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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예수님 이야기58: 돈 좋아하는 바리사이들, 부자와 라자로(루카 16,14-31)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4-08 조회수4,985 추천수0

[이창훈 기자의 예수님 이야기 - 루카복음 중심으로] (58) 돈 좋아하는 바리사이들, 부자와 라자로(루카 16,14-31)


죽었다 살아난 이들의 말도 믿지 않을 사람들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는 재물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생생하게 일깨워준다. 사진은 11세기의 그림 성경책에 나오는 부자와 라자로 이야기. 독일 뉘른베르크, 독일 국립박물관 소장.

 

 

루카복음 16장 전반부(16,1-13)가 하느님 나라에 들기 위해 재물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다룬다면, 후반부(16,14-31)는 재물을 올바로 사용하지 못했을 때에 어떤 결과를 보게 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합니다. 후반부는 돈을 좋아하는 바리사이들에게 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으로 시작합니다.

 

 

돈을 좋아하는 바리사이들의 참모습(16,14-15)

 

재물을 올바로 사용하고 하느님을 섬길 것인지 재물을 섬길 것인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말씀에 “돈을 좋아하는 바리사이들이” 비웃습니다.(16,14) 

 

구약에서는 재물을 하느님의 축복으로 보았습니다. 행복과 성공, 재물은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는 이들에게 하느님께서 주시는 복이었습니다.(신명 28장 참조) 예수님 시대에 바리사이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부와 성공이 하느님께 순종하는 이들에게 내리는 하느님의 복이라면, 반대로 가난과 질병은 하느님의 법을 지키지 않는 죄인에게 내리는 벌로 여겨졌습니다. 바리사이들은 스스로 계명을 잘 지킨다고 여겼고 그래서 재물을 많이 모으는 것은 하느님의 축복으로 여겼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예수님의 말씀에 비웃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런 바리사이들에게 “너희는 사람들 앞에서 스스로 의롭다고 하는 자들이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너희 마음을 아신다”고 하시면서 “사람들에게 높이 평가되는 것이 하느님 앞에서는 혐오스러운 것”이라고 지적하십니다.(16,15) 이미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들과 율법 교사들을 호되게 질타하신 적이 있습니다.(루카 11,37-54) 하느님께서는 겉이 아니라 속을 보십니다.(1사무 16,7) 따라서 예수님의 이 말씀은 하느님께서 돈을 좋아하는 바리사이들의 속마음을 아시기에 그들이 사람들에게 높이 평가받을지 몰라도 오히려 혐오스럽게 보신다는 것입니다.

 

 

율법과 하느님의 나라, 아내를 버리지 마라(16,16-18)

 

루카 복음사가는 이어서 앞 대목과는 문맥상 별 상관 없이 보이는 예수님의 말씀들을 전합니다. 우선 율법과 하느님 나라에 관한 것인데, 율법과 예언자들의 시대가 요한으로 끝이 나고, 이후에는 하느님 나라의 복음이 전해지고 있는데, 모두 이 나라에 들어가려고 힘을 쓴다는 것입니다.(16,16) ‘율법과 예언자들의 시대’는 바로 율법과 예언서를 가리키는 것으로 구약성경을 가리키는 데 자주 쓰이는 표현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말씀은 요한으로 구약 시대가 끝나고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는 예수님과 함께 신약이 시작됐음을 의미합니다. 학자들은 “모두 이 나라에 들어가려고 힘을 쓴다”는 표현은 예수님의 부활 후 초대 교회에서 많은 이들이 교회 공동체에 들어오고 있음을 가리킨다고 풀합니다. 어쨌거나 이 말씀은 요한 세례자로 끝나는 구약의 시대와 예수님으로 시작하는 신약의 시대를 구분 짓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어오는 두 말씀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는 “율법에서 한 획이 빠지는 것보다 하늘과 땅이 사라지는 것이 더 쉽다”(16,17)는 말씀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말씀은 율법과 예언서의 시대인 구약과 예수님의 시대인 신약을 구별하는 바로 앞 말씀과 달리 예수님 시대인 신약에서도 율법이 그대로 유효함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아내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혼인하는 자는 누구나 간음하는 것이다.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자와 혼인하는 자도 간음하는 것이다”(16,18)라는 말씀입니다. 구약에서는 아내가 추해서 눈에 차지 않으면 이혼장을 써주고 버려도 된다고 했는데,(신명 24,1) 예수님의 말씀은 구약의 규정을 배격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마태 5,17)는 말씀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혼인과 관련되는 말씀은 구약의 폐기가 아니라 보완입니다. 아내를 버려서는 안 된다는 말씀은 예수님께서 일부일처제를 혼인 제도로 세우셨다는 것과 함께 여성의 품위를 그만큼 들어 높이셨음을 보여줍니다.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16,19-31)

 

루카복음에만 나오는 이 이야기는 재물과 율법에 관한 예수님의 가르침을 비유로써 생생하게 표현하면서 핵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비유에 나오는 라자로는 ‘하느님께서 도와주신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거지 라자로는 가난한 이들이 하느님 나라를 차지한다는 예수님의 가르침과 잘 맞는다고 하겠습니다. 

 

날마다 호사스럽게 지내는 부자와 달리 라자로는 종기투성이의 몸으로 식탁에서 떨어지는 빵부스러기로 허기를 채우는데, 개들까지 와서 종기를 핥곤 합니다. 요즘과는 달리 당시 성경의 세계에서 개는 혐오스럽고 고약하고 부정한 짐승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렇다면 라자로는 그 부정한 개보다도 못한 삶을 사는 셈입니다. 

 

그러나 죽은 다음 곧 저승에서의 상황은 완전히 바뀝니다. 라자로는 아브라함 할아버지 품에서(하느님 나라에서) 위로를 받고 있지만, 부자는 불길 속에서(지옥에서) 고초를 겪습니다. 부자가 고통 속에서 손가락 끝에 물을 축여 혀를 식히게 해달라고 청원하지만, 부자와 라자로 사이에는 큰 구렁이 있어서 서로 오가지 못한다며 아브라함이 거절합니다. 부자는 다시 그러면 라자로를 자기 형제들에게 보내 형제들만이라도 이 고통스러운 곳에 오지 말도록 해달라고 청하지만 아브라함은 그들이 율법과 예언자들의 말을 들으면 된다며 거절하지요. 부자는 죽었던 라자로를 보내야 형제들이 말을 들을 것이라고 애원하지만, 아브라함은 율법과 예언자들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은 죽었다가 살아난 이의 말도 듣지 않을 것이라고 거절합니다.

 

 

생각해 봅시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영리하게 처신하고(약은 집사의 비유) 재물로라도 친구를 사귀라고, 가난한 이를 도와주라고(재물의 올바른 이용) 말씀하셨지만, 부자는 날마다 호화로운 생활을 하면서도 가난한 라자로에게 아무런 동정을 베풀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부자는 죽어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고통을 겪습니다. 반대로 라자로는 가난하고 병들고 부정한 개까지 와서 그의 종기를 핥는 버림받는 이를 대표합니다. 그는 죽어서 천국으로 상징되는 아브라함의 품에서 위로를 받습니다. 라자로는 ‘참 행복’ 선언(루카 6,20-21)에서 이야기하는 행복한 사람의 표본입니다. 

 

부자와 라자로의 완전히 상반되는 운명은 우리에게 재물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 줍니다. 가난한 이를 도우라는 것이지요. 

 

다른 한편으로, 저승에서 부자가 고통을 겪고 있는 곳과 라자로가 위로를 받고 있는 곳 사이에 큰 구렁이 가로놓여 있어서 서로 오갈 수 없다는 것은 내세의 삶은 현세의 삶에서 결정되고 그 결정은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다시 말해서 단 한 번뿐인 현세의 삶을 어떻게 사느냐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아브라함은 부자에게 “율법과 예언자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누가 다시 살아나도 믿지 않을 것”(16,31)이라며 라자로를 형제들에게 보내달라는 부자의 청을 거절합니다. 율법과 예언자들의 말 곧 예언서는 구약성경을 가리킵니다. 반면에 라자로가 부자의 형제들에게 가는 것은 죽은 이가 살아나는 기적과 관련됩니다. 따라서 아브라함의 말은 성경 말씀을 듣지 않는 사람은 기적이 일어나도 믿지 않으리라는 것이고, 이는 반대로 기적을 찾기보다는 성경 말씀에 충실해야 한다는 가르침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지요?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4월 8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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