿지 못하는 일까지도 행하실 수 있는 분임을 깨닫게 해준다. 하느님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거나 믿지 못하고 지나쳐버린 일들을 통해서도 우리를 보호하고 구원으로 이끌어 주시는 분이다. 우리는 하느님의 그런 신비한 섭리 안에서 태어났으며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맡겨주신 삶을 살고 있다. 그러니 이 세상에 태어나 주님의 자녀로 산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큰 은총이고 행복이다.

 

[2012년 11월 18일 평신도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전주가톨릭신학원 성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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