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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신약 여행6: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07-10 조회수6,992 추천수1

 

[허규 신부와 떠나는 신약 여행] (6)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 예수님께서는 공생활을 시작하면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셨다. 그림은 코시모 로셀리 작 ‘산상설교와 나병환자의 치유’ 중 일부, 1481~1482년, 시스티나성당, 바티칸.

 

 

예수님의 세례와 광야에서의 유혹 이후에 본격적인 활동을 나타내는 것은 갈릴래아에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사건입니다. 아주 짧은 형태로 전해지는 이 선포는 예수님의 활동을 요약해 주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마르코 복음은 아주 단순하게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는 예수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반면에 마태오 복음은 예수님의 선포가 이미 이사야 예언자를 통해 예언되었고 이제 그것이 실제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사야서 8장 23절에서 9장 1절의 내용을 인용합니다.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 4,17). 

 

마태오 복음이 사용하는 용어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하늘 나라’입니다. 마르코나 루카 복음서는 모두 ‘하느님 나라’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마태오 복음은 이것을 하늘 나라로 표현합니다. 마태오 복음서의 주된 독자들은 유다인 출신이었습니다. 그들은 구약 성경을 잘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유다교의 전통에 익숙한 이들이었습니다. 그렇기에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경계하는 의미로 하느님의 이름 대신 장소를 나타내는 하늘을 통해 표현합니다. 

 

예수님의 하느님 나라에 대한 선포를 가장 독특하게 전하는 것은 루카 복음서입니다. 루카 복음은 마태오와 마르코처럼 간단한 선포 대신 하나의 이야기를 통해 하느님 나라의 선포를 대신합니다. 나자렛 회당에서의 희년 선포(루카 4,16-30)는 루카 복음서의 특징을 잘 요약해 주는 부분입니다. 이사야서 61장을 인용하면서 선포되는 내용은 “주님의 은혜로운 해”, 곧 희년입니다. 메시아 시대의 이상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는 이사야서를 통해 이제 하느님의 뜻이 펼쳐지는 새로운 세상을 선포합니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는 예수님의 말씀은 이미 시작되어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하느님 나라’를 설명하는 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신학에서는 이것을 종말론적인 긴장의 시간이라 부릅니다. 종말의 때가 되어 완성될 이 시간을 살아가는 것이 하느님 백성의, 교회 공동체의 삶입니다. 

 

루카 복음에서 희년의 선포와 함께 나자렛에 전해지는 엘리야와 엘리사 예언자의 이야기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하늘이 닫혀 비가 내리지 않는 기근의 시기에 시돈 지방 사렙타의 과부에게 파견된 엘리야(1열왕 17,8-16), 그리고 이스라엘의 나병 환자가 아닌 시리아 사람 나아만을 고쳐준 엘리사(2열왕 5장). 이 두 인물은 이스라엘의 예언자이지만 이방인들에게 기적을 베푼 것으로 구약 성경에 나타나고 예수님은 이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 안에 담겨진 의미는 이미 구약성경 시대에도, 다시 말하면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시기 이전에도 하느님은 이방인을 구원하고자 했다는 것입니다. 당시의 이스라엘 사람들이 생각한 것처럼 하느님의 구원이 유다인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이들을 향해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이야기입니다. 구약성경을 통해 전해진, 모든 이들을 구원하고자 했던 하느님의 의지는 예수님을 통해 그 의미가 온전히 드러나고 실현됩니다. 

 

하느님 나라는 공관 복음서 안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주제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장소적인 어떤 것을 나타낸다기보다 하느님이 왕으로 다스리는, 하느님의 뜻이 백성들 안에 실현되는 관계를 나타내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느님 나라의 백성은 그 다스림을 받고 따르는 이들이고, 그것을 통해 하느님의 뜻이 실현되는 것이 바로 하느님 나라의 모습입니다. 예수님의 삶은, 그의 활동과 가르침은 모두 이 하느님 나라를 드러내고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결국, 하느님 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통해 알려지고 선포되며 그의 행동을 통해 사람들에게 드러납니다.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예수님의 선포와 함께 요청되는 것은 회개와 믿음입니다.

 

[평화신문, 2016년 7월 10일, 허규 신부(가톨릭대 성신교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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