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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탈출기를 처음 읽는데요: 이제 가거라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4 조회수4,274 추천수0

[탈출기를 처음 읽는데요] 이제 가거라

 

 

여든 살의 양치기가 양 떼를 몰고 광야를 지나 어떤 산으로 갑니다. 그곳에서 그는 아주 놀라운 광경을 목격합니다. 덤불로 된 키 작은 나무(떨기나무)가 불에 타는데도 타서 없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가 나무에 가까이 다가가자 누군가 그를 부릅니다. “모세야, 모세야!”(탈출 3,4) 그는 두리번거리며 자기를 부르는 누군가를 찾지 않고, “예, 여기 있습니다”(탈출 3,4) 하고 대답합니다. 누군가가 말합니다. “나는 네 아버지의 하느님, 곧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이다”(탈출 3,6). 그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때와 장소에서 하느님을 만납니다.

 

 

미천한 양치기를 부르시는 하느님

 

탈출 2장에서 모세는 아직 하느님을 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는 레위 집안에서 태어난 히브리인이지만 어린 시절 이집트의 왕자로서 이집트인의 모든 지혜를 배웠습니다. 어른이 되어 히브리인이 억압받는 모습을 보고 이집트인을 때려죽인 뒤, 파라오를 피해 낯선 땅으로 도망쳐 사제의 딸과 혼인하였습니다. 그 뒤 오랜 세월이 지났습니다. 그는 미천한 양치기로 평범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하느님을 처음 만난 그날도 장인의 양 떼를 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불타는 떨기나무를 보고 하느님을 뵙게 됩니다. 그분이 모세를 부르신 까닭은 한 가지입니다. “내가 이제 너를 파라오에게 보낼 터이니, 내 백성 이스라엘 자손들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어라”(탈출 3,10). 그런데 이 대목에서 의문이 생깁니다. 그분은 왜 왕자가 아닌 양치기에게 당신의 구원 계획을 실현하게 하셨을까요?

 

 

고통받는 이스라엘 자손들을 당장 구해주시지 않는 분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자손들이 고역에 짓눌려 탄식하며 부르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다. 그들의 신음 소리를 듣고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과 맺으신 계약을 기억하셨습니다. 하지만 고통받는 당신의 백성을 당장 구해 주지 않으십니다. 파라오 앞에 ‘짠’ 하고 나타나 당신 백성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한순간에 옮겨 놓지 않으십니다. 그분은 아마 때를 기다리신 것이 아닐까요? 태어날 때부터 눈여겨보았던 한 사람이 당신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성숙해지기를 오랫동안 지켜보신 듯합니다. 이때다 싶을 때 그분은 떨기 한가운데에서 불꽃으로 모습을 드러내십니다.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모세가 왕자였을 때 하느님의 구원 계획은 더 쉽게 실행되지 않았을까? 일리 있는 생각입니다. 우리는 뭔가를 변화시키고 쇄신하고 개혁하고 싶을 때 그 일을 할 만한 힘(권력)과 자리를 먼저 떠올립니다. 국회의원이 되고 시장이 되고 대통령이 되어야 불의를 내치고 정의를 세울 수 있다고 여깁니다. 이른바 지도층이 될 수 없다면, 지도층과 친해지기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스라엘 자손을 이집트에서 탈출시킬 가장 쉬운 방법은, 하느님께서 왕자 모세에게 나타나 파라오로 하여금 마음을 돌려 히브리인들을 억압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하느님다운 방법일까요? 또 왕자인 모세가 그분의 말씀을 받아들여 그 계획을 실행할까요?

 

 

모세의 다섯 차례 거절과 하느님의 대응

 

사랑과 자비의 하느님께서 모세를 불러 당신의 사람으로 세우십니다. “제가 무엇이라고 감히 파라오에게 가서, 이스라엘 자손들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낼 수 있겠습니까?”(탈출 3,11)라는 모세의 말에,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탈출 3,12)고 말씀하십니다. 당신의 이름을 묻는 모세에게 그분은 “나는 있는 나다”(탈출 3,14)고 대답하십니다. 모세가 이스라엘 자손들이 자기를 믿지 않고 자기 말을 듣지도 않으면서 주님께서 자기에게 나타나셨을 리가 없다고 하면 어찌하느냐고 묻자, 그분은 지팡이가 뱀이 되고 나병에 걸린 손이 제 살로 돌아오는 능력을 주십니다. 급기야 모세는 자신이 말솜씨가 없는 사람, 입도 무디고 혀도 무딘 사람이라고 핑계를 댑니다. 그분은 “누가 사람에게 입을 주었느냐? 누가 사람을 말 못하게 하고 귀먹게 하며, 보게도 하고 눈멀게도 하느냐? 나 주님이 아니냐? 그러니 이제 가거라. 네가 말할 때 내가 너를 도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가르쳐 주겠다”(탈출 4,11-12)고 일갈하십니다. 그러나 모세도 물러서지 않습니다. “주님, 죄송합니다. 제발 주님께서 보내실 만한 이를 보내십시오”(탈출 4,13). 모세의 마지막 일격에 그분은 결정타를 날리십니다. “너의 형 아론이 있지 않느냐? 나는 그가 말을 잘하는 줄 안다. … 네가 말할 때나 그가 말할 때, 내가 너희를 도와주겠다. 너희가 무엇을 해야 할지 가르쳐 주겠다”(탈출 4,14-15). 모세와 하느님의 대화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어떻게든 모세를 통해 당신 백성을 구해 주시겠다는 그분의 지극한 사랑입니다. 마침내 떨기나무 한가운데에서 솟아오르는 불꽃이 모세에게 전해집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를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방식입니다.

 

 

우리를 사랑하시어 우리를 선택하신 분

 

신명기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주님께서 너희에게 마음을 주시고 너희를 선택하신 것은, 너희가 어느 민족보다 수가 많아서가 아니다. 사실 너희는 모든 민족들 가운데에서 수가 가장 적다. 그런데도 주님께서는 너희를 사랑하시어, 너희 조상들에게 하신 맹세를 지키시려고, 강한 손으로 너희를 이끌어 내셔서, 종살이하던 집, 이집트 임금 파라오의 손에서 너희를 구해 내셨다”(신명 7,7-8). 이 말씀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어 우리에게 마음을 주고 우리를 선택하셨다고 분명히 밝힙니다. 자유와 생명이 있는 곳 어디에서나 그분은 현존하며 우리를 돌봐 주십니다. 참으로 놀랍고 감격스러운 신비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으로 나아가는 ‘뜻밖의 여정’

 

최근 개봉한 영화 [호빗-뜻밖의 여정]에서 마법사 간달프는 중간계의 평화를 지킬 원정대의 일원으로 호빗인 빌보 배긴스를 선택합니다. 요정 갈라드리엘이 간달프에게 왜 호빗을 선택했느냐고 묻자 간달프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사루만은 강력한 힘만이 악을 물리칠 수 있다고 하지만 내 생각은 달라요. 난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이 악을 잠재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선행이나 사랑 같은….” 모세가 ‘뜻밖의 여정’을 시작하게 된 것은 그가 양치기였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소소한 일상을 사는 우리를 당신의 구원 계획으로 부르십니다. 하느님의 사랑으로 나아가는 뜻밖의 여정에 함께할 준비가 되셨습니까?

 

[성서와 함께, 2013년 2월호(통권 443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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