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규 신부와 떠나는 신약 여행] (23) “나와 함께 기뻐해 주십시오. 잃었던 내 양을 찾았습니다.”(루카 15,6)
품안을 떠난 이 되찾은 하느님의 기쁨 잃었던 것을 되찾은 기쁨을 표현한 비유들 공관 복음서에서 볼 수 있는 특징 중 하나는 예수님의 비유를 모아놓았다는 점입니다. 마태오 복음 10장, 마르코 복음 4장 그리고 루카 복음 15장은 비유를 전합니다. 특별히 루카 복음은 비유 중에서 자신의 고유한 전승에서 온, 다른 복음서에서는 찾을 수 없는 비유를 많이 담고 있습니다. 루카 복음 15장에서 전하는 비유는 하나의 주제로 묶을 수 있을 정도로 특징적입니다. ‘되찾은 양의 비유’, ‘되찾은 은전의 비유’와 함께 ‘되찾은 아들’의 비유를 전합니다. 세 비유 모두 잃었던 것을 되찾은 기쁨을 표현해 준다는 점에서 하나의 주제를 다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비유는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의 투정 섞인 말로 시작됩니다. “저 사람은 죄인들을 받아들이고 또 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군.” 결국 이 비유들은 소외된 이들, 당시에 사람들이 죄인으로 생각하던 이들에 대한 것이면서 그들을 받아들이는 예수님 자신에 대한 것이기도 합니다. 루카와 마태오 복음에서의 비유 되찾은 비유는 루카와 마태오 복음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마태오 복음은 이 비유를 “어떤 사람”(마태 18,12)으로 시작하지만 루카 복음은 “너희 가운데 어떤 사람”이라고 표현합니다. 마태오와 비교해서 루카가 전하는 예수님의 비유는 조금 더 직접적으로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을 향해 있습니다. 마치 그들의 불만에 예수님께서는 비유를 통해 답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내용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양 백 마리를 가진 이가 그중에 한 마리의 양을 잃으면 아흔아홉 마리를 둔 채 잃은 양을 찾아 나선다는 내용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그다지 합리적이지 못한 선택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한 마리를 위해 아흔아홉 마리의 양을 버려두는 것이 정말 가치 있는 일인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 한 마리를 잃으면”이라는 표현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여기서 ‘잃다’는 단순한 분실이나 손실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죽을 위험에 처해 있는 상황을 암시합니다. 마치 우리말에서도 ‘잃다’는 표현이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나타낼 때에도 쓰이듯 이 한 마리 양이 처한 상황 역시 비슷합니다. 그렇기에 죽을 위험에 있는 한 마리의 양을 찾아 나서는 목자의 비유는 죄인들을 받아들이고 함께 음식을 먹는, 그들을 생명에로, 진정한 삶으로 되돌리는 예수님에 대한 비유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 비유는 공동체에 대한 비유이기도 합니다. 무리에서 벗어난 한 마리의 양은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그의 위험은 공동체로 돌아올 때, 다시 공동체 안에 받아들여질 때 사라질 것입니다. 은전의 비유도 똑같은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지고 있던 것을 잃고, 그것을 찾기 위해 애쓰며, 찾은 뒤에 기뻐한다는 내용입니다. 아마도 당시에 사용하던 은전 한 닢은 하루치 품삯의 가치일 것입니다(마태 20,13 참조). 제법 큰 가치인 은전을 잃었다는 것은 잃은 것이 하찮지 않은 소중한 것임을 표현합니다. 등불을 켜고 집 안을 샅샅이 뒤진다는 내용은 당시 사람들의 일상과 잘 어울립니다. 그들에겐 집을 환하게 밝히는 등이 없던 시대이기에 어두운 집 안을 살피는 과부의 노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두 비유에서 공통적인 것은 잃은 것을 찾았을 때의 ‘기쁨’입니다. 루카 복음은 그 기쁨을 하늘의, 하느님 천사들의 기쁨이라고 표현합니다. 결국, 이 비유들은 ‘하느님의 기쁨’을 이야기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잃은 양과 은전을, 원래 하느님의 품 안에 있던 이들을 되찾는 것에 기뻐하신다는 사실입니다. 잃은 것을 찾아나선 이는 바로 하느님 여기서 잃은 양과 은전은 예수님께서 함께했던 죄인들을, 아흔아홉 마리의 양과 은전 아홉 닢은 이미 하느님의 공동체 안에 있는 이들을, 목자와 과부의 모습은 예수님을 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잃은 이들을 찾아 나서고 그것은 바로 하느님의 기쁨입니다. 잃은 양을 찾아 어깨에 메고 돌아오는 예수님,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자비의 해’를 나타내는 상징은 바로 잃은 사람을 마치 양처럼 어깨에 메고 오시는 예수님의 모습입니다. [평화신문, 2016년 11월 13일, 허규 신부(가톨릭대 성신교정 성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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