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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성경 속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 유다인의 정체성 일깨우는 토빗기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4-09-24 조회수3,320 추천수1

[성경 속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 유다인의 정체성 일깨우는 토빗기



토빗기의 저술 목적은?


저자는 유배지 여기저기 흩어져 갖가지 고통 속에 살아가는 유다인 동포들에게 자기 정체성을 잊지 말고 하느님께 의지하는 의인으로 살아가도록 돕고자 합니다. 토빗과 토비야의 삶은 낯선 땅에서 어두움과 실망 속에 사는 이들에게 분명 더없이 큰 힘과 소중한 지혜를 주었을 것입니다. 아울러 오늘 우리는 그들의 깊은 신앙심 안에서 귀한 영적 유산들을 만나게 됩니다.


토빗기의 영적 유산은?


토빗은 토비야에게 말합니다. “나를 잘 묻어 다오. 그리고 네 어머니를 공경하고 어머니가 살아 있는 동안 내내 저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네 어머니가 좋아하는 일을 해 드리고 무슨 일로든 어머니 마음을 슬프게 하지 마라.”(토빗 4,3)

토빗은 또 말합니다. “얘야, 네 자식들을 데리고 서둘러 메디아로 피신하여라. 나훔이 니네베를 두고 선포한 하느님의 말씀을 나는 믿는다....... 하느님을 진심으로 섬기고 그분께서 좋아하시는 일을 하여라. 너희 자식들도 잘 타일러서, 의로운 일을 하고 자선을 베풀게 하여라.”(14,3.8-9ㄱ)


토빗의 유언을 요약하면?


유다인은 이국땅에서 무엇보다도 자기 정체성을 보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잘 보존하려면 끝까지 하느님의 도움을 받는 의인으로 남아 있어야 합니다. 토빗은 구체적 예를 들어가는 가운데 특히 하느님 공경, 부모공경, 올바른 혼인 및 올바른 가정생활, 철저한 율법준수, 자선 등을 강조합니다.


토빗기를 읽으면?


가슴이 아주 따뜻해집니다. 무엇보다도 토비야의 효심을 봅니다. 우리에게 낯익은, 부모를 함께 매장하는 합장 풍속도 봅니다. 부모가 세상을 떠나자 토비야는 처가로 가서 장인장모를 모시고 삽니다.

토빗이 유언합니다. “네 어머니가 죽거든 나와 나란히 같은 무덤에 묻어 다오.”(4,4) 아들 토비야는 아버지의 유언을 따릅니다. “그 뒤에 어머니가 죽자 토비야는 어머니를 아버지 곁에 묻었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메디아로 가 엑바타나에서 장인 라구엘과 살았다.”(14,12) 이러한 토비야의 삶속에서 우리는 양가의 깊은 유대관계와 당시 가족 윤리의 흐름을 엿보게 됩니다.


토빗기 안에는?


이국땅에서 동포의 버려진 시신을,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장사지내주는 토빗에게서 따뜻한 동포애를 봅니다. “...... 산헤립이 분노를 터뜨리며 이스라엘 자손들 가운데에서 많은 사람을 죽였는데, 내가 그들의 주검을 훔쳐 내어 묻어 주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주검들을 산헤립이 찾았지만 찾아내지 못하였다. 그때에 니네베 주민들 가운데 한 사람이 임금에게 가서 내가 죽은 이들을 묻고 있다고 알렸다. 그래서 나는 몸을 숨겼다. 임금이 내 일을 알뿐더러 나를 죽이려고 찾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두려운 나머지 달아난 것이다.”(1,18-19)


천사 이야기는?


천사나 악령이 신약성경에서는 자주 나오지만 구약에서는 드물게 등장합니다. 토빗기에서 천사는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하느님께서 고쳐주셨다’를 뜻하는 라파엘 천사는 우선 인간의 기도를 하느님께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자 이제 보라, 너와 사라가 기도할 때에 너희의 기도를 영광스러운 주님 앞으로 전해 드린 이가 바로 나다. 네가 죽은 이들을 묻어 줄 때에도 그러하였다.”(12,12)


또한 천사는?


하느님의 응답을 받고 사람들에게 돌아와서 그 응답을 실행에 옮기는 심부름꾼 역할을 합니다. “토빗, 네가 주저하지 않고 잔치 음식을 놓아둔 채 일어나 가서 죽은 이를 매장해 줄 때, 너를 시험하도록 파견된 자도 나였다. 또 하느님께서는 나를 파견하시어 너와 네 며느리 사라를 고쳐 주게 하셨다.”(12,13-14)


천사가 중매를?


천사 라파엘은 토빗의 눈병을 고쳐주고 사라에게서 악귀를 몰아낼 뿐 아니라, 처녀 총각을 중매시켜 한 쌍의 부부가 태어나도록 돕습니다. “라파엘이 두 사람을 고쳐 주도록 파견되었다. 곧 토빗에게는 그의 눈에서 하얀 막을 벗겨 그 눈으로 하느님의 빛을 보게 해 주는 것이고, 라구엘의 딸 사라에게는 토빗의 아들 토비야의 아내가 되게 해 주고 또 아스모대오스라는 악귀를 내쫓아 주는 것이었다...... ”(3,17)


토빗기 안에는?


개인기도의 중요성이 두드러집니다. 몇 가지만 꼽아봅니다.

토빗의 탄원기도 : “나는 마음이 몹시 괴로워 탄식하며 울었다. 그리고 탄식 속에서 기도하기 시작하였다. ‘주님, 당신께서는 의로우십니다. 당신께서 하신 일은 모두 의롭고 당신의 길은 다 자비와 진리입니다......’”(3,1) 

사라의 탄원기도 : “그러면서 사라는 창 쪽으로 양팔을 벌리고 기도하였다. ‘자비하신 하느님, 찬미 받으소서. 당신의 이름은 영원히 찬미 받으소서......’”(3,11)

토비야의 청원기도 : “부모가 방에서 나가 문을 닫자 토비야는 침상에서 일어나 사라에게 말하였다. ‘여보, 일어나구려. 우리 주님께 기도하며 우리에게 자비와 구원을 베풀어 주십사고 간청합시다.’ 사라가 일어나자 그들은 기도하며 자기들에게 구원이 이루어지기를 간청하였다...... ’”(8,4-5)

라구엘 부부의 찬미와 청원기도 : “저를 기쁘게 해 주셨으니 찬미 받으소서. 제가 염려하던 일이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저 두 외자식을 가엾이 여기셨으니 찬미 받으소서. 주님, 저들에게 계속 자비와 구원을 베푸시고 저들이 기쁨과 자비를 누리며 일생을 마치게 해 주소서.”(8,15-17)


토빗은?


그는 하느님의 축복으로 육적인 눈뿐 아니라 영적인 눈까지 활짝 뜨게 됩니다. 앞을 못 보던 토빗은 이제 예언자가 되어 유다 민족 전체에게 회개를 촉구합니다. 그는 주님께서 여러 예언자들을 통하여 약속하신 구원의 성취를 예고합니다. 마치 예언자 이사야가 선포하듯이(이사 60-62), 예루살렘이 뭇 민족들의 중심으로 우뚝 서리라고 장엄하게 선포합니다.

“예루살렘아, 주님을 올바로 찬양하여라. 영원하신 임금님을 찬미하여라. 네 성소가 다시 기쁨 속에 지어지리라. 그리하여 그분께서 대대로 영원히 모든 유배자를 네 안에서 기쁘게 하시고 고통 받는 모든 이를 네 안에서 사랑하시기를 빈다. 밝은 빛 하나가 세상 끝 모든 곳까지 비추리니 저마다 하늘의 임금님께 바칠 예물을 손에 들고 멀리서 많은 민족이 너에게, 세상 끝 모든 주민이 너의 거룩한 이름을 향하여 오리라.”(13,10-11)


혼인 이야기는?


혼인으로 이루어지는 가정은 사회와 국가의 뿌리로서 한 민족의 정신 유산이 전승되는 곳입니다. 유배지에 흩어져 사는 유다인들이 현지인들과 혼인한다면 잡신공경에 빠져 유다교가 올바로 전승되기 어렵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혼인 이야기가 토빗기 한 가운데 자리 잡게 된 데는 그러한 배경이 깔려있습니다. 토빗기는 어찌 보면 하느님 뜻에 따라 이루어지는 토비야와 사라의 혼인 이야기입니다.


우리 가정은?


토빗처럼 자녀에게 가톨릭 신자로서의 정체성을 일깨워줍니까? 언제나 주님께 기도하며 자녀를 주님께로 인도하는 가운데 토빗 이야기를 비롯하여 늘 성서 말씀에 마음을 둡니까?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4년 3월호,
신교선 가브리엘(신부, 인천교구 작전동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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