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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구약 여행50: 하느님을 진심으로 섬기고 그분께서 좋아하시는 일을 하여라(토빗 14,8)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12-20 조회수3,961 추천수1

[안소근 수녀와 떠나는 구약 여행] (50) “하느님을 진심으로 섬기고 그분께서 좋아하시는 일을 하여라”(토빗 14,8)


선의 · 자선 베풀며 그날을 기다려라



앞을 보지 못했던 토빗은 하느님이 보내신 천사의 말대로 물고기의 쓸개를 바르고 눈을 뜨게 된다. 도메니코 페티 작, ‘토빗의 치유’.


이제부터 3주 동안 토빗기, 유딧기, 에스테르기를 읽을 것입니다. 그런데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이 책들은 역사서들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기록이라기보다 교훈적인 이야기들이라는 점입니다. 첫머리에서 구체적인 시대 배경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전혀 정확하지 않습니다. 토빗기의 경우, 1장 4절에서 말하는 것처럼 토빗이 젊었을 때에 납탈리 지파가 다윗 집안에서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면 이것은 기원전 10세기, 솔로몬 사후의 일입니다. 그때에 살았던 토빗이 기원전 8세기에 니네베로 유배를 갔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또한, 14장 15절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의 아들 토비야가 기원전 612년에 니네베의 멸망을 보았다는 것 역시 매우 어려운 일이 됩니다. 당황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 책이 역사 기록이 아니라는 사실은 독자들에게도 명백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귀신 이야기나 전설 등의 요소도 자유롭게 사용하면서 독자들에게 어떤 가르침을 전달하려 합니다.

토빗기, 유딧기, 에스테르기는 몇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떤 시대를 배경으로 줄거리가 전개되든, 이 책들의 작성 연대는 늦은 편입니다. 세 권 모두 외국에서의 삶 또는 이방인들과의 관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토빗은 아시리아로 유배를 갔고, 유딧도 아시리아와 전쟁 중에 포위되었으며, 에스테르는 페르시아에서 왕비가 됩니다. 그것은 아마도, 이 책들이 많은 유다인들이 외국 땅에 흩어져 살게 된 시대에 작성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토빗기도 이야기 자체가 이스라엘 땅을 떠나 유배지에 있는 이들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를 말하고 있으며 예루살렘으로 돌아갈 날과 예루살렘의 회복을 바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에 아마도 디아스포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토빗기의 줄거리를 보아야 하겠습니다.

아시리아의 니네베로 유배를 간 토빗은 친척과 동족들에게 자선을 베풀며 올바르게 삽니다. 그는 가난한 이들을 돌보고 죽임을 당한 동족의 시신을 묻어주기도 했지만, 불행히도 눈이 멀게 됩니다. 이에 토빗은 하느님께, 곤궁과 모욕을 벗어나도록 죽음을 주시기를 청합니다.

같은 시기에, 메디아의 엑바타나에는 토빗의 친척인 라구엘의 딸 사라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일곱 번 결혼했지만 매번 아스모대오스라는 악귀가 남편들을 죽였습니다. 여종의 조롱을 받은 사라는 하느님께 자신의 목숨을 거두어 주시기를 청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때 하느님께서 그 둘의 기도를 들으시어 라파엘 천사를 파견하십니다. 토빗은 아들 토비야에게 라게스에 가서 자신이 맡겨 둔 돈을 찾아오도록 하는데, 라파엘 천사가 그에게 나타나 길잡이를 하겠다고 자청합니다. 그들은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약을 마련하고, 엑바타나에 이르러 라파엘은 토비야에게 사라와 혼인하라고 권고합니다. 토비야는 물고기의 간과 염통을 태워 마귀를 쫓아내고 사라와 혼인을 하며, 토빗이 맡겨 놓은 돈도 찾아와 니네베로 돌아갑니다. 니네베에 돌아와 라파엘이 말한 대로 물고기의 쓸개를 아버지에게 바르자 토빗은 시력을 되찾았습니다. 라파엘은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하느님께 올라갔습니다. 토빗은 다시 복을 누리다가 세상을 떠났고, 토비야도 영예를 누리며 살다가 죽기 전에 니네베가 멸망하는 것까지 보고 하느님을 찬미하였습니다.

토빗기에서는 선행, 그중에서도 자선을 크게 강조합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토빗이 “아시리아인들의 땅 니네베”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토빗 1,3). 유배를 가기 전, 그는 예루살렘 성전을 순례하며 십일조를 바치는 등 전례 규정을 열심히 준수했던 인물입니다. 그런데 아시리아로 끌려갔을 때에는, 성전에 갈 수가 없습니다. 유배지에서 그가 신앙을 실천하는 길이 선행이고 자선이었습니다. 그는 배고픈 이에게 먹을 것을 주고 헐벗은 이에게는 입을 것을 주며, 죽어서 던져져 있는 동족을 보면 그를 묻어주는 것으로 신앙을 증거했습니다. 이것이 그에게는 율법을 지키고 하느님께 충실하게 살아가는 길이었습니다. “자선을 베푸는 모든 이에게는 그 자선이 지극히 높으신 분 앞에 바치는 훌륭한 예물이 된다”(4,11)는 토빗의 가르침은 이러한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토빗기에서 자선은 단순히 인도적인 덕행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습니다. “자선은 사람을 죽음에서 구해 주고 암흑에 빠져들지 않게 해 준다”(4,10).

이것은 토빗과 마찬가지로 팔레스티나 땅을 떠나 디아스포라에서 살아가던 당시의 수많은 유다인들에게 삶의 지침이 될 수 있었습니다. 토빗은 죽기 전에 아들 토비야에게도, 하느님께서 좋아하시는 의로운 일을 하고 자선을 베풀라는 유언을 남깁니다. 그리고 그는, 이국땅의 유다인들이 하느님께 충실하게 살아간다면 하느님께서 언젠가 그들에게 자비를 베푸시고 흩어진 이스라엘을 다시 예루살렘으로 불러 모아 주시리라고 믿습니다(13장의 기도 참조). 그는 “그날에 구원을 받고 하느님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이스라엘의 모든 자손이 한데 모여 예루살렘으로 가서, 자기들에게 주어진 아브라함의 땅에서 영원히 안심하고 살 것”이라는 희망을 간직하고 있었고(14,7), 그래서 이를 위하여 하느님을 섬기고 선을 행하라고 권고했던 것입니다.

“좋기도 하여라, 우리 하느님께 찬미 노래 부름이. 즐겁기도 하여라, 그분께 어울리는 찬양을 드림이. 주님께서는 예루살렘을 세우시고 이스라엘의 흩어진 이들을 모으신다”(시편 147,1-2).

[평화신문, 2015년 12월 20일, 안소근 수녀(성 도미니코 선교수녀회, 대전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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