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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신약 여행84: 사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날카롭습니다(히브 4,12)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1-28 조회수5,931 추천수0

[허규 신부와 떠나는 신약여행] (84) “사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날카롭습니다”(히브 4,12)


‘말씀하시는 하느님’ 통해 구원의 역사 전해

 

 

히브리서는 (모세) 오경, 시편 등 구약성경의 내용들을 많이 인용하고 있다. 그림은 히브리인 출신 아기 모세가 강가에서 파라오의 딸에게 발견되는 장면을 그린 율리우스 카롤스펠트 작 ‘모세의 탄생’. 출처=「아름다운 성경」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서간(이하 히브리서)은 신약성경의 서간들 중에 독특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은 이 편지를 읽으면서 이해하기 쉽지 않고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서간의 형식이긴 하지만 신약성경의 서간들이 전하는 내용과는 조금 다르게 신학적인 언급이 주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사도 후대의 기록으로 추정 

 

전통적으로 히브리서는 바오로 사도의 서간으로 구분되었습니다. 오래된 성경의 순서에 보면 히브리서는 바오로 사도 서간의 마지막에 놓여 있습니다. 서간을 보낸 이가 누구인지 표명되지는 않지만, 서간의 마지막에 표현되는 “우리 형제 티모테오”는 바오로 사도를 생각하게 합니다. 내용적인 면에서 보면 바오로 사도의 생각과 비슷한 내용들도 발견됩니다. 하지만 바오로 사도에게서 찾을 수 없는 여러 표상이나 비유, 그리고 바오로 사도보다 후대에 기록되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여러 내용들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많은 학자는 이런 내용과 함께 히브리서의 저자가 바오로 사도보다는 후대의 사람이며 신앙의 전통에 밝은 사람이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서간 안에서 수신인 역시 “히브리인들”이라고 표현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간의 많은 내용이 구약성경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유다인 출신의 신앙인들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서간이 저자나 수신인에 대해 명확한 정보를 전해주지 않지만, 히브리서는 1세기 후반의 교회 공동체가 처한 상황을 전한다는 점에서 1세기 후반에 기록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히브리서는 시작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께서 예전에는 예언자들을 통하여 여러 번에 걸쳐 여러 가지 방식으로 조상들에게 말씀하셨지만, 이 마지막 때에는 아드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히브 1,1-2) 히브리서에서 찾을 수 있는 특징 중에 하나는 ‘말씀하시는 하느님’ 또는 ‘하느님 말씀’에 대한 강조입니다. 이것을 통해 창조 때부터 지속되는 하느님의 말씀을 통한 구원의 업적을 요약합니다. “아드님은 하느님 영광의 광채이시면 하느님 본질의 모상으로서, 만물을 당신의 강력한 말씀으로 지탱하십니다.”(히브 1,3) 

 

이런 특징은 히브리서 전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히브리서의 생각은 서간 전체를 통해서도 드러납니다. 히브리서는 초대 교회의 다른 어떤 기록보다 훨씬 많은 구약성경의 내용들을 인용합니다. 그 분포를 보면 창세기를 비롯한 (모세)오경, 시편, 예레미야와 이사야를 중심으로 한 예언서들 그리고 집회서나 잠언과 같은 지혜문학의 책들도 포함됩니다. 그중에 눈에 띄게 많은 것은 (모세)오경입니다. 가르침이나 계명이라고 말할 수 있는 토라, 곧 (모세)오경의 많은 인용은 히브리서가 처음부터 강조하는 ‘말씀하시는 하느님’을 잘 보여줍니다.

 

 

하느님 말씀, 믿음 통해 교회에 전해져 

 

구원의 역사에 있어서 하느님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하는 히브리서는 하느님과 예수님의 관계에 대해서도 ‘말씀’을 통해 설명합니다. “아드님과 관련해서는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중략) 당신께서 정의를 사랑하시고 불의를 미워하시기에 하느님께서, 당신의 하느님께서 기쁨의 기름을 당신 동료들이 아니라 당신께 부어 주셨습니다. 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중략) 그러나 당신께서는 언제나 같으시고 당신의 햇수는 끝이 없을 것입니다.”(히브 1,8-12) 하느님의 말씀은 외아들인 예수님께 국한되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그 자체로 살아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사람 속을 꿰찔러 혼과 영을 가르고 관절과 골수를 갈라, 마음의 생각과 속셈을 가려냅니다.”(히브 4,12) 이런 하느님의 말씀은 믿음을 통해 교회 안에서 전해집니다.(히브 13,7) 그리고 성경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집니다. 그 말씀은 과거의 어떤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전해지는 말씀입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1월 28일, 허규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성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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