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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이스라엘 이야기: 이집트로 팔려간 요셉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04-04 조회수7,650 추천수1

[이스라엘 이야기] 이집트로 팔려간 요셉


형들의 시기로 팔려간 후 시련 겪으며 새 사람으로

 

 

- 스켐에 묻힌 요셉. 이 무덤은 전승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다.

 

 

아브라함과 달리(창세 12,10-20), 요셉이 이집트로 내려가게 된 계기는 무척 인간적이었다. 열일곱이나 먹은 그의 고자질(37,2), 철없는 꿈 자랑, 야곱의 편애가 그곳으로 팔려가게 만들었다. 이집트 재상 자리에는 오르지만, 가족을 재회하기까지 이십 년 이상 세월이 걸렸다. 이 글에서는 요셉이 시련 끝에 새 사람으로 변모하게 되는 과정과 결과를 풀어보려 한다.

 

요셉은 두 번의 꿈을 꾼다. 꿈은 성경에서 하느님이 계시를 내리시는 수단 중 하나였다(창세 28,12 등 참조). 꿈 내용은 대체로 그 사람의 성격과 동떨어지지 않는다. 주님은 그릇에 맞게 사람을 선택하시고 도구로 쓰시기 때문이다. 요셉은 형들 위에 군림하려는 욕망이 있었던 것 같다. 아버지 야곱이 형을 제치고 장자권을 갈망했듯이. 요셉의 꿈에 그 야망이 드러나는데(37,7-8), 두 번째 꿈에서는 부모마저 그에게 고개를 숙이니(9-10절) 이쯤 되면 아버지의 야망을 넘어선 빙한어수(물에서 나온 얼음이 더 차다는 뜻)라 하겠다. 양 치는 형들을 보고 오라는 아버지 심부름으로 헤브론에서 스켐까지 걸어간 여정에서는 그의 근성이 드러난다(12-14절). 닷새나 되는 거리를 끈질기게 가지 않았나. 사실 이런 기질이 타지에서 이십여 년 버티도록 도와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타인의 감정에는 둔감했다. 오죽하면 형들을 감시하러 가면서도, 질투를 일으킬 ‘긴 저고리’(3절 참조)를 입고 나타났을까? 곧, 요셉에게 근성은 있었으나 꿈에 열중하느라 다른 건 못 보았다.

 

결국 편애의 상징인 저고리는 벗겨지고, 팔려가는 신세가 된다(23절.28절). 형들은 ‘염소’ 피로 아우 ‘옷’에 죽음을 위장하고 아버지를 속인다(31-32절). 야곱이 ‘옷’으로 형처럼 분장하고 ‘염소’ 고기로 아버지를 속였듯(27,1-29), 아들들이 같은 방법으로 자신을 기만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요셉의 종살이는 하느님이 아브라함에게 예고하신 이집트 종살이(15,13)의 전조가 되어 준다. 요셉은 포티파르의 노예가 되지만,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자리까지 올랐다(39,4). 여주인의 유혹을 거절한 탓에 누명을 써서 투옥당하긴 해도, 이 종살이를 통해 그는 마침내 철없고 자기중심적이던 성향에서 벗어나기에 이른다. 특히 포티파르의 아내가 노예로서 누리기 힘든 대가를 약속했을 가능성을 고려하면, 유혹을 뿌리쳤다는 점에서도 그가 매우 도덕적이고 고매하게 변모했음을 알 수 있다. 사람이 시련 속에 성숙해지듯.

 

포티파르는 파라오의 내신이었다. 때문에 요셉은 임금의 죄수들이 갇히는 감옥에 갇혔고(39,20), 헌작·제빵 시종장의 시중을 들게 되었다. 헌작 시종장은 파라오에게 술잔을 올리는 관리이니, 파라오 가까이서 조언자 역할을 맡았을 법하다. 제빵 시종장도 직급 높은 관리였다. 둘 다 다시 나올 기회를 가진 이들이라, 감옥 대우가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요셉이 이들 시중을 들게 되었다는 건 거기서도 신임을 얻었다는 뜻이다. 고자질쟁이 낙인이 찍혔던 그에게 놀라운 발전이 아닌가? 요셉은 두 관리의 꿈을 해몽해주는데, 해몽대로 제빵 시종장은 죽고 헌작 시종장은 직책을 되찾는다(40,21). 덕분에 파라오가 뜻을 알 수 없는 꿈을 꾸자(41,1-17) 헌작 시종장의 추천으로 요셉이 입궁하기에 이른다.

 

-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그는 파라오를 알현하려고 옷을 갈아입고 수염도 깎는데(41,14), 가나안인들은 본디 수염을 명예의 상징으로 보아 깎지 않았다. 이집트에서는 파라오만 수염을 기를 수 있었다. 파라오보다 더 명예로운 이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요셉의 면도는 그가 이집트인으로 정체성을 바꾸었다는 걸 암시해준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듯, 그때부터는 이집트인으로 살아갈 준비를 했다. 이런 외양 변화가 훗날 형들이 그를 알아보지 못한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42,8). 요셉의 해몽대로 흉년이 길어지자 형제들이 곡식을 구하러 내려오고, 그러면서 서로 극적인 해후를 한다. 야곱도 요셉의 생존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내려와, 온 가족이 이집트로 이주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가 전하는 핵심은 이것이다. 요셉도 잘한 것 없고 형들도 악을 꾀했지만, 하느님이 그 악을 선으로 바꾸셨다는 것(50,20). 이 과정에서 형제들은 보다 성숙해졌다(42,21-22 참조). 그 가운데 요셉이 가장 큰 변화를 겪었다. 그리고 그 스스로도 고백하듯 자신의 성공은, 야곱 집안이 기근에서 살아남도록 주님께서 이끄신 섭리였던 것이다(45,7-8).

 

* 김명숙(소피아) - 이스라엘 히브리 대학교에서 구약학 석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예루살렘 주재 홀리랜드 대학교에서 구약학과 강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6년 4월 3일, 김명숙(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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