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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히브리어 산책: 바이트, 집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08-21 조회수10,466 추천수1

[주원준의 히브리어 산책] 바이트, 집


‘빵의 집’이란 뜻의 베들레헴, 주님 운명의 상징일까

 

 

히브리어로 집은 ‘바이트’다. 성읍과 신전이 생기기 전에 집이 있었다. 집은 사회의 유일한 기관(institution)이자, 살림과 전승의 공간이었다. 구약성경은 집에 대한 이야기로 요약할 수 있다.

 

 

- 바이트. 집을 의미한다. 해당하는 음가를 같은 색으로 표시했으므로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이렇게 홀로 쓰일 때(절대형), ‘바이트’라고 읽는다.

 

 

다양한 집

 

레위기(11장 이하)를 보면, 사제는 종교적 정결뿐 아니라, 일상의 구체적인 정결을 위해서도 힘써야 했는데, ‘집의 정결’도 책임졌다(레위 14,33 이하). 이 규정을 보면, 당시 일반적인 집의 재료를 가늠할 수 있다. 고대 이스라엘인들은 ‘돌과 나무와 흙으로’(14,45) 지었다. 일부 돌을 빼내고 벽의 흙을 긁어내서 수선하는 일도 있었다(14,40-42).

 

잘 사는 집은 고급 재료를 썼다. 아모스 예언자에 따르면 부자들은 “다듬은 돌로”(아모 5,11) 집을 지었다. 아합 임금은 ‘상아 집’을 지었고(1열왕 22,39 “상아 궁”으로 옮겼다), 다윗은 주님께서 천막에 머무르시는데 자신은 ‘향백나무 집’(2사무 7,2 “향백나무 궁”)에 산다고 부끄러워한 적이 있다.

 

 

집의 모든 사람

 

바이트의 의미를 알려면 창세기를 보자. 아브라함이 할례를 받은 이야기에서, 그는 아들 이스마엘과 “집안의 모든 남자들, 곧 씨종들과 외국인에게서 돈으로 산 종들”과(창세 17,23.27) 함께 할례를 받았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아브라함 개인뿐 아니라 그의 자식들과 ‘미래의 그의 집’(창세 18,19 “뒤에 올 자기 집안”)을 염두에 두고 그를 선택하셨기 때문이다.

 

노아도 마찬가지다. 하느님께서 홍수를 일으키시려는 계획을 노아에게 알려주실 때, 하느님은 노아만 살려주신 게 아니다. 하느님은 ‘너와 너의 집이’(창세 7,1 “너는 네 가족들과 함께”) 방주로 들어가라고 명령하셨다. 노아의 의로움이 집 전체를 구한 것이다. 두 일화에서 보듯, 바이트는 가족과 종을 포함하는 말이다.

 

또한 집은 살림의 공간이요 전승의 공간이었다. 핏줄이 이어지고, 체험적·정신적·윤리적인 모든 것이 집에서 전승되었다. 그래서 집은 고대로부터 종교 공동체이자, 총체적인 운명 공동체였다. 집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다스렸지만, 할머니와 어머니의 역할도 중요했다. 집안 조상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창세기는, 큰할아버지들의(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 이야기를 전하면서 큰할머니들의(사라와 레베카와 라헬) 이야기를 잊지 않는다.

 

 

임금의 집

 

바이트는 구약성경에 2000번 이상 나오는 매우 기초적인 단어로서, 그 쓰임새가 무척 넓다. “××임금의 집”은 궁궐, 왕조, 나라 등을 의미했다. 그래서 문맥에 따라 다양하게 옮긴다. 이를테면 ‘베트 파르오’(파라오의 집)는 “파라오의 궁전”(창세 12,15; 예레 43,9), “파라오의 궁궐”(창세 45,2.16; 50,4), “파라오의 궁”(1열왕 11,20), “파라오의 집안”(1사무 2,27)으로 옮겼다. ‘다윗의 집’(베트 다빗)은 “다윗의 집”(1사무 19,12), “다윗 집안”(1사무 20,17; 2사무 3,1 등) 등으로 옮기는데, 문맥에 따라 ‘다윗 왕조’를 의미하기도 한다. 한편 이집트를 자주 ‘종들의 집’(탈출 13,3.14; 20,2 등 “종살이하던 집”)이라고 했다.

 

- 하느님의 집. 베트 엘로힘은 ‘하느님의 집’이란 말이다. ‘엘로힘’은 앞에서 다뤘다. ‘바이트’가 연계형 ‘베트’로 바뀐 것을 볼 수 있다.

 

 

하느님의 집

 

고대 이스라엘인들은 성전을 ‘하느님의 집’(베트 엘로힘)이라 했다. 이 말을 최초로 쓴 사람은 야곱이다. 그는 베텔에서 꿈을 꾸고 경외심에 휩싸여 “이곳은 다름 아닌 하느님의 집이다”(창세 28,17)고 외쳤다. 그리고 그곳의 이름을 베텔이라고 지었는데, 이 말도 ‘신의 집’(베트 엘)이란 뜻이다. 이후 예루살렘 성전도 하느님의 집이라고 했는데(이사 2,3 등), 이 전승을 이어 예수님은 “내 아버지의 집”(요한 2,16)이라 하셨다.

 

베들레헴. 베들레헴은 히브리어로 ‘베트 레헴’이다. 레헴은 빵을 의미하므로, 이 지명은 ‘빵의 집’으로 새길 수 있다. ‘바이트’가 이렇게 뒷말(레헴)에 연계될 때, ‘베트’로 바뀐다(연계형).

 

 

구약성경의 집

 

어찌 보면 구약성경은 집에 대한 이야기로 요약할 수도 있다. 구약성경은 집안의 할아버지들과 할머니들의 이야기(창세기)에서 시작하여, 종살이의 집(파라오의 집)을 극적으로 탈출한 이야기(탈출기)로 이어지고, 결국 참된 하느님의 집을 지었다가(솔로몬) 그 집을 빼앗겼다가(유배) 재건하는(귀환) 사건을 거쳐, 장차 다윗의 집안에서 메시아가 나오리라는 기대로 끝난다. 메시아께서 나실 곳은 베들레헴(미카 5,1)인데, 이곳은 히브리어로 ‘베트 레헴’, 곧 ‘빵(레헴)의 집’이란 뜻으로 새길 수 있다. 만민에게 밥이 되실 그분의 운명을 상징하는 듯하여 생각할수록 뜻깊은 지명이다.

 

* 주원준(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 독일에서 구약학과 고대 근동 언어를 공부한 평신도 신학자다.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위원, 의정부교구 사목평의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6년 8월 21일, 주원준(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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