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규 신부의 성경풀이] 예수님 시대의 일상 복음서는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를 사건과 가르침에 초점을 맞춰 전합니다. 복음서의 목적은 예수님의 일생을 그대로 담는 것이 아니라 그의 구원 업적을 전하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까닭에 복음서가 전하는 내용을 통해 실제적인 삶의 모습을 그대로 구현할 수는 없지만 여러 흔적들과 함께 예수님을 비롯한 당시 사람들의 일상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 시대의 사람들은 화려한 옷을 입지는 않았습니다. 그들이 입었던 기본적인 옷은 발까지 내려오는 긴 속옷이었습니다. 지금 사제들이 입는 하얗고 긴, 장백의와 비슷했을 것입니다. 이런 긴 속옷 위에 겉옷을 입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옷차림이었습니다. 겉옷은 계급이나 계층에 따라 차이가 났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분의 옷을 가져다가 네 몫으로 나누어 저마다 한몫씩 차지하였다. 속옷도 가져갔는데 그것은 솔기가 없이 위에서부터 통으로 짠 것이었다.”(요한 19,23) 그리고 유다인 남자들은 “테필린”이라고도 부르는 성구갑을 심장에 가까운 왼쪽 팔과 이마에 착용하고 다니기도 했습니다.(신명 11,18 참조) 말 그대로 성구갑 안에는 오경에 나오는 가르침을 기록한 양피지를 넣었습니다.(마태 23,5 참조) 지금도 일부 유다인들은 전통에 따라 이마와 왼팔에 성구갑을 차고 기도합니다. 유다인들의 전통적인 양식은 빵입니다. 보통 둥근 형태의 납작한 빵을 가정에서 구워 먹는 것이 당시의 일반적인 식사였습니다. 이 빵과 함께 팔레스티나에서 많이 나는 올리브나 치즈 그리고 다른 야채와 함께 곁들여 먹습니다. 아마도 갈릴래아 주변에서 주로 활동했던 예수님과 제자들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호수에서 나는 생선들도 주된 양식으로 삼았을 것입니다. 기록에 보면 생선은 고대 지중해 문화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소개됩니다. 지중해를 끼고 있고 큰 호수가 있던 팔레스티나 역시 비슷했습니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에서 이런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의 식사 공간은 따로 마련되어 있었고 많은 경우 신을 벗고 앉아서 낮은 식탁에서 먹는 형태였을 것입니다.(루카 7,44 참조) 팔레스티나의 전통적인 가옥은 더운 날씨 탓에 외부의 열기를 막기 위한 창이 거의 없었다고 전해집니다. 집안은 여러 방으로 구분된 것이 아니라 함께 생활하는 형태였습니다. 그리고 집안에는 먹을 것을 보관하는 저장실의 역할을 하는 공간도 있었습니다.(마태 6,6 참조) 이런 집안은 어두울 수밖에 없었고(루카 15,8 참조) 낮에는 주로 안뜰이나 지붕이 생활의 중심이었을 것입니다.(루카 5,19 참조) 고대 사회에서 공통된 것이지만 유다인들 역시 남자들은 밖에 나가 일을 하고 여자들은 집에 머물며 가사 전반에 걸친 일을 했습니다. 특히 예수님 시대에도 집과 부엌은 여자들의 공간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들의 일상을 배경으로 한 되찾은 은전의 비유나 누룩의 비유는 당시 사회적으로 소외되었던 여자들에 대한 예수님의 관심을 잘 보여줍니다.(루카 15,8-10; 마태 13,33) [2018년 4월 22일 부활 제4주일(성소 주일) 서울주보 4면, 허규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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