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첫걸음] 성경을 어떻게 읽고 기도해야 할까요? “성경은 ‘영성 생활의 순수하고도 영구적인 원천이 되는’(계시 헌장 21항) 기도와 묵상의 책으로, 하느님과 인간의 진정한 친교가 이루어지도록 돕는 도구입니다”(《성경, 사랑의 편지》, 72쪽). Q 성경을 어떻게 읽고 해석해야 할까요? A 성경 읽기는 하느님과 인간이 ‘짝지어 하는 독서’입니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시면 우리는 온순히 경청하고 삶으로 응답하는데, 대화의 주도권은 먼저 말을 건네신 하느님께 있습니다. 성경을 읽는 목적은 그것을 배우고 익혀 우리 신앙을 성장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성경이 믿는 이들의 공동체에서 탄생했기에, 우리는 공동체에서 성경을 이해할 때 올바른 믿음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당신을 계시하고 활동하시는 교회의 살아 있는 한 부분이기에 성경에서 영적 생명을 얻습니다. 교회와 분리된 성경 읽기는 임의적 해석과 주관주의에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교황 대(大) 그레고리오는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집 안에서 먹어야 할 빵입니다. 우리는 교회 안에서 거룩한 말씀이라는 양식으로 양육되기 때문입니다.” 성경 읽기에는 항상 기도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이는 하나의 행위만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삶의 전반적 태도를 말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믿음과 항상 열려 있는 단순하고 겸손한 신뢰의 태도가 필요합니다. Q 성경으로 어떻게 기도하나요? A 교회의 오래된 기도 전통 중에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가 있습니다. 성령의 빛으로 성경을 읽고 묵상하여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여정을 말합니다. 이 기도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단계가 있습니다. 먼저 겸손한 마음으로 ‘성경을 읽기 전에 바치는 기도’나 ‘성령 송가’를 바칩니다. 성령께서 비추시어 말씀을 신앙으로 알아듣게 해 달라고 자유롭게 기도해도 좋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읽기(lectio)’입니다. 말 그대로 성경을 펴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다는 생각으로 주의를 기울여 읽습니다. 본문을 존중하면서 말씀의 뜻을 발견하는 단계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묵상하기(meditatio)’입니다. 방금 읽은 성경 말씀을 곰곰이 생각하며 문맥에 유의해 전체 내용을 파악합니다. 우리의 삶과 성경 말씀을 비교하고, 말씀이 나를 어떻게 비추시는지 바라봅니다. 세 번째 단계는 ‘기도하기(oratio)’입니다. 말씀이 내 삶과 연결되고 만나는 부분, 어떤 양상으로든 내 마음을 건드린 데 대해 주님께 말씀드립니다. 기도에서 성경 말씀은 찬미와 감사, 탄원과 신뢰, 참회와 축복을 표현하는 동기가 됩니다. 마지막 단계는 ‘관상하기(contemplatio)’입니다. 관상을 의미하는 영어 contemplation을 풀면 con(함께하다), temps(시간 · 공간), plation(두다 · 있다)입니다. 즉 그 시간과 공간에 내가 함께 있는 것입니다. 읽은 말씀에 머물러 말씀이 자연스럽게 내게 배어, 내용이 나의 것이 되고 내가 그 내용이 되어 말씀과 내가 일치하는 것이 관상입니다. 잠시 눈을 감고 조용히 그분 안에 머물며 그분께 귀 기울이는 때입니다. Q 성경의 어떤 부분을 읽어야 하나요? A 성경은 계시의 전체 맥락에 따라 읽어야 하기에 어느 한 부분을 선별하여 읽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읽어야 합니다. 그래서 예수회의 저명한 영성신학자 가스페리스(Francesco Rossi de Gasperis) 신부는 ‘성경 통독(Lectio Divina Continua)’을 권합니다. 이는 성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통으로, 곧 창세기 1장 1절 “한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에서 요한 묵시록 22장 21절 “주 예수님의 은총이 모든 사람과 함께하기를 빕니다”까지 순서대로 읽는 것입니다. 이로써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구원의 역사를 깨닫게 됩니다. 이런 성경 통독에는 어떤 움직이는 특수한 힘, 즉 영적 역동성이 있습니다. 성령께서 일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빠질 수 없는 조건이 있습니다. 신앙입니다. 성경의 저자가 하느님이시라는 믿음으로 나를 투신해 성경을 읽어 갈 때 ‘말씀’이 활동하십니다. 하나 더 중요한 것은 매일 충실하게 성경을 읽는 것입니다. 꾸준히 읽고 기도하여 내 생활에 말씀이 스며드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자신과 예수님, 단둘이 하는 영적 수업이라 여기고, 원하는 만큼 여건에 맞춰 매일 읽는 것입니다. 바쁜 일상에서 어떤 계획을 꾸준히 실행하기란 쉽지 않지만, 그렇게 할 때 우리는 하느님 나라에 익숙해지고 그 나라에 뿌리내릴 수 있습니다. 렉시오 디비나든 성경 통독이든 그것이 실제 삶으로 나아갈 때 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성령의 열매를 내면에서 체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열매는 무엇이 하느님의 업적이고 본질이며, 무엇이 무익(無益)하고 악에서 오는 것인지 분별하는 능력이고, 복음의 가치에 따라 선택하고 행동하는 용기이며, 말씀에 맛들이는 기쁨과 거기서 피어나는 내적 평화입니다. “거룩한 공의회는 모든 신자 … 들이 성경을 자주 읽음으로써 ‘그리스도 예수님을 아는 지식의 지고한 가치’(필리 3,8)를 얻도록 강력하고 각별하게 권고한다. ‘성경을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이다’”(<계시 헌장> 25항). [성서와 함께, 2013년 12월호(통권 453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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