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세계] 대사제 이스라엘 사제 집단은 상류계급에 속했다. 신정체제였기 때문이다. 대사제는 백성 가운데 최고 신분으로 통했고 유일하게 지성소에 들어갈 수 있었다. 야훼의 전권이 일임되었다고 받아들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최고 행정기관인 산헤드린 의장도 겸했다. 율법에 의해 세습되었고 종신직이었으며 처녀와만 혼인해야 했다. 대사제 자격에 대한 조건은 레위기 21장에 있다. 최초의 대사제는 레위지파 아론으로 모세보다 3살 많았다(탈출 7,7). 야훼의 명령으로 모세는 그에게 기름을 붓고 대사제로 성별했다(레위 8,12). 기름은 올리브 열매에서 짜낸 것으로 값비싼 향료를 섞었다. 이후 아론의 뒤를 잇는 대사제는 ‘기름 부음 받은 자’라 불리게 된다. 아론이 죽자 셋째 아들 엘아자르가 대사제 직을 이어 받는다(민수 20,26). 엘아자르는 주님께서 도우셨다는 뜻이다. 첫아들과 둘째는 아론보다 먼저 죽었기 때문이다. 다윗시대 대사제였던 차독은 엘아자르 직계였다. 아론은 모세와 함께 이집트 탈출의 일등공신이었고 온갖 고생을 겪으며 백성을 이끈 지도자였다. 이스라엘은 광야생활에서 국가체제를 갖춘다. 통치자는 야훼였다. 그렇게 하기로 계약을 맺었던 것이다. 신정국가(神政國家)다. 종교행위는 야훼와의 만남이었기에 매우 중요했다. 공동체는 그러한 종교행위를 레위지파에 일임한다. 모세가 레위지파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론의 직계에겐 종교직의 핵심인 대사제 신분을 이어가도록 했다. 개신교에선 대사제를 대제사장이라 한다. 공동번역과 새 번역 성경에선 대사제로 통일했다. 율법에 의하면 대사제는 한 명이다. 그런데 다윗시대에는 두 명이 등장한다. 아론의 셋째아들 엘아자르의 후손 차독과 넷째아들 이타마르 후손 아히멜렉이다(1역대 24,3). 정치적 배려였다. 솔로몬은 왕이 되자 이타마르 계열을 제거한다(1열왕 2,27). 왕이 될 때 아도니야를 지지했기 때문이다. 이후 대사제는 차독 한 명으로 정리되지만 전례는 남았다. 훗날 이스라엘 통치자들이 대사제를 해임해도 반박할 수 없는 선례였다. 로마 시대 헤로데 가문은 대사제를 많이 바꿨다. 차독가문이 아닌 평범한 사제 가문에서도 임명했다. 기름 붓는 의식도 없앴고 서품식으로 대체했다. 대사제 권위를 뿌리째 흔든 조치였다. 대사제는 정치 권력자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예수님 시대 대사제는 카야파였다(요한 18,13). 기원후 18년부터 36년까지 18년간 대사제 직에 있었다. [2016년 11월 6일 연중 제32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의령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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