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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구약 여행61: 율법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 이는 모두 나를 따라나서시오”(1마카 2,27)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03-21 조회수5,892 추천수1

[안소근 수녀와 함께 떠나는 구약 여행] (61) “율법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 이는 모두 나를 따라나서시오”(1마카 2,27)


율법에 충실한 이들에게 승리를 주신다

 

 

성전 모독에 분노 투쟁 시작 

 

그리스 종교를 강요하던 안티오코스 4세는 예루살렘 성전에 제우스 신상을 세우고 돼지를 제물로 바치게 하여 성전을 모독했습니다. 이 성전 모독은 열심한 유다인들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치명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예루살렘뿐만 아니라 각 지방에서도 이와 같은 상황이 전개되어 모데인에서도 임금의 관리들이 이교 제사를 강요했습니다. 그러자 사제 마타티아스는 그리스 신들에게 제사를 바치라는 왕명을 거부하고 모데인 제단에서 이교 제사를 바치려던 사람을 쳐 죽인 다음, “율법에 대한 열정이 뜨겁고 계약을 지지하는 이는 모두 나를 따라나서시오” 하며(1마카 2,27) 아들들과 함께 산으로 들어가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마카베오 항쟁의 시작입니다.

 

마타티아스가 세상을 떠난 다음 그의 뒤를 이어 항쟁을 이끈 것은 셋째 아들 유다 마카베오였습니다. 그는 기원전 166~160년까지 항쟁을 이끌며 총독 리시아스를 공격하고 그의 군대를 유다에서 몰아내었습니다. 유다 마카베오는 “우리 백성과 성소를 위하여 싸우자”(1마카 3,43)고 사람들을 격려하며 소수의 군대로 “하늘에서 내려오는 힘”(1마카 3,19)으로 승리를 거두었는데, 그의 가장 중요한 업적은 안티오코스 에피파네스 4세가 모독한 성전을 기원전 164년에 정화하여 다시 봉헌한 것입니다. 안티오코스 에피파네스 4세 다음으로 안티오코스 5세가, 그 다음으로는 데메트리오스 1세가 왕위에 오르는데 유다 마카베오는 데메트리오스가 보낸 바키데스와 맞서 싸우다가 전사합니다.

 

다음으로는 유다 마카베오의 막내아들이었던 요나탄이 지도자가 되었습니다(기원전 160~142). 그는 시리아의 정치적 내분을 이용하였습니다. 그에게서 특히 주목할 점은 그가 셀레우코스 왕조의 알렉산드로스에게서 대사제로 임명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이때부터 로마가 팔레스티나를 점령할 때까지 하스몬 집안이 대사제직을 계속 수행하게 되는데, 이것은 합법적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나라들에서라면 임금이 대사제를 임명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으나, 유다에서는 대사제 집안에 속하지 않은 요나탄에게 그 직무가 주어질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율법에 충실하려 했던 일부 유다인들은 더 이상 요나탄을 지지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마카베오 항쟁에 대한 지지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 보이시지요?

 

 

대사제 · 왕위 겸하는 하스몬 왕조

 

요나탄이 잡힌 다음, 마타티아스의 둘째 아들 시몬이 그의 뒤를 이었습니다. 그는 본래 셀레우코스 왕조 출신이 아닌 트리폰이 아니라 데메트리오스 2세를 지지하였고, 이에 데메트리오스 2세는 유다인들에게 면세를, 곧 실제적인 독립을 허용하였습니다. 이로써 유다인들은 독립을 되찾았고, 시몬은 왕직과 대사제직을 겸하는 하스몬 왕조를 시작합니다. “백칠십 년에(기원전 142) 이스라엘은 이민족들의 멍에에서 벗어났다. 백성은 모든 문서와 계약서에 ‘유다인들의 총독이며 지도자인 시몬 대사제 제일년’이라고 쓰기 시작하였다”(1마카 13,41-42). 독립입니다. 후에 그는 사위 프톨레마이오스에게 암살되었고 왕위는 그의 아들 요한 히르카노스에게 넘어갔습니다.

 

자, 이제 이 역사를 어떻게 바라볼까요? 마카베오 상권만 읽으면 이들의 업적을 높이 기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상 마카베오 상권은, 성경에서 대사제직과 왕직을 겸했던 하스몬 왕조의 통치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유일한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그들을 일컬어 “하느님을 대신하여 이스라엘을 구원한 사람들의 후손”이라고까지 말합니다(1마카 5,62). 이러한 말들은 판관들을 지칭하던 신명기계 역사가의 표현을 상기시킵니다. 사실 마카베오 상권은 판관기와 마찬가지로, 전쟁의 역사를 통하여 그 안에서 신앙의 역사를, 하느님께서 엮어 가시는 역사를 봅니다. 승리는 믿음에 대한 응답이고 패배는 죄의 결과로 여겨집니다. 마카베오 집안 사람들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율법에 대한 열성으로 봉기한 사람들이었고 그래서 하느님께서 그들과 함께하시고 그들을 통하여 셀레우코스 왕조의 통치에서 이스라엘을 구해 주셨다는 것이 마카베오 상권의 저자가 마카베오 항쟁을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더 나아가서, 저자는 이렇게 하느님께서 그들과 함께하여 승리를 거둘 수 있게 해 주셨다는 사실이 하스몬 왕조의 정당성을 확증해 주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 책이 작성된 것은 시몬의 아들 요한 히르카노스가 다스리기 시작한 이후이고(기원전 134년) 로마군이 팔레스티나를 점령하기 이전(기원전 63년), 즉 하스몬 왕조가 다스리고 있던 기간 중입니다. 아마도 기원전 100년경이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 시기에 모든 이들이 하스몬 왕가를 이렇게 긍정적으로 보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윗의 후손도 아니면서 왕권을 주장했고 사독 집안도 아니면서 대사제직을 수행했던 이 왕조에 대해서 그리고 무력 항쟁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서도 비판의 소리는 있었습니다. 

 

마카베오 상권의 저자는 마카베오 집안 사람들이 이스라엘을 위해 싸웠다는 것과 특히 율법에 대한 그들의 열성을 크게 강조하지만, 후에 이들이 세습 왕조가 된 다음 얼마나 심한 내분과 권력 다툼을 겪었는지를 생각한다면 그러한 비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외세를 물리치기 위해 분연히 일어났지만, 마지막에는 왕위를 둘러싼 집안 싸움에 로마군을 끌어들였고 이 때문에 나라가 망하게 될 것입니다.

 

[평화신문, 2016년 3월 20일, 안소근 수녀(성 도미니코 선교수녀회, 대전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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