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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말씀과 함께 걷는다: 오바드야서 - 에돔의 멸망을 예언한 예언자 오바드야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4 조회수6,102 추천수0

[말씀과 함께 걷는다 – 오바드야서] 에돔의 멸망을 예언한 예언자 오바드야

 

 

예언서를 읽을 때 가장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 중 하나는 이민족들에 대한 심판 선언일 것입니다. 이스라엘을 둘러싸고 있는 나라들이 모두 멸망하리라는 선언은 마음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내용이 아닙니다.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과연 이스라엘만을 편애하는 하느님이신가요? 다른 나라, 다른 민족들의 존재는 안중에도 두지 않는 분이신가요? 이런 의문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오바드야 예언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구약성경에서 가장 짧은 책인 오바드야 예언서는 에돔이라는 나라의 멸망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온 세상에 미치는 하느님의 주권

 

오바드야 예언서의 구체적인 내용에 들어가기 전에, 예언서에 나오는 이민족들에 대한 심판 선언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은가 하는 질문부터 먼저 다루어 보겠습니다. 이 질문은 원수에게 잔인한 복수를 해달라며 청원하고 있는 여러 시편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시편 58은 자기 원수 입 안의 이를 부수어 달라고, 원수가 녹아내리는 달팽이처럼, 유산된 태아처럼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다른 민족이 모두 멸망하리라는 예언자의 예언이나 원수들을 모두 죽여 달라는 시편 시인의 청원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만약 성경 저자와 반대편 입장에 있는 사람이나 민족들이 이런 말씀을 듣는다면, 그런 것이 성경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또 다른 질문을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우선, 이민족들의 멸망을 선언하는 예언 신탁의 청중은 누구였을까요? 예언자는 그 말씀을 원수가 듣도록 발설했을까요? 예를 들어, 오바드야 예언자가 에돔이 멸망하리라는 신탁을 에돔인들 앞에서 선포했을까요? 아니면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선포했을까요? 원수를 망하게 해 달라는 시편 저자의 청원은 원수를 향한 것이었을까요? 또는 하느님을 향한 것이었을까요?

 

예언자의 심판 신탁이나 시편 저자의 간절한 청원은 원래 원수를 향하여 발설된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청중을 대상으로 선포된 것입니다. 성경의 원래 저자들은 성경이 오늘날처럼 온 세계의 모든 민족이 읽는 책이 되리라고 상상도 못했을 것입니다. 성경은 본래 이스라엘 민족을 위해 쓰였고, 이스라엘 청중을 향하여 선포된 것이었습니다.

 

이민족들에 대한 예언자의 심판 선언이 이스라엘 사람들을 위해 선포된 것이라면, 이런 신탁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요? 이런 신탁은 어떤 효과를 꾀하고자 선포되었을까요? 이 심판 신탁을 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은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요? 아마도 그들은 하느님의 주권이 이스라엘에만 국한되지 않고 온 세상에 미치고 있음을 깨달았을 것입니다. 비록 그들이 처한 현실에서 확인하기는 어려웠을지라도 하느님의 정의가 분명하게 활동하고 계심을 확신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들을 괴롭힌 원수들을 하느님께서 응징하시리라는 신탁은 분명히 그들에게 커다란 위안을 안겨 주었을 것이며, 하느님의 다스리심에 대한 지속적인 희망을 품을 수 있게 해 주었을 것입니다.

 

 

에돔의 죄악

 

이민족들에 대한 심판 신탁이 지닌 이런 효과를 염두에 두고 오바드야 예언서를 읽어 보겠습니다. 본문의 내용을 통하여 오바드야 예언자가 에돔에 대한 심판 신탁을 발설하게 된 배경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본문에는 “이민족들이 야곱의 재산을 끌어가고 낯선 자들이 그의 대문으로 쳐들어가 예루살렘을 두고 제비를 뽑던 그날”(11절), “그 재난의 날”(12절), “내 백성의 재앙의 날”(13절)과 같은 표현이 등장합니다. 이 표현들은 모두 기원전 587년 바빌로니아 제국의 군대에 의해 예루살렘이 파괴되던 때를 나타냅니다. 그런데 오바드야 예언자가 고발하는 에돔의 죄악은 에돔이 예루살렘의 멸망을 기뻐하며, 형제 국가로서 유다를 돕기는커녕 불행을 겪는 유다를 약탈한 일입니다(12-14절 참조).

 

에돔인들은 네부카드네자르의 군대가 예루살렘을 공격할 때 바빌로니아와 협력하였을 뿐만 아니라, 유다의 그달야 총독이 암살된 후 바빌로니아인들이 유다 지방에 대해 특별한 군사적, 행정적 조치를 하지 않고 방치했던 시기에 유다 남부의 네겝 지방으로 이주하여 헤브론과 벳 추르 사이에 정착하였습니다.

 

에돔은 야곱의 쌍둥이 형제 에사우의 후손들이 사는 나라로서, 다윗과 솔로몬 임금이 다스리던 기원전 10세기에 유다의 속국이었습니다. 유다의 여호람 임금 때에 에돔은 유다로부터 독립하였습니다(2열왕 8,20 참조).

 

원래 유다의 속국이던 나라가, 유다와 형제 관계에 있던 나라가 예루살렘이 멸망할 때 원수의 편에 섰다는 사실은 이스라엘에게 잊을 수 없는 수치이자 모욕으로 기억되었습니다. 그래서 에돔에 대한 원한과 심판 선언은 오바드야 예언서뿐만 아니라 다른 곳(시편 137,7; 이사 34,5-7; 63,1-6; 예레 49,7-22; 애가 4,21; 에제 25,12-14; 요엘 4,19; 아모 1,11-12; 말라 1,2-5)에서도 나타납니다. 시편 137의 저자는 에돔의 죄를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 에돔의 자손들을 거슬러 예루살렘의 그날을 생각하소서. 저들은 말하였습니다. ‘허물어라, 허물어라, 그 밑바닥까지!’”(시편 137,7)

 

 

역사에서 사라진 에돔

 

오바드야 예언자는 에돔이 자신의 안전과 지혜를 믿고 교만해 있지만 멸망의 운명을 피하지 못하리라고 선언합니다. 에돔은 대부분이 산악 지대이고 쉽게 방어할 수 있는 동굴이 많아 안전할 것으로 믿고 교만해 있지만, 주님의 날이 오면 에돔은 그 행실대로 보복을 받게 될 것입니다(15절 참조). 주님의 정의가 이루어지는 그날이 오면, 주님의 정의가 세상의 민족들을 제 행실대로 심판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 환난을 피한 이들을 통하여 이스라엘은 재건되고, 유배 갔던 이들이 돌아와 에돔이 살던 땅까지 차지하며 살게 되리라고 예언자는 선포합니다.

 

예언자가 말한 대로 에돔은 현재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기원전 300년경 아랍에서 올라온 나바테아인들이 에돔 지역을 차지하고 왕국을 세웠는데, 그들의 수도가 유명한 페트라입니다. 에돔인들이 유다의 네겝 지역으로 이주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가 나바테아인들의 압력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유배 이후 시대에 유다의 네겝 지역이 이두메아로 불리게 된 것은 에돔인들이 그곳에 정착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두메아 지역은 기원전 2세기의 마카베오 전쟁 당시 유다에 병합됩니다. 기원전 130년경에 요한 히르카노스는 이두메아인들에게 강제로 할례를 시켜 유다교로 개종시킵니다. 헤로데 대왕은 바로 이곳 이두메아 출신입니다. 에돔 지역을 차지했던 나바테아 왕국은 기원후 106년에 로마제국에 병합됩니다. 이렇게 하여 에돔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에돔이라는 한 나라가 오바드야의 예언 때문에 멸망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에돔에 대한 오바드야의 심판 신탁은 하느님의 정의가 반드시 이루어질 것임을 선포한 것이었고, 역사는 하느님의 정의가 이루어졌음을 보여 준 것입니다. 세상의 어떤 악도 영원하지 못합니다. 예언자의 말을 믿고 기억한다면 우리 또한 우리를 둘러싼 악에 굴복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오바드야 예언자는 오늘 우리 곁에서 다시 한 번 선포할 것입니다. 에돔으로 표상되는 악은 반드시 멸망할 것이라고!

 

* 김영선 수녀는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소속으로, 미국 보스톤 칼리지에서 구약성경을 공부하였으며 현재 가톨릭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성서와 함께, 2015년 11월호(통권 476호), 김영선 루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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