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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바오로 영성의 주제들: 어떻게 기도해야 할까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07-27 조회수6,605 추천수1

[바오로 영성의 주제들] 어떻게 기도해야 할까

 

 

5월은 성모성월, 6월은 예수성심성월입니다. 우리는 계속 교회 전례력 안에서 기도하라는 초대를 받습니다.

 

지난 호에서 바오로에게 ‘몸’은 성화, 인간화, 자기 증여가 이루어지는 장소이며, 영적 제사를 드리는 거룩한 성전임을 성찰했습니다. 이번호에서는 우리가 육신의 한계에도, 하느님 자녀로서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데 필수적인 기도에 대해 바오로가 가르치는 것을 함께 경청하고자 합니다.

 

 

바오로, 기도하는 사도

 

바오로 사도는 제 생애의 시기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지난날 바오로는 저에게 선교사, 신학자로 다가왔습니다. 이런 면모는 바오로의 외적인 측면입니다. 그러나 세월이 갈수록 바오로는 저에게 ‘기도하는 사도’로 다가옵니다.

 

성경에서 기도의 근본 개념은 하느님은 존재하시고, 들어 주시며, 응답하신다는 확신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기도를 들어 주시는 분 당신께, 당신께로 모든 사람이 모여 오니, 죄악 때문입니다”(시편 65,3-4).

 

바오로가 그렇게 바쁜 선교활동을 하면서도 늘 하느님께 기도하는 사도였다는 것은 그의 서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서간을 시작할 때 대부분 자신이 신자들을 늘 기억하고 있는 가운데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립니다. 자신이 복음을 전한 신자들에 대한 기억은 사도가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동기가 됩니다. 자신의 사도직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신자들에게 청하기도 합니다.

 

바오로 자신이 기도하는 사도였고 기도의 힘으로 사도직을 수행했으며, 기도가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았기 때문에, 다양한 공동체에 ‘기도하라.’는 권고를 되풀이합니다.

 

바오로 서간에는 ‘기도에 충실하라.’는 일반적인 권고가 일곱 차례 나옵니다(로마 12,12; 에페 6,18; 필리 4,6-7; 콜로 4,2; 1테살 5,16-18; 1티모 2,1-2; 5,5).이 모든 기도 본문의 공통적인 주제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감사와 기쁨으로, 인내를 가지고, 기도하면서 깨어 있으십시오. 성령 안에서 늘 기도하십시오. 기도 안에서 그리스도를 기억하십시오.’ 이 주제들은 바오로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기도의 특징을 보여줍니다.

 

 

감사와 기쁨으로

 

바오로는 ‘감사’를 그리스도인의 모든 활동에서 가장 본질적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바오로가 신자들의 성장을 위한 권고에서 ‘감사하라.’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에페 5,4; 필리 4,6; 콜로 2,7; 4,2).

 

감사는 적절한 간구기도의 본질적인 요소입니다. 피조물로서 자신의 가난함과 한계를 느끼고 하느님의 거룩한 어좌 앞에 다가가는 인간은, 자신의 삶이 하느님의 은총에 따라 유지되며, 자신의 노력에 앞서 하느님의 은총으로 하느님과 친교가 이루어짐을 알기에 감사드립니다.

 

바오로는 우리에게 자신의 슬픔과 고통을 하느님께 말하기 전에 먼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해주신 일들을 헤아려보고 그것에 대해 감사와 기쁨의 꽃다발을 드리라고 가르칩니다. 감사기도는 자연스레 간구기도로 넘어갑니다. 이것은 우리 인생이 ‘이미, 그러나 아직’이라는 종말론적인 긴장 상태에 살고 있음을 증언합니다.

 

한편으로 우리는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통해 얻게 된 현재의 새로운 삶에 대해 감사하고 기뻐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 우리에게 남아있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간구기도를 바칩니다.

 

 

인내를 가지고 기도하라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이런 기도는 충실한 그리스도인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바오로는 신자들에게 기도하라고 권고할 때 ‘끈질김과 인내’를 강조합니다. 서간에서 ‘끊임없이 기도하라.’는 바오로의 권고는 여러 가지 표현으로 소개하는데 일관된 주제는 ‘인내’입니다.

 

바오로가 끊임없이 기도하라는 것은 하느님께서 못 알아들으셨으니 다시 반복해서 말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아직 이해하지 못하셨으니 조근조근 설명해 드리라는 것도 아닙니다.

 

시편 저자는 “정녕 말이 제 혀에 오르기도 전에, 주님, 이미 당신께서는 모두 아십니다.”(139,4)라고 고백합니다. 바오로가 권하는 이런 기도의 초점은 우리 상황이 우리가 기도하면서 바라는 것과 전혀 다르게 전개될지라도 기도를 들으시는 하느님을 신뢰하고 그분에 대한 믿음을 계속 간직하라는 것입니다.

 

앞에서 열거한 바오로의 기도 구절들을 보면, 충실한 기도는 아무렇게 바치는 기도보다 더 긍정적인 응답을 받는다는 약속도 없습니다. 끊임없는 기도가 어떻게 한 사람의 신앙을 지탱해 주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습니다. 그러나 충실한 기도는, 기도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상황이 자기 생각과 반대로 흘러가더라도, 하느님께서 당신의 충실하심을 그 사람에게 보여주시는 기회를 더욱 많게 할 것입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도를 통해서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기도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을 통해 그리스도인 삶의 궁극적 목표는 하느님 안에서 누리는 영원한 삶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기도하면서 깨어있으라

 

“기도에 전념하십시오.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면서 깨어있으십시오”(콜로 4,2). 바오로가 기도하면서 ‘깨어있으라.’고 권고하는 것은 지속적인 기도는 지속적인 성화의 삶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오실 종말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기도에도 충실하고, 그 기도를 통해 개인적인 성화를 충실하게 이루어갑니다.

 

기도와 성화의 관계는 에페 6,10-18에 잘 드러납니다. 바오로가 ‘악마의 간계에 맞설 수 있도록 하느님의 무기로 완전히 무장하는 것’(6,11 참조)을 다루는 이 대목의 결론으로 제시한다는 것에서 이 관계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여러분은 늘 성령 안에서 온갖 기도와 간구를 올려 간청하십시오”(6,18).

 

기도는 우리가 하느님의 거룩함을 닮게 하며, 잘 의식하지 못하는 내면의 욕망을 알아차리게 합니다. 또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것에 더욱 순종하게 하며, 온갖 유혹을 피할 수 있게 합니다. 성령께서는 우리가 길을 잃지 않고 하느님 자녀로서 합당한 삶이 되도록 우리를 위해 기도하실 뿐 아니라 성령 자체가 기도에 대한 응답이기도 합니다(로마 8,26-27 참조). 기도하며 깨어있으라는 바오로의 권고는 우리 기도와 우리가 하느님 앞에서 거룩하게 살아가는 것 사이에 깊은 관계가 있음을 가르칩니다.

 

 

늘 성령 안에서 기도하라

 

“여러분은 늘 성령 안에서 … 간청하십시오”(에페 6,18). 바오로가 이 구절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모든 사람이 신령한 언어로 기도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바오로는 어떻게 기도하는 것이 “늘 성령 안에서” 간청한다는 것인지 명시적으로 정의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서간 여러 곳에서 ‘성령 안의 기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바오로는 성령 안에서 기도하라고 권할 때, 성령을 통해서 영감을 받고, 성령의 안내를 받아 좋은 결과를 낳는 기도를 하라고 요구합니다. 바오로에게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령의 인도에 따라 살아가는 것입니다(로마 8,1-17; 갈라 5,16-26 참조).

 

성령은 우리가 하느님의 새 피조물이 되게 하는 내적 변화를 일으키시는 분이십니다. 기도 안에서 성령의 인도를 찾는다는 것은 바오로가 바라보는 ‘성령 안의 삶’, 곧 삶 전체에서 성령의 안내를 따른다는 생각에 아주 가깝습니다. 성령 안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특징은 늘 성령 안에서 기도하는 것입니다(갈라 5,25 참조).

 

우리는 인생의 온갖 상황에서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모릅니다(로마 8,26 참조). 그러나 시간과 함께 자라는 영적 성숙은 우리에게 성령의 인도에 대한 감각을 갖게 합니다. 모든 상황은 아니지만 어떤 상황에서 때로 우리가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데 충분한 지혜를 키워줍니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성령 안에서 기도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알게 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규칙적으로 끊임없이 기도해도 별로 나아진 게 없는 것 같으나 여러 해가 지난 뒤에야 우리 안에서 성령께서 어떻게 일하셨는지를 발견하곤 합니다.

 

기도하면서도 영성생활에서 별로 진보하지도 못하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성장하지도 못했다고 여기지만,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세월이 흘러가면서 성령께서 우리 지성을 밝혀주시고, 매우 분명한 방향으로 우리 의지를 움직여주시며, 실천할 힘도 주십니다. 그러므로 성령 안에서의 기도 체험은 기도 직후가 아니라 개인의 영적 역사의 지속성 안에서 판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수님의 생애와 가르침을 기억하라

 

우리는 신앙의 중심에서 “성부의 외아들, 나자렛 사람 예수 그리스도라는 인물을 만나게 됩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426항). 이것은 기도생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도의 우선권은 특별히 예수님의 생애와 가르침에 대한 ‘기억’과 연결됩니다. 그리스도께서 어떻게 사셨고, 무엇을 가르쳤는지는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것에 따라 살도록 계속 훈련하게 합니다.

 

바오로는 로마서에서 서로 갈등관계에 있는 공동체 신자들에게 “여러분을 박해하는 자들을 축복하십시오. 저주하지 말고 축복해 주십시오.”(12,14)라고 권고합니다. 이 말은 바오로의 생각이라기보다는 마태 5,44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라는 말씀을 다르게 표현한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의 기도는 “환난 중에 인내하며”(로마 12,12) 원수들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기도는 그리스도께서 몸소 모범이 되어 주신 삶을 기억하는 순간입니다.

 

 

기도는 세상의 샘

 

바오로는 기도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오로의 기도 구절들은 기도가 기도하는 사람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필리 4,6-7은 이런 종류의 해석에 들어맞는 것처럼 보입니다. 바오로가 어떤 경우에든 지속적인 기도와 간구를 “사람의 모든 이해를 뛰어넘는 하느님의 평화”와 연결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도하는 사람은 세상이라는 사막에 숨겨진 샘과 같습니다. 기도는 보이지 않으나 세상을 바꿀 힘이 있습니다. 기도는 사막의 샘처럼, 주변 세상에 생명을 주고, 세상에 하느님께서 지나가시는 물길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는 세상을 바꾸실 힘이 있으십니다. 아멘!

 

* 임숙희 레지나 - 엔아르케성경삶연구소 대표이며, 대전가톨릭대학교 부설 혼인과 가정신학원에서 가르치고 있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영성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향잡지, 2016년 7월호, 글 임숙희 · 그림 서소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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