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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복음 속 풍습과 친해지기: 무엇을 입을까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4 조회수4,893 추천수0

[복음 속 풍습과 친해지기] 무엇을 입을까

 

 

“목숨을 부지하려고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또 몸을 보호하려고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마라. 목숨이 음식보다 소중하고 몸이 옷보다 소중하지 않으냐? 하늘의 새들을 눈여겨보아라. 그것들은 씨를 뿌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곳간에 모아들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그것들을 먹여 주신다. 너희는 그것들보다 더 귀하지 않으냐? 너희 가운데 누가 걱정한다고 해서 자기 수명을 조금이라도 늘릴 수 있느냐? 그리고 너희는 왜 옷 걱정을 하느냐? 들에 핀 나리꽃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지켜보아라. 그것들은 애쓰지도 않고 길쌈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솔로몬도 그 온갖 영화 속에서 이 꽃 하나만큼 차려입지 못하였다. 오늘 서 있다가도 내일이면 아궁이에 던져질 들풀까지 하느님께서 이처럼 입히시거든, 너희야 훨씬 더 잘 입히시지 않겠느냐?”(마태 6,25-30)

 

 

예수님 시대 사람들의 옷차림

 

유다인의 의복은 크게 속옷, 겉옷, 허리띠, 두건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무릎이나 발목까지 길게 늘어지는 통옷에 허리띠를 매고, 숄처럼 생긴 겉옷을 두르며, 두건이나 베일을 쓰고 샌들을 신는 것이 예수님 시대 사람들의 보통 옷차림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몇 안 되는 옷가지를 오랫동안 아껴 입었고, 축제 때 입는 귀한 옷은 대대로 물려 입었습니다.

 

 

직물

 

가장 흔한 직물 소재는 양털이었으며, 아마와 면도 널리 쓰였습니다. 실을 뽑고 천을 짜는 일은 대개 여자가 했는데, 부자들이 주문한 천이나 종교용품으로 쓸 천을 짜야 하는 경우에는 남자 전문가가 그 일을 맡기도 했습니다.

 

염색도 했습니다. 진홍색은 깍지벌레 알을 빻아 물들이고, 푸른색은 석류 껍질, 자주색은 뿔고둥, 노란색은 사프란 꽃의 암술머리로 염색했습니다.

 

 

속옷

 

누가 속옷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한다면 사람들은 그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데 성경에 속옷이라고 번역된 것은 오늘날의 속옷과 같지 않습니다. 성경의 속옷은 소매 없이 하반신까지 내려오는 헐렁한 통짜 옷으로 허리띠를 매게 되어 있었습니다. 집 근처에서 일할 때 흔히 그것만 입기도 하는 평상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티베리아스 호숫가에 나타나셨을 때, 베드로는 그분을 알아보고는 겉옷을 두르고 호수로 뛰어들었습니다(요한 21,4-7 참조). 그는 일을 하기 위해 겉옷을 벗고 속옷을 허리띠에 말아 넣고 있었을 것입니다. 당시 이러한 옷차림을 알몸이라 불렀기에(1사무 19,24; 이사 20,2-4 참조), 중요한 사람을 만날 때 옷매무새를 가다듬듯 주님께 가기 위해 겉옷을 둘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남자와 여자의 속옷은 기본 형태는 비슷해도 길이나 색깔이 조금 달랐습니다. 남자 옷은 무릎에 닿는 길이에 몇 가지 색깔이 있었고, 여자 옷은 길이가 발목까지 내려오며 보통 파란색이었습니다. 목 주변에 출신지나 사는 마을을 나타내는 수를 놓기도 했습니다. 부자들은 속옷을 바빌로니아 등에서 수입한 아마포나 자색 천으로(루카 16,19 참조) 만든 반면, 서민들은 대개 면으로 만들고 간혹 짐승의 털로 짠 거친 천으로 만들어 입었습니다(마르 1,6 참조).

 

예수님께서 입으셨던 솔기 없이 위에서부터 통으로 짠 속옷(요한 19,23 참조)에 대해 예수님께서 사셨던 팔레스티나 북부 지역의 갈릴래아에서는 이런 식으로 속옷을 짜는 것이 유행이었다고 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겉옷

 

낮밤의 일교차가 매우 큰 팔레스티나 지역의 필수품이던 겉옷은 주로 양털로 만들었고, 커다란 숄 모양의 네모진 천이었습니다. 서민들은 대부분 겉옷을 한 벌만 지녔으므로, 가난한 이들이 겉옷을 저당 잡혀 돈을 빌리고 갚지 못했다 해도 “이웃의 겉옷을 담보로 잡았으면, 해가 지기 전에 돌려주어야 한다”(탈출 22,25)는 율법의 보호를 받았습니다. 겉옷이 더위와 추위, 비바람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외투일 뿐 아니라 덮는 이불로도 쓰였기 때문입니다(창세 9,23; 탈출 22,26 참조). 겉옷이 그렇게 꼭 필요한 것인데도 예수님께서는 “너를 재판에 걸어 네 속옷을 가지려는 자에게는 겉옷까지 내주어라”(마태 5,40)고 말씀하시며, 더 큰 사랑으로 제자들을 초대하셨습니다.

 

유다인 남자는 율법(신명 22,12 참조)에 따라 겉옷 네 귀퉁이에 실을 꿰매어 술을 달았습니다. 이는 ‘그것을 볼 때마다, 주님의 모든 계명을 기억하여 실천하게’(민수 15,38-39 참조) 하려는 하느님의 뜻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이 율법을 잘 지키고 있음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옷자락 술을 길게 늘이고 다니는 것을 꾸짖으셨습니다(마태 23,5 참조).

 

한편 많은 병자가 예수님의 옷자락 술을 만지기만 해도, 거기서 치유의 힘이 나와 자신이 나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리고 하혈하는 부인을 비롯하여 많은 병자가 그들이 믿은 대로 예수님의 옷자락에 손을 대자 병이 나았습니다(마르 6,56; 루카 8,44 참조). 성경에는 겉옷을 찢는 행위가 종종 나오는데, 이는 애통함을 표현하기 위함이었습니다(판관 11,35; 2사무 13,19; 2열왕 6,30; 유딧 14,19; 1마카 3,47; 마태 26,65 참조).

 

“교회가 성장하는 것은 개종 강요가 아니라 매력 때문입니다”(〈복음의 기쁨〉 14항).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어둠의 행실을 벗고 빛의 갑옷을 입으라고, 곧 예수 그리스도를 입으라고 권고합니다(로마 13,12-14 참조). 그리스도인은 세례성사를 통해 그리스도라는 불멸의 옷을 입은 사람들입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216항 참조). 전교의 달, 많은 이가 말과 행동에 그리스도라는 옷을 입은 그리스도인의 매력에 이끌려 교회로 들어오기를 희망합니다.

 

[성서와 함께, 2014년 10월호(통권 463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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