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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성경 속 나는 누구인가1: 인간(아담)은 누구인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4-05-17 조회수2,841 추천수1

성경 속 나는 누구인가 (1) 인간(아담)은 누구인가?


하느님 창조의 절정 ‘인간’

 

 

창세기에서 태양은 신인가? 아니다. 고대 근동 지방 종교에서 태양은 신적 존재로 이해된다. 그들 종교에서 하늘과 바다, 태양, 땅 등은 신격화된 존재로 등장한다. 그러나 창세기에서는 그 모든 것이 다 하느님 창조하신 피조물일 뿐이다. 하늘도 땅도, 태양도 달도, 그 무엇도 다 신이 아니라 그저 피조물일 뿐이다. 오로지 하느님만이 세상만물의 창조주이시다. 

 

구약성서 특유의 창조신학은? 구약성서 창조신학에서는-바빌론이나 이집트 신화에서 발견되는 그러한 신화적 요소를 배제한 채-그저 하느님 말씀만으로 천체와 생명체들이 생겨난다. 고대 바빌론의 창조 신화나 이집트 창조 이야기에서 신격화되던 존재, 신으로 이해되던 자연이 창세기에서는 그저 하느님 말씀 한마디에 따라 생겨나서 그분 뜻에 걸맞게 자신의 기능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든다면?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빛이 생겨라’ 하시자 빛이 생겼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그 빛이 좋았다”(창세 1,3-4). 하느님께서는 여섯 번에 걸쳐서 만드신 것을 보시고 “좋았다”고 말씀하신다. 

 

그렇다면 창조의 절정은? 두말할 것도 없이 창조의 절정은 여섯 번째 날 이루신 인간창조에 있다. 사람 창조에 앞서 하느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우리와 비슷하게 우리 모습으로 사람을 만들자”(1,26ㄱ). 

 

‘(하느님과) 비슷하게’ 또는 ‘(하느님) 모습으로’라는 표현이 다섯 번에 걸쳐 나온다(1,26-27 참조). 지금까지 하느님께서는 여섯 번에 걸쳐서 창조하신 것을 보시고 그냥 “좋았다”하고 말씀하신다. 그런데 여섯 째날 사람을 만드시고 나서는 일곱 번째로는 “참 좋았다”라고 하신다. 창조의 중심인 인간창조가 이루어졌으므로 “보시니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다”는 것이다. “참 좋았다”는 표현 안에서 우리는 인간이 모든 피조물의 으뜸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아담)은 누구인가? 인간은 땅과 바다와 하늘을 신으로 섬겨야 할 존재인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인간은 땅을 ‘다스리며’(1,26ㄷ.28ㄷ) 나아가 ‘지배하는’(1,28ㄴ) 피조물이라고 창세기는 말한다.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지배하여라”(1,28ㄴ). 인간은 자연과 그 속에 들어있는 모든 피조물을 받들어 섬기는 존재가 아니라 창조질서에 걸맞게 <관리해야 할> 주관자라는 사실을 명백히 해주는 구절이다. 창세기 1장에서 뿐 아니라 2장에서도 창조주께서는 남녀에게 낙원을 돌보는 일을 맡기셨다. 

 

“주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데려다 에덴동산에 두시어, 그곳을 일구고 돌보게 하셨다”(2,15). 

 

또한 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창세기에 따르면 남녀는 평등하며 공존하는 존재이다. 남녀가 똑같이 하느님 모습대로 함께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남녀는 홀로가 아니라 더불어 사는 인간이어야 함을 하느님께서 명백히 해주신다.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으니, 그에게 알맞은 협력자를 만들어주겠다”(2,18). 하느님께서 여자를 사람에게 데려오시니 사람이 부르짖었다. 

 

“이야말로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 남자에게서 나왔으니 여자라 불리리라”(2,23). 

 

사람(아담)은 집짐승과 하늘의 새와 모든 들짐승에게 이름을 붙여주면서 자신에게 걸 맞는 협력자를 찾으려 애쓴다. 그러나 그 어떤 피조물에게서도 “자신에게 알맞은 협력자를 찾지 못하였다”(2,20ㄴ)고 증언한다. 인간(아담)에게 절대로 필요한 존재는 그 누구도 무엇도 아닌, 자신의 갈비뼈 사이에서-가장 깊은 인간 내면의 세계에서-뽑아 지어내신 여자일 뿐이라고 선언한다.

 

* 신교선 신부는 1979년 사제수품 후, 스위스 루체른 대학교에서 성서주석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수원과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를 역임, 현재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총무와 신앙교리위원회 위원, 인천 작전동본당 주임으로 사목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4년 5월 18일, 신교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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