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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경 첫걸음: 역사서에 대해 알아볼까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4 조회수7,649 추천수0

[성경 첫걸음] 역사서에 대해 알아볼까요

 

 

“현대인들은 역사를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Fact)에 대한 기록으로 여기지만, 고대인들은 ‘과거의 사건을 통해서 무슨 가르침을 얻을 것인가’(Truth)에 관심을 집중한다”(《성서 입문》, 114쪽).

 


Q ‘역사서’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A 구약성경에는 사료에 근거하여 역사적 사실을 서술한 내용의 책들이 존재하며, 문학 유형으로 볼 때 ‘역사서’의 범주에 속합니다. 이스라엘 민족이 하느님의 백성으로 되어 가는 오경 이야기에 이어서 역사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전체적으로 보여 줍니다. 즉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 땅에 국가를 세우고 성장하다가 멸망과 유배라는 치욕스러운 상황까지 떨어지고, 다시 자기들의 땅으로 돌아와 성전의 전례를 중심으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이야기죠. 역사서는 크게 신명기계 역사서, 역대기계 역사서, 후기 역사서로 분류합니다.

 

 

Q 신명기계 역사서가 무엇이죠?

 

A 신명기계 역사서는 중심 신학 사상과 문체가 신명기의 영향을 받아 저술된 책들을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저술 시기는 당연히 신명기가 최종 편집된 후, 즉 바빌론 유배가 끝나갈 기원전 6세기 중반 이후라고 볼 수 있겠네요. 지난 호에서 언급하였듯이, 오경의 마지막 책인 신명기는 법전과 모세의 연설문으로 이루어진, 오경의 종합이요 결론에 해당하는 책입니다. 하느님의 백성 이스라엘은 한 분이신 하느님을 모시고 하나의 예배를 드리며 신앙을 고백하라는 명령에 충실할 때 복을 받고, 불성실하면 저주를 받는다는 내용이죠.

 

성전과 왕궁의 서기관으로 추정되는 신명기계 역사서의 편집자들은 이스라엘에 닥친 ‘멸망과 유배’라는 재앙의 원인을, 한 분이신 하느님을 섬기는 마음과 예배의 중앙 집중화(예루살렘) 정신이 무너진 이스라엘에게 주님께서 내리신 벌이라고 해석합니다. 신명기의 기본 가르침을 따르지 않은 탓이라는 것이죠. 그 안에는 ‘하느님의 은총 → 이스라엘의 죄 →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 → 이스라엘의 죄’라는 도식이 반복됩니다.

 

여호수아기와 판관기에는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에 정착하는 과정이 서술되고, 사무엘기에는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통치를 받는 신정(神政)에서 임금이 통치하는 왕정(王政)으로 변하는 과정이 나옵니다. 열왕기에서는 왕국의 분단과 멸망 과정이 그려집니다.

 

 

Q 역대기계 역사서는 무엇인가요?

 

A 역대기계 역사서는 역대기 신학을 기초로, 아담부터 페르시아 제국에 이르는 이스라엘 역사를 저술한 책들입니다. 이 역사서는 바빌론에서 귀환한 이스라엘 백성이 페르시아 제국의 통치 아래 겪는 정체성 문제에 답을 줍니다. 즉 성전과 왕국의 재건이라는 큰 과제를 안은 채 다른 민족의 지배를 받고 사는 유다인들에게 족보를 통해 이스라엘 공동체의 순수성을 밝히고, 정치 공동체가 아닌 종교 공동체로서 예루살렘의 권위와 성전 중심의 전례를 강조합니다.

 

일반적으로 역대기계 역사서는 신명기계 역사서를 바탕으로 저술되었다고 봅니다. 신명기계 역사서의 신학을 강화하는 한편, 성전과 전례에 대한 관심을 확대했기 때문에 사제계 학자들이 저술했으리라 추정합니다. 최종 편집 시기는 기원전 300년 이후로 봅니다.

 

역대기에서는 아담부터 유배에 이르는 역사를 서술하고, 원래 히브리 정경에서 한 권으로 보는 에즈라기와 느헤미야기는 귀환과 성전 재건, 개혁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Q 후기 역사서는 무엇을 가리키나요?

 

A 후기 역사서에는 룻기, 토빗기, 유딧기, 에스테르기, 마카베오기가 있습니다. 이 성경들은 비록 역사서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마카베오기 상·하권을 제외하면 역사 서술과 유형이 다릅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보다 ‘신앙의 진리’에 대한 교훈을 주죠. 엄밀히 말하면 ‘교훈 사화’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원전 2-1세기에 저술 · 편집된 이 책들은 각기 다른 시대를 배경으로 하느님 백성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 줍니다.

 

역사서는 과거에 일어난 사건을 단지 순서대로 나열한 책이 아닙니다. 이스라엘 민족이 겪은 무수한 일 가운데 일련의 사건이 역사적 사실로 선택되어 의미가 부여되고, 민족과 신앙이란 주제 아래 뚜렷한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엮인 것이죠. “ ‘역사서’에서 이스라엘은 … 사회를 변화 · 쇄신시키는 역사적 체험들에 대한 기억에 곧장 집중하며, 또한 이 기억을 역사의 ‘의미’를 저해하는 사회적·정치적 사건 및 상황들과 비판적 · 유토피아적으로 대결시킨다. 이처럼 이스라엘의 역사신학은 야훼의 해방 행위로서의 역사와 상충되는 모든 것에 대한 저항의 한 형식이다”(《구약성경 개론》, 325쪽).

 

[성서와 함께, 2013년 3월호(통권 444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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