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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리]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23: 벳파게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11-12 조회수4,624 추천수1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23) 벳파게



신약성경의 복음서에 따르면, 올리브 산의 벳파게는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셨던 예수님의 행렬이 시작되었던 장소이다. 우리는 벳파게에 대한 역사적, 문헌적, 고고학적인 정보들과 함께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 사건이 가지는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위치와 지형

벳파게(Bethphage)라는 명칭은 “무화과나무의 집” 혹은 “무화과나무의 밭”이라는 뜻이다. 오늘날 예리코에서 예루살렘으로 가기 위해서는 베타니아를 거쳐 올리브 산으로 가게 된다. 그런데 예수님 당시에는 예리코에서 산길을 따라 올리브 산에 다다랐을 것이다. 올리브 산 정상에 있는 엣 투르(Et Tur)에서 예루살렘으로 가든지 베타니아로 갈 수도 있다. 성경의 벳파게는 이 엣 투르와 베타니아의 중간 지점에 있었을 것이다. 오늘날의 벳파게 기념 성당은 엣 투르에서 도보로 약 10분 정도 되는 거리에 있다.

 

 

신약성경의 벳파게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 이야기는 사복음서 모두에 기록되어 있다.(마태 21,1-11; 마르 11,1-11; 루카 19,28-38; 요한 12,12-19) 그런데 사실 이 복음서들의 언급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마르 11,1(“그들이 예루살렘 곧 올리브 산 근처 벳파게와 베타니아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와 루카 19,29(“올리브 산이라고 불리는 곳 근처 벳파게와 베타니아에 가까이 이르셨을 때”)에는 벳파게와 베타니아가 함께 등장한다. 그러나 마태 21,1(“그들이 예루살렘에 가까이 이르러 올리브 산 벳파게에 다다랐을 때”)에는 벳파게만이 언급된다.

예수님은 제자 둘을 보내며 말씀하셨다. “너희 맞은쪽 동네로 가거라. 그곳에 들어가면 아직 아무도 탄 적이 없는 어린 나귀 한 마리가 매여 있는 것을 곧 보게 될 것이다. 그것을 풀어 끌고 오너라.”(마르 11,2) 예수님은 어린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신다. 예수님의 이 모습은 즈카 9,9 “딸 시온아, 한껏 기뻐하여라. 딸 예루살렘아, 환성을 올려라. 보라, 너의 임금님이 너에게 오신다. 그분은 의로우시며 승리하시는 분이시다. 그분은 겸손하시어 나귀를, 어린 나귀를 타고 오신다.”의 말씀과 관련 있다. 마태 21,4-5에는 이 구약성경과의 관계가 명시적으로 표현된다. “예언자를 통하여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이 일이 일어난 것이다. ‘딸 시온에게 말하여라. 보라, 너의 임금님이 너에게 오신다. 그분은 겸손하시어 암나귀를, 짐바리 짐승의 새끼, 어린 나귀를 타고 오신다.’”

 

이와 같이 예수님은 평화를 가져오는 겸손한 메시아로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신다. 즈카 9,10은 다음과 같이 예언한다. “그분은 에프라임에서 병거를, 예루살렘에서 군마를 없애시고 전쟁에서 쓰는 활을 꺾으시어 민족들에게 평화를 선포하시리라. 그분의 통치는 바다에서 바다까지, 강에서 땅끝까지 이르리라.” 요한 12,14-16은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예수님께서는 나귀를 보시고 그 위에 올라앉으셨다. 이는 성경에 기록된 그대로였다. ‘딸 시온아,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너의 임금님이 오신다. 어린 나귀를 타고 오신다.’ 제자들은 처음에 이 일을 깨닫지 못하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영광스럽게 되신 뒤에, 이 일이 예수님을 두고 성경에 기록되고 또 사람들이 그분께 그대로 해 드렸다는 것을 기억하게 되었다.”

예수님이 입성하실 때 수많은 군중이 “다윗의 자손께 호산나!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은 복되시어라. 지극히 높은 곳에 호산나!”(마태 21,9)라고 외쳤다. 요한 12,12-13에서는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이튿날, 축제를 지내러 온 많은 군중이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오신다는 말을 듣고서,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그분을 맞으러 나가 이렇게 외쳤다. ‘호산나!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은 복되시어라. 이스라엘의 임금님은 복되시어라.’” 이 군중의 외침에서 다윗의 자손인 메시아에 대한 대중의 대망이 표현된다. 예수님은 임금이신 메시아로서 다윗의 도시인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신다.

 

 

기원후 384년에 에제리아(Egeria)는 벳파게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예루살렘에서 오는 길에 라자리움(Lazarium), 곧 베타니아로부터 약 800m 가량 떨어진 곳에서 길 가에 위치한 성당 하나를 발견한다. 그곳은 라자로의 여동생 마리아가 예수님을 만났던 곳이다.” 이 기록은 벳파게와 요한 11,1-54의 라자로 이야기와의 관련성을 제시한다. 즉 베타니아로 가시던 예수님을 마르타와 마리아가 맞으러 와서 만난 곳이 벳파게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되는 구절은 요한 11,20(“마르타는 예수님께서 오신다는 말을 듣고 그분을 맞으러 나가고, 마리아는 그냥 집에 앉아 있었다.”)과 11,32(“마리아는 예수님께서 계신 곳으로 가서 그분을 뵙고 그 발 앞에 엎드려, ‘주님, 주님께서 여기에 계셨더라면 제 오빠가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고 말하였다.”)이다.

한편 마르 11,1-11에 따르면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예수님은 “예루살렘에 이르러 성전에 들어가셨다. 그리고 그곳의 모든 것을 둘러보신 다음, 날이 이미 저물었으므로 열두 제자와 함께 베타니아로 나가셨다.” 바로 뒤이어 나오는 마르 11,12는 “이튿날 그들이 베타니아에서 나올 때에 예수님께서는 시장하셨다.”라고 언급한다. 마르 11,12-14은 예수님이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신 이야기이고 마르 11,20-25는 그것에 대한 설명이다. 그래서 이 무화과나무와 관련된 이야기를 벳파게와 연결 짓는 주장이 있다. 이것은 벳파게라는 명칭이 무화과나무와 관련된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벳파게 기념 성당

현재의 벳파게 기념 성당은 중세 시대의 옛 성당의 폐허 위에 1883년 프란치스코 수도회에 의해 세워졌다. 기념 성당에는 예수님과 마르타, 마리아의 만남, 라자로의 부활,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 등의 장면이 그려져 있다. 성당의 제단 근처에는 가로 1.3m, 세로 1.1m, 높이 1m의 돌이 있다. 중세 시대의 옛 성당은 이 돌을 안치하기 위해 세워졌다. 십자군들은 이 돌을 예수님이 예루살렘 입성 당시 어린 나귀에 오르기 위해 발을 디뎠던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그들은 팔레스타인의 어린 나귀가 그들이 전쟁터에서 탔던 말과 같은 크기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같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이 돌의 정확한 의미는 불확실하다. 이 돌에는 예수님이 라자로의 두 여동생을 만난 장면(요한 11,20-30)이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은 1950년에 손상 없이 복원되었다.

기념 성당 뒤편의 프란치스코 수도회 구역에서 우리는 기원전 2세기부터 기원후 8세기까지 이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의 다양한 증거물들을 발견할 수 있다. 여러 물 저장소들, 구르는 돌로 닫힌 무덤들, 모자이크로 장식된 포도즙을 짜는 틀 등이 있다.

 
성지 주일의 행렬

오늘날 매년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는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기념하는 장엄한 행렬이 이루어진다. 이 행렬은 벳파게에서 출발하여 예루살렘 구시가(Old City)의 성 안나 성당(Church of Saint Anne)에 이르기까지 진행된다. 예루살렘 총대주교와 함께 전 세계에서 온 많은 순례자들이 이 행렬에 참여한다.

[월간빛, 2013년 11월호,
송창현 미카엘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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