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세계] 아비삭 다윗은 왕이 되어 40년간 다스렸고 70세에 죽었다. 칠순이 가까울 무렵 옷을 껴입고 이불을 덮어도 몸이 따뜻해지지 않았다. 찬 기운이 가시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자 신하들이 제안했다. ‘임금님께 젊은 처녀 하나를 구해드려 시중들고 모시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처녀를 안고 주무시면 임금님 몸이 따뜻해질 것입니다.’(1열왕 1,2) 다윗은 응했다. 이렇게 해서 왕궁에 들어온 여인이 아비삭(Abishag)이다. 수넴 지역에 살던 아리따운 처녀였다. 아비삭은 기력이 쇠한 다윗을 지성껏 모셨다. 다윗은 봉양은 받았지만 몸을 섞지는 않았다. 처녀의 몸을 빌려 원기를 돋운다는 것에 비애를 느꼈을지 모를 일이다. 수넴(Shunem)은 이스라엘 중부 지역 도시로 현재 지명은 술람(Sulam)이다. 예부터 미인이 많았다고 한다. 다윗이 아비삭의 봉양을 받자 후계자 다툼은 본격화된다. 왕자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물밑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맏아들 암논과 둘째 압살롬은 사라진 뒤였다. 왕위서열은 자연스레 셋째 아도니야 몫이었다. 하지만 밧 세바가 있었다. 자신이 낳은 아들을 왕으로 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눈치챈 아도니야는 선수를 친다. 추종자와 함께 왕위를 기정사실로 하는 제사를 올린 것이다(1열왕 1,9). 하지만 다윗은 아직 살아있었다. 밧 세바는 아도니야를 고발하며 후계자 지명을 압박한다. 침소를 찾았을 때 아비삭은 시중들고 있었다(1열왕 1,15). 밧 세바는 다윗과의 첫 만남이 생각났을 것이다. 이후 예언자 나탄의 가세로 솔로몬은 후계자로 선언된다. 아도니야 측은 승복했기에 목숨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다윗이 죽었다. 그런데 아도니야는 놀랍게도 아비삭을 아내로 달라고 밧 세바에게 청한다. ‘모후께서도 아시다시피 이 나라는 제 것이었습니다. 온 이스라엘도 제가 임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우의 것이 되었습니다. 모후께 한 가지 청을 드립니다. 수넴 여자 아비삭을 제게 주어 아내로 삼게 해 주십시오(1열왕 2,15-17). 정말 그랬을까? 그랬다면 반전을 꾀한 것이다. 다윗의 여자 아비삭을 취해 재도전의 발판을 내다본 것이다. 그러지 않았다면 솔로몬 측이 아도니야를 제거할 구실을 만든 것이다. 역사적 진실은 알 수 없다. 나이 들면 젊은 육체가 부러워진다. 가까이하면 회춘한다는 속설이 있다. 중국 소녀경(素女經)이 대표적이다. 서양에선 슈나미티즘(shunamitism)이라 한다. 어원은 수넴 여자다. 열왕기에 등장하는 수넴 출신 아비삭에서 유래된 말임을 알 수 있다. [2017년 3월 26일 사순 제4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의령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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