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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성경과 그리스도교 문화: 성경의 통합적 해석을 시도한 안티오키아 학파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4 조회수6,241 추천수0

[성경과 그리스도교 문화] 성경의 통합적 해석을 시도한 안티오키아 학파

 

 

우의적 해석에 대한 비판

 

신플라톤주의에 바탕을 둔 오리게네스의 우의적 해석(allegoria)은 그리스도교의 성경 해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렇지만 모두가 그의 해석을 기계적으로 따른 것은 아니었다. 신플라톤주의 전통에 속하면서도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지니고 있던 포르피리오스(Porphyrios, 232?-305?년)는 그리스도인, 특히 오리게네스가 성경을 알레고리로 해석하는 것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교도 지식인이었던 그는 호메로스의 작품과 신화를 알레고리로 해석할 경우 임의성과 자의성에 빠질 수 있다는 문제점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를 그리스도교 비판에 적용했다.

 

포르피리오스의 비판은 동방 그리스도교의 지식층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산더러 ‘여기서 저기로 옮겨 가라.’ 하더라도 그대로 옮겨 갈 것이다”(마태 17,20)에서 오리게네스가 산을 사탄으로 해석한 내용은 후대 학자들에 의해 거부되었다. 그들은 알레고리 해석이 독자의 귀를 현혹시키고 남모르게 본문의 의미를 혼란시키며, 어려운 구절들을 탐구하려 하지 않고 해석하기 쉬운 도피 수단을 찾는다는 포르피리오스의 견해에 공감했다. 알렉산드리아 학파의 지나친 알레고리 해석을 가장 신랄하게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한 쪽은 안티오키아 학파였다.

 

 

안티오키아 학파의 문자적 · 역사적 의미 강조

 

시리아의 수도 안티오키아는 이미 사도 시대에 바오로와 바르나바 등의 활동에 힘입어 다른 민족 선교의 근거지가 되었다. 이 대도시 공동체는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매우 활기찬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이루었다. 니케아 공의회의 법규(6조)에 따르면, 안티오키아는 로마 제국의 서방과 이집트 지역을 대표하던 로마와 알렉산드리아와 같이 동방 지역에서 수석 대주교좌가 지니는 교회의 우위적 위치를 인정받고 있었다. 그 중요성만큼 대주교의 임명도 민감한 사항이었다. 니케아 공의회 이후 신앙고백에 대한 차이 때문에 분열이 심해질 정도로 다양한 신학 이론이 열띤 경쟁을 벌이던 곳이었다.

 

그곳에서 성장한 안티오키아 학파는 알레고리 해석을 강조하는 알렉산드리아 학파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우선 신플라톤주의 영향이 지배적이던 알렉산드리아 학파에 비해, 안티오키아 학파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지닌 현실 세계에 대한 관심과 논리학적 명확성 등이 그들의 사상에 녹아 들어가 있었다.

 

안티오키아 학파의 시작은 명확하지 않지만, 주석 방법과 신학은 타르수스의 디오도루스(Diodorus, 344?-394?년)에 이르러 체계가 잡혔다. 그의 제자들이 활기차게 활동한 결과 4-5세기에 전성기를 이루었다. 디오도루스는 호메로스의 작품을 주해하는 ‘역사적 · 문헌학적 방법’으로 본문의 ‘문자적·역사적 의미’를 해석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디오도루스는 알레고리 해석 방법과 대조되는 ‘테오리아(Theoria)’를 성경 해석의 방법으로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알레고리는 성경 본문에 숨어 있는 더 깊은 의미를 위해 그 문자적 의미를 약화시키고 자의적으로 해석할 위험을 지니는 반면, 테오리아는 자구를 약화시키거나 삭제하지 않고 그 자구가 품은 더 깊은 수준의 의미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안티오키아 학파는 ‘테오리아’를 활용하기 위해 당시 이교 사회에서 즐겨쓰던 비판적 해석 방법을 도입, 칠십인역 본문의 비판본을 만들어 정확한 문자적 의미를 확증하려 노력했다. 또 자의적 알레고리 해석을 피하기 위해 역사 안에서 이루어지는 하느님의 구원 계획을 성경 해석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은 구원사 전체와 하느님의 구원 계획의 일치라는 공통되는 실제성의 두 부분을 이루기 때문에 우선 역사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더구나 역사적 실재는 장래의 구원 사건에 대한 암시(예형론)를 내포할 수 있기에 역사적 의미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디오도루스, 〈시편 주석서〉 118 서론).

 

예를 들어 자기 아들 이사악을 희생 제물로 바친 아브라함, 구리 뱀을 (기둥에) 달아 놓은 모세, 아말렉족을 쳐부수기 위하여 양팔을 든 모세, 파스카 어린양을 희생 제물로 바치는 모세 등의 역사적 실재를 제대로 이해할 때, 신약성경에서 드러나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희생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안티오키아 학파는 성경 해석이 독자의 개별적 성향에 의해 좌우되지 않도록 기준이 되는 엄격한 규칙을 발전시켜 나갔다.

 

 

성경 해석의 균형을 잡기 위한 노력

 

커져 가는 알레고리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안티오키아 학파의 일부 학자들은 가능한 문자적 해석만으로 성경을 해석하려 했다. 예를 들어 몹수에스티아의 테오도루스(Theodorus, 350-428년)는 철저한 문자주의자로서 ‘아가’에 나오는 신랑과 신부를 그리스도와 교회로 보는 전통적 해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아가’를 세속적이고 육체적 사랑의 노래로 해석했기 때문에 이 책의 경전성마저 거부하고 말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자(키루스의 테오도레투스 등)는 테오도루스와 극단적 주장을 비판하면서 전통적 그리스도론·교회론적 의미를 인정하고 알렉산드리아 학파의 알레고리 해석을 받아들였다. 그들은 자신이 속한 학파나 특정한 방법론에 얽매이지 않고 본문 내용과 난이도에 따라 성경을 해석하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전통적 해석에서는 창세 49장에 나오는 야곱의 축복 전체를 예형론적으로 이해했다. 반면에 안티오키아 학파는 야곱이 열두 족장인 아들들에게 행한 말은 족장들에게 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이름을 딴 부족들의 역사와 관련된다고 이해했다. “유다에게 조공을 바치고 민족들이 그에게 순종할 때까지 왕홀이 유다에게서, 지휘봉이 그의 다리 사이에서 떠나지 않으리라”(창세 49,10)와 같은 구절을 해석할 때는 예외적으로 예형론을 받아들였다. 즉 이미 유다인들이 야곱의 축복을 메시아에 관한 예언으로 이해했듯이, 이 구절이 그리스도를 직접 예언한 것으로 해석했다.

 

또 시편을 해석할 때에도 전체 시편을 지나치게 알레고리로 과장해서 해석하려는 것은 피했지만, 시편 2, 8, 44, 109 등을 그리스도론으로 해석하는 데는 망설이지 않았다. 주목할 것은 문자적 주석만 중시하는 안티오키아 학파가 영적 해석을 중시하는 알렉산드리아 학파와 스스로를 뚜렷하게 구분짓던 기존의 견해와 달리, 알레고리적 해석과 예형론적 해석을 근본적으로 거부하지 않으면서 문자적 해석을 중시했다는 점이다.

 

안티오키아 학파가 발전시킨 성경 해석 방법의 변화를 살펴보면서 현대의 성경 해석학의 경향도 되돌아보게 된다. 근대 이후의 변화만 보더라도 원전비평, 전승비평, 역사비평, 구조주의 등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다가 최근에 다시 전통 방식인 ‘거룩한 독서(Lectio Divina)’ 등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알레고리적 해석이나 문자적 해석이 성경에 담긴 모든 진리를 완전히 밝혀낼 수 없던 것처럼, 오늘날의 해석 방식도 한계를 지니며 성경의 ‘한’ 면을 밝혀내기에 적절할 뿐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결코 한두 가지 성경 해석 방법론을 절대시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각 개인의 해석에는 주관적 취향까지 덧붙여져 더 큰 오류에 빠질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기도하며 성경을 읽음으로써 우리에게 들려오는 ‘하느님의 말씀’을 열린 마음으로 경청해야 한다. 이렇게 이해한 말씀을 다양한 해석 방법론으로 검증하여 자신과 집단의 편견이 투영된 우상을 제거하고 진정으로 ‘살아 계신 하느님’을 만나야 한다.

 

* 박승찬 님은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와 가톨릭대학교 신학부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교 신학부에서 석사 ·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공 분야는 중세철학이며, 현재 가톨릭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있다.

 

[성서와 함께, 2015년 8월호(통권 473호), 박승찬 엘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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