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도시] (53) 얌니아
구약 24권을 정경으로 결정 얌니아는 그리스식 이름으로 구약에서는 ‘야브느엘’로 등장한다. “그 경계는 또 에크론 북쪽 비탈로 나가서 시카론 쪽으로 구부러져 바알라 산을 지난 다음, 야브느엘로 나가 그 끝이 바다에 이른다”(여호 15,11). 얌니아는 대략 텔아비브 남쪽 20km에 있는 성읍이다. 얌니아는 성경에 자주 언급되는 곳이 아니지만 성경과 깊은 관계를 지닌 중요한 지역이다. 유다교의 중심지, 얌니아 회의 기원후 70년 예루살렘이 멸망하자 제관 계급과 율사들은 얌니아로 이주한다. 당시 얌니아는 로마가 종교 활동을 허락한 도시였고 유다교의 중심이 된다. 이 지역이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기원후 90년경에 있었던 ‘얌니아 회의’일 것이다. 이 회의에서 율법학자들은 유다교의 경전 목록, 즉 구약 성경의 정경을 확정했다. 유다인들은 얌니아 회의에서 히브리어로 된 구약을 24권으로 확정했다. 그런데 얌니아 회의에서 처음으로 정경 목록을 확정한 것이 아니라, 이미 기원전 400년경에 에즈라에 의해 일차적으로 확정된 목록을 그대로 재확인한 것이었다는 설도 있다. 유다인들이 구약성경을 24권으로 확정하기 훨씬 이전인 기원전 3세기쯤에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대표해서 모인 70인(또는 72인)이 히브리어로 쓰인 유다교 경전을 당시 널리 사용하던 언어인 그리스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했다. 구약성경은 본래 히브리어로 기록되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디아스포라에 사는 유다인들은 점차 히브리어를 잊어버리고 그리스어에 익숙하게 되었다. 히브리어를 읽을 줄 모르는 세대가 늘어나자 경전을 그리스어로 번역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리스어는 당시 지중해 전역의 공용어였다. 약 100년간에 걸쳐 이뤄진 이 작업으로 히브리어로 된 구약성경 24권이 그리스어 성경 39권으로 번역됐다. 이렇게 권수가 늘어난 것은 열왕기ㆍ역대기ㆍ사무엘기 등 일부 성경을 각 상ㆍ하로 구분했기 때문이다. 70인이 번역한 그리스어 구약을 흔히 ‘칠십인역 성경’ 또는 70을 뜻하는 라틴어 ‘셉투아진타’나 숫자 ‘LXX’라고 부른다. 24권의 히브리어 구약성경 외에도 다른 책들이 포함됐다. 토빗기, 유딧기 같은 7권이었다. 그뿐 아니라 히브리어 구약성경에는 없는 다니엘서 일부분 등도 포함시켰다. 그런데 얌니아 회의는 구약의 정경을 결정함으로써 유다교와 그리스도교인에게 모두 큰 의미를 지니는 결론을 냈다. 유다교가 정경을 확정한 근거는 히브리어로 쓰인 사본이 남아 있느냐 여부였다. 즉 히브리어로 쓰인 낱권이 있어야 정경으로 인정했다. 이 규정에 따라 그리스어 사본만 있고 히브리어 사본이 없는 문서는 정경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유다교와 그리스도교의 결별 또 얌니아 회의에서 중요한 것은 그동안 부분적으로나마 공존해왔던 유다교와 그리스도교가 완전히 결별했다는 것이다. 얌니아 의회는 그리스도교인을 정식으로 파문하면서 모든 유다교 회당에서 예배를 드리기 전에 ‘그리스도교 이단에 대한 저주’를 반복할 것을 명했다. 그런데 초대 그리스도교회는 70인역 성경을 공적으로 사용했다. 현재 구약성경에서 개신교와 차이가 나는 가톨릭 성경(제2경전)은 토빗기, 유딧기, 마카베오 상권, 마카베오 하권, 지혜서, 집회서, 바룩서 이렇게 7권이다. 가톨릭은 제2경전으로 인정하지만, 개신교에서는 외경으로 본다. [평화신문, 2015년 7월 19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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