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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경산책: 아가 - 성경이 사랑을 노래하다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4-05-12 조회수3,129 추천수1

[성경산책 구약] 아가


성경이 사랑을 노래하다

 

 

아가는 사랑의 노래입니다. 더 이상 내용을 풀어 말할 수가 없습니다. 아가는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커다란 하나의 감탄사와 같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남녀가 서로를 찾고, 서로의 찾음이 엇갈린 다음 마침내 서로를 만나 상대방의 아름다움에 경탄하고, 사랑의 합일이 이루어진 다음에는 다시 그 만남이 끝나는 사랑의 여정이 부분적으로 나타나기는 하지만, 아가는 소설이 아닙니다. 

 

아가가 과연 무슨 사랑을 노래하고 있는가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아, 제발 그이가 내게 입 맞춰 주었으면!”(아가 1,2) 명백합니다. 남녀 간의 지극히 인간적인 사랑입니다. 이천 년에 걸친 아가의 해석사에서는 아가의 남녀를 하느님과 이스라엘, 하느님과 교회, 그리스도와 인간 영혼 등 여러 가지로 설명해 왔습니다. 글자 그대로 남자의 입맞춤을 열망하는 여자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면 성경에 포함되어 있기에 부적절하리라고 여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의 아가는 일차적으로 젊은 남녀의 사랑을 노래합니다. 「성경」에서는 남녀가 서로를 부르는 말이 “연인, 애인”으로 되어 있는데, 글자 그대로는 “내 사랑, 내 친구”입니다. 이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그 아름다움에 한없이 탄복하고, 서로에게 자신을 내어 주게 됩니다. “나는 내 연인의 것, 내 연인은 나의 것.”(아가 6,3) 

 

아가가 노래하는 사랑의 아름다움이 이차적으로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사랑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이 책이 우리에게 남녀 간의 사랑이라는 사랑의 한 가지 모습 안에서 사랑 그 자체의 신성한 가치를 알아볼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아가는 사랑을 긍정합니다. 인간적이고 육적인 바로 그 사랑을 긍정합니다. 사랑에 빠지는 것을 조심하라고 말하지 않고, 사랑에 취하라고 말합니다. 때로는 이러한 내용이 구약성경에 들어와 있는 것이 뜻밖으로 여겨지기도 하고, 아가가 육적인 사랑을 너무 적나라하게 노래하고 있어 성경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가의 토대는 구약 성경의 세계관의 바탕인 창조의 선성에 대한 믿음입니다. 창세기 1장의 저자는 하느님께서 만드신 모든 것이 당신 보시기에 좋았다고 말하지요. 여기에는 분명 남녀 간의 사랑도 포함됩니다. “하느님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로 그들을 창조하셨다.”(창세 1,27)고 되어 있습니다. 남녀가 상대방의 아름다움에 끊임없이 경탄하는 아가는, 그러한 전망 안에서 인간을 바라보기 때문에 남녀 간의 사랑도 선하고 좋은 것으로 봅니다. 

 

과연, 남녀 간의 사랑은 성경의 주제로 부적절할까요? 아가에서 노래하는 사랑은 남녀의 관계가 죄로 손상되기 이전의 흠 없는 사랑입니다. 그래서 아가를 창세기 2장에 대한 주석이라고 일컫기도 합니다. 그런 사랑을 믿을 수 있다는 것은, 사랑이 죽음처럼 강해서 무엇으로도 그 사랑을 끌 수 없음(아가 8,5-7 참조)을 믿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사랑이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것임을 믿을 때에 가능할 것입니다. 

 

[2014년 5월 11일 부활 제4주일(성소주일) 서울주보 5면, 안소근 수녀(성 도미니코 선교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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