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산책 구약] 탈출기
하느님, 이스라엘을 해방하시다. 그리고 계약을 맺으시다. 탈출기는 구약성경의 중심 텍스트로 간주됩니다. 왜냐하면 탈출기가 전하는 이집트 탈출과 시나이 계약을 통해 구약(舊約), 즉 ‘옛 계약’이 맺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두 사건은 하느님에 대한 이스라엘의 ‘원체험’인 동시에 이스라엘과 세상을 향한 하느님의 ‘원계시’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탈출기는 (단지 ‘한 민족의 역사’라는 제한적 틀을 뛰어넘는) ‘하느님의 구원역사’라는 보다 보편적 지평 위에서 읽혀져야 합니다. 탈출기는 1,1-6,27을 통해 왜 이스라엘이 억압의 상황에 놓이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면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모세의 탄생 이야기와 함께 그가 왜 미디안으로 도망가게 되었는지, 그곳에서 모세가 어떻게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다시 이집트로 돌아오게 되었는지를 서술합니다. 6,28-13,16에서 하느님은 모세와 아론을 파라오에게 보내어 여러 표징과 기적들을 보여줍니다. 완고한 파라오는 결국 파스카를 겪고 나서야 이스라엘을 이집트로부터 나가게 합니다. 13,17-18,27에서 파라오는 이집트를 떠난 이스라엘을 뒤쫓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바다에 마른 땅을 만들어 이스라엘이 건너도록 합니다. 이 놀라운 사건은 모세의 노래와 미르얌의 노래를 통해 기억됩니다. 광야로 나선 이스라엘은 물과 식량이 부족하여 불평하는데, 하느님은 마실 것과 먹을 것을 주시면서 다시 한 번 그들을 구원합니다. 19,1-24,11에서 이스라엘은 시나이에 도착합니다. 그곳에서 하느님은 모세를 통해 계약체결을 준비시키고, 이스라엘이 지켜야 할 십계명과 계약의 규정들을 전합니다. 이스라엘은 그 규정들을 받아들이고 계약이 체결됩니다. 24,12-32,35에서 모세는 시나이에 올라 40일을 지냅니다. 그곳에서 모세는 제의적 규정들에 대한 하느님의 말씀을 듣게 됩니다. 모세는 하느님이 새겨준 증언판을 들고 산에서 내려오지만 금송아지를 보고 돌판들을 깨버립니다. 레위인들은 모세를 도와 죄지은 백성들을 죽이고, 모세는 하느님의 용서를 청합니다. 33,1-40,38에서 하느님께서 출발을 명령하자 모세는 시나이로 올라가 다시 계약을 맺고는 두 증언판과 함께 내려옵니다. 그리고 모세는 하느님과 함께 여정을 떠나기 위해 성막과 성물들을 만듭니다. 그리고 그 모든 제작이 완성되자 모세는 그것들을 축복하고 하느님께 봉헌합니다. 창세기와 마찬가지로 탈출기를 이끄는 문학적 동력은 갈등입니다. 탈출기의 전반부는 하느님과 파라오의 갈등이 이야기를 이끕니다. 이스라엘 자손들을 종으로 부리기를 원하는 파라오와 (성조들에게 약속하신) 가나안 땅으로 데리고 올라가려는 하느님 사이의 갈등은 (억압과 폭력에 맞서는) ‘자유와 해방’이라는 신학적 주제와 연결됩니다. 이집트를 탈출한 후 그 갈등은 하느님과 이스라엘 사이의 갈등으로 발전합니다. 이렇게 탈출기는 이스라엘의 문제가 단지 이집트를 탈출하는 것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드러냅니다. 이제 그들은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선택해야 합니다. 누군가의 ‘종’으로 살 것인가, 아니면 ‘하느님의 백성’으로 살 것인가? ‘억압과 폭력’인가, 아니면 ‘자유와 해방’인가? [2014년 1월 12일 주님 세례 축일 서울주보 4면, 최승정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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