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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공관복음 여행: 루카 복음서가 선포하는 해방의 메시아 예수님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11-11 조회수3,253 추천수1

공관복음 여행 (10) 루카복음서가 선포하는 ‘해방의 메시아 예수님’

 

 

루카는 예수님의 공생활 활동 가운데 나자렛에서 희년을 선포하신 일을 첫 번째 행적으로 제시한다(루카 4,14-30). 예수님은 나자렛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이미 복음을 선포하기 시작하셨다. 루카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4,23) 예수님이 나자렛 회당에서 설교하시는 것으로 공생활을 시작하신 것처럼 소개한다. 이것은 나자렛 사건이 장차 갈릴래아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예루살렘에서 완성될 예수님의 공생활 여정을 대변해 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이 사건은, 예언자들을 통해 예고된 메시아시며 하느님의 구원 약속을 실현하시는 분임에도 당신의 백성 이스라엘에게 배척받으실 예수님의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나자렛 사람들의 거부로 복음이 다른 고을에서 선포될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유다인들의 배척으로 하느님의 나라는 다른 민족들에게 선포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예수님은 나자렛 회당에서 이사 61,1-2을 봉독하신 후(4,18-19) 이사야가 예고한 해방의 해 ‘희년’(禧年)이 당신을 통해 이 땅에 도래했다고 선포하신다(4,21). 예수님은 당신을 ‘주님의 영으로 기름부음받은이’라고 소개하신다(4,18ㄱ). 유다 전통에서 ‘기름부음받은이’는 본래 하느님을 대리하여 그분 백성을 다스릴 임금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비슷한 맥락에서 예수님을 ‘기름부음받은이’라고 부를 때에는 하느님 나라의 통치자이며 세상의 구원자라는 믿음을 고백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예수님은 이사야서 두루마리를 시중드는 이에게 돌려주시고 나서 자리에 앉으셨다. 그리고 당신을 주시하는 이들을 향해 예수님은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4,21ㄴ) 하고 선언하셨다. 이 말씀은 조금 전에 봉독된 이사 61,1-2에 대한 해설이 아니라 예언자가 전한 메시아 시대에 대한 예고, 곧 하느님의 구원 약속이 오늘 이 자리에서 당신을 통해 실현되었음을 선언하는 ‘복음’이다. 여기서 ‘오늘’이라는 말은 예수님이 말씀하고 계신 그 시점뿐 아니라 세상 끝 날까지 복음이 선포되는 모든 시대까지 가리킨다. 따라서 나자렛 회당에서 예수님이 선언하신 말씀은 오늘 우리에게도 유효한 것이다. 

 

구약 시대에는 하느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마련해 주신 율법에는 ‘희년’이라고 하는 제도가 있었다. 이 제도는 모든 것의 주인은 오직 하느님 한분뿐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하며(탈출 19,5; 레위 25,23) 사람이든 땅이든 모든 것이 본래 하느님이 정해주신 자리를 되찾아 가게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였다. 하느님이 이사야 예언자를 통해 약속하신 메시아의 사명은 이러한 희년법의 메시지와 연결되어 있다(이사 61,1-2). 메시아는 하느님의 백성을 온갖 불의와 억압에서 해방시켜 본래의 자리를 되찾게 하는 사명을 지녔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그러한 약속이 기록된 이사야서 두루마리의 한 대목을 봉독하심으로써 당신이 바로 이 말씀을 실현하러 오신 메시아임을 밝히셨다. 그런데 이사야가 예고하고 이스라엘이 기대한 메시아의 사명과 예수님이 선포하고 실현하신 것 사이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사야와 이스라엘은 가난한 이들, 잡혀간 이들, 눈먼 이들, 억압받는 이들의 범위를 이스라엘 백성, 그중에서도 특히 의인들로 국한시키고 악인들과 원수들의 압제와 착취에서 자기네를 해방시켜 줄 메시아를 고대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스라엘뿐 아니라 모든 백성, 의인은 물론 죄인까지도 하느님이 주신 인간 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참 자유를 주고 구원하시는 메시아이시다. 언젠가는 예수님이 선포하고 실현하신 해방과 자유의 복음이 세상 곳곳에 전해지고, 마침내는 모든 이가 참 자유와 행복 안에서 하느님을 섬기며 어우러져 사는 하느님의 나라가 도래할 것이다. 우리는 그 날을 고대하면서 예수님이 선물하신 참자유와 행복의 기쁨을 이웃과 나누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조금씩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데 필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2013년 6월 23일 연중 제12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전주가톨릭신학원 성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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