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세계] 아람어 아람어(Aram語)는 아람 민족 언어다. 이스라엘과 북쪽 국경을 맞대면서 수없이 싸웠던 민족이다(1열왕 20,1-2). 수도는 다마스쿠스였고 이들의 후신이 지금의 시리아다. 문둥병에 걸렸다가 예언자 엘리사를 만나 완쾌된 나아만 장군은 아람의 군인이었다(2열왕 5,1). 한때는 메소포타미아 대부분 지역을 장악하기도 했다. 히브리인과 모습이 비슷했고 기원전 16세기부터 시리아 북쪽 하란 지방에 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람어는 이스라엘 문헌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예수님은 히브리어가 아닌 아람어를 사용하셨다. 신약성경엔 그분 말씀을 발음 그대로 기록한 말이 있다. 에파타(마르 7,34)와 탈리타 쿰(마르 5,41)이다. 이 말씀을 하시자 곧바로 기적이 일어났기에 놀란 목격자들이 발음 그대로 전했던 것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아람어다. 십자가 죽음에서 남기신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마르 15,34)’도 아람어다. 시편 22장에 나오는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나이까?’라는 구절이다. 유대인은 시편을 읊조리며 임종하는 관습이 있었다. 예수님께서도 시편을 외우시며 숨을 거두셨던 것이다. 히브리어는 아브라함 가족이 고향땅 우르에서 사용했던 말이다. 우르는 메소포타미아 남쪽에 있던 도시국가였다. 이들은 진흙을 빚은 점토판에 문자를 새긴 뒤 말리거나 구워서 문서를 만들었다. 토판(土版) 기록이다. 이렇듯 히브리어는 메소포타미아 언어에서 출발했다. 이후 아브라함은 가나안에 정착했고 히브리어는 그곳 언어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다 야곱 일행은 이집트로 이주했고 그곳에서 430년을 살았다(탈출 12,40). 이집트어와 부딪치지 않을 수 없었다. 히브리어는 주변 문화의 영향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한 언어다. 독보적 언어는 아닌 것이다. 기원전 722년 아시리아는 북이스라엘을 멸망시키고 주민을 포로로 끌고 갔다. 사마리아엔 아람어를 사용하는 외국인을 이주시켰다. 남쪽 유다도 공격했는데 ‘랍 사케’ 장수는 투항을 권하면서 아람어와 히브리어를 동시에 사용했다(2열왕 18,26). 유다국 역시 바빌론 식민지가 되자 백성들은 아람어 문화권에서 살아야 했다. BC 538년 페르시아는 메소포타미아를 통일하곤 아람어를 공용어로 선언한다. 식민지 입장에선 행정언어가 된 것이다. 가나안에선 상용어가 되었고 200년 넘게 지속되었다. 그리스 지배를 받을 때도 민중 언어는 여전히 아람어였다. 유대인 역시 아람어를 사용했고 히브리어는 전례 용어로만 남아있었다. 최근 이라크는 아람어를 공용어로 지정했다. [2018년 4월 8일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 주일) 가톨릭마산 12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신안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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