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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말씀과 함께 걷는다: 호세아서 - 사랑의 예언자 호세아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4 조회수5,226 추천수0

[말씀과 함께 걷는다 – 호세아서] 사랑의 예언자 호세아

 

 

신학교에 다닐 때 한 교수 신부님이 독일의 신학자 칼 바르트에 관해 이야기해 주신 적이 있습니다. 칼 바르트는 “그리스도인은 한 손엔 성경을 들고 다른 한 손엔 신문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세상 가운데에서 하느님 말씀을 실천하고 전하는 그리스도인이라면, 하느님 말씀이 뿌려지고 싹이 터서 열매를 맺을 터전인 세상이 어떤 밭인지 알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밭에 돌이 많다면 돌을 골라내야 말씀이 쉽게 싹 틔울 수 있을 것이고, 그 밭이 너무 메마르다면 물을 줘야 할 것입니다.

 

오늘날 신문이 전하는 세상의 모습은 과연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병들어 있습니다. 염치를 모르는 탐욕과 욕망으로 인간관계가 파괴되고 자연이 훼손되어 가는데, 이를 중단시킬 장치가 사회 어디에도 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가중시킵니다.

 

저는 한 손에 들린 신문이 전하는 현실, 또는 행간에 감춰진 실상 앞에서 통탄하고 절망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 손에 들린 성경에서 그 절망감과 맞서 싸울 희망을 길어 냅니다.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은 그 뜻한 바를 이루지 않고는 결코 헛되이 돌아가지 않을 것임을 믿기 때문입니다(이사 55,10-11 참조).

 

이번 달에 제가 희망의 샘물을 끌어올리려고 찾아갈 샘터는 호세아서입니다. 호세아가 예언자로서 활동했던 시절이 우리 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호세아가 자신의 시대를 향하여 외쳤던 하느님 말씀은 분명 우리 시대에도 울림을 가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북이스라엘의 정치적 혼란기에 등장한 호세아 예언자

 

호세아는 기원전 8세기에 활동한 예언자로 북 왕국 출신입니다. 그는 북이스라엘의 임금 예로보암 2세 때부터 사마리아가 함락되기 직전까지, 곧 북 왕국이 정치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예언 활동을 했습니다.

 

이스라엘이 정치 · 경제적으로 제2의 중흥기를 맞이하던 때에 예로보암 2세의 왕좌가 그의 아들 즈카르야에게 계승됩니다. 그러나 즈카르야는 여섯 달 만에 암살됩니다. 그를 시해한 살룸이 왕위에 오르지만, 그도 권좌에 오른 지 한 달 만에 므나헴에 의해 살해됩니다. 므나헴이 왕위에 올랐을 때는 아시리아가 팽창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시기였기에 그는 해마다 은 천 탈렌트를 아시리아에 조공으로 바쳐야 했습니다. 그의 뒤를 이은 프카흐야는 통치 2년 만에 페카에 의해 살해됩니다. 페카 임금은 시리아의 르친 임금과 동맹을 맺고 아시리아의 팽창 정책을 저지해 보려 하였지만 유다의 아하즈 임금이 아시리아의 티글랏 필에세르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바람에 시리아-에프라임 동맹은 실패로 끝납니다.

 

결국 시리아는 멸망하고, 북이스라엘은 사마리아 성읍을 제외한 모든 도성을 잃게 됩니다. 그리하여 북이스라엘의 많은 유민이 아시리아로 유배됩니다. 페카 임금도 살해되는데 그를 시해한 호세아(엘라의 아들)가 북이스라엘의 마지막 임금이었습니다.

 

이처럼 북이스라엘의 정국이 혼란스러웠던 때에 예언자로 나선 호세아는 백성에게 현실을 직시하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 바라보게 합니다. 호세아는 이스라엘이 경험하는 현재의 모든 환란은 그들이 하느님을 저버리고 돌아선 때문이라고 설파합니다. 이스라엘의 성읍들이 범죄의 소굴이 되어 버린 것도, 음모와 살인이 끊어지지 않는 궁정과 외세의 잦은 침입, 우상 숭배와 그릇된 경신례가 만연된 것도 이스라엘이 하느님을 잊고 그들에게 풍요와 안전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이는 다른 신들을 찾아 나선 까닭이라고 말합니다.

 

 

하느님의 고소장과 오늘 우리의 시대

 

호세아는 이스라엘 주민들을 고발하시는 하느님의 고소장을 제시합니다. “이스라엘 자손들아 주님의 말씀을 들어라. 주님께서 이 땅의 주민들을 고소하신다. 정녕 이 땅에는 진실도 없고 신의도 없으며 하느님을 아는 예지도 없다. 저주와 속임수와 살인 도둑질과 간음이 난무하고 유혈 참극이 그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땅은 통곡하고 온주민은 생기를 잃어 간다. 들짐승과 하늘의 새들 바다의 물고기들마저 죽어 간다”(4,1-3).

 

이 고소장의 내용을 분석해 보면 그 내용이 우리 시대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땅에는 진실도 없고 신의도 없으며 하느님을 아는 예지도 없다”(4,1)는 말씀은 이스라엘과 하느님의 관계가 잘못되었음을 지적합니다.

 

4,2은 이것이 어떻게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하느님과의 관계가 잘못되면 인간관계도 파괴됩니다. 그래서 저주와 속임수와 살인, 도둑질과 간음이 난무하고 유혈 참극이 그치지 않습니다.

 

인간관계가 파괴되면 그 결과는 고스란히 자연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들짐승과 하늘의 새들 바다의 물고기들마저 죽어”(4,3)갑니다. 이 말씀에 의하면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심각한 환경 훼손 문제는 단순히 환경을 개선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인간이 하느님과 맺는 관계가 잘못되고 인간관계가 파괴되었다면, 환경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진실과 신의, 하느님을 아는 예지가 없는 이스라엘

 

이스라엘에 진실과 신의, 하느님을 아는 예지가 없다는 말씀이 지적하는 현실은 무엇일까요? 호세아는 하느님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이상적 혼인 관계에 빗대어 말합니다. 다시 말해 그는 하느님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혼인 관계의 표상을 빌어 표현한 첫 예언자입니다. 그래서 호세아는 ‘사랑의 예언자’라는 별칭으로 불립니다.

 

이상적 혼인의 3대 특징은 상호성, 항구성, 배타성입니다. 이상적 혼인에서 부부의 사랑은 한쪽 배우자의 일방적 사랑이 아니라 상호적 사랑이어야 하며, 동시에 항구한 것이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혼인 서약문에서 부부는 상대방을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성할 때나 아플 때나 일생 신의를 지키며 사랑하고 존경하겠다’고 약속합니다. 또한 부부간의 사랑은 배타적입니다. 배우자와 나누는 사랑은 오직 배우자만을 위한 것으로 다른 누구와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에게 ‘신의가 없다’는 지적은 이스라엘이 하느님과 나누어야 할 상호적 사랑에 결핍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에게 한결같은 사랑(헤세드)을 베푸신다면 이스라엘도 신의(헤세드)로 그 사랑에 응답해야 할 터인데, 이스라엘은 하느님께 그 신의를 드리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사랑은 변덕스럽기까지 합니다. 이스라엘에 ‘진리가 없다’는 말은 이스라엘이 하느님께 드리는 사랑이 항구하지 못함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진리로 번역된 히브리어 ‘에메트’는 항구함과 굳건함을 의미합니다.

 

이스라엘은 또한 ‘하느님을 아는 예지’가 없습니다. 히브리어에서 ‘안다’는 것은 남녀가 성적으로 결합하여 서로를 깊이 나눔으로써 얻게 되는 상호 이해를 내포하는 것으로, 이러한 앎은 배타성을 요구합니다. 다른 누구와도 이런 동일한 깊이의 앎을 갖지 않을 것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하느님만 배타적으로 사랑하지 않습니다. 이를 두고 호세아는 하느님을 아는 예지가 없다고 말합니다.

 

이스라엘은 하느님과의 신의를 깨트리고, 그분이 베풀어 주신 은혜를 망각한 채 달콤한 환상으로 유혹하는 거짓 신들을 찾아 헤맵니다. 그들이 하느님과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삶의 본질과도 멀어집니다. 그들이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망각하게 됩니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낳는데, 자신에 대한 왜곡된 이해는 왜곡된 관계 맺음을 낳기 마련입니다. 이것이 호세아의 시대와 우리의 시대에 마주 보게 되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호세아는 하느님께 돌아오라고 간절하게 호소합니다. 하느님밖에는 다른 구원자가 없다고 말합니다.

 

호세아는 이스라엘이 멸망해 가는 것을 차마 두고 보지 못하시는 하느님께서 파견하신 사자로서 이스라엘이 망각한 하느님의 사랑을 놀라운 방법으로 일깨우게 될 것입니다. 호세아가 전하는 그 사랑에 귀기울이고 감격하여 하느님께 돌아가기 위해 다음 달에도 호세아의 샘터로 물을 길으러 가겠습니다.

 

* 김영선 수녀는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소속으로, 미국 보스톤 칼리지에서 구약성경을 공부하였으며 현재 가톨릭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성서와 함께, 2015년 5월호(통권 470호), 김영선 루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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