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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요한 묵시록 바르게 읽기1: 보는 책 요한 묵시록을 시작하며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5 조회수7,301 추천수0

[요한 묵시록 바르게 읽기] ‘보는 책’ 요한 묵시록을 시작하며

 

 

성경의 마지막 책인 요한 묵시록은 흔히 ‘이해하기 어려운’ 책으로 불립니다.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성경의 책들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내용을 전달해 주기 때문입니다. ‘환시’라는 새로운 형태를 통해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1,1)를 전달하는 요한 묵시록은 환시를 묘사하기 위해 많은 상징을 사용합니다. 초월적 현실에 대한 계시는 인간의 언어로 모든 것을 정확하게 담아내기 어렵기에 마치 그림처럼 저자가 본 것을 비유적 언어로 설명합니다. 하지만 상징은 당시의 문화 배경에서 생겨난 것이므로 시·공간이 떨어진 다른 문화권에서는 의미가 모호하거나 다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요한 묵시록은 어려운 책으로 생각됩니다.

 

이런 까닭에 요한 묵시록을 지난 역사에서,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현재를 해석하거나 미래에 대한 예언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일부 상징은 현시대를 해독하는 열쇠로 여겨지고, 숫자와 함께 나타나는 다양한 표현은 어떤 사람이나 사건을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하지만 요한 묵시록은 다가올 미래를 예견하거나, 종말의 시기를 점치기 위해 쓰인 책이 아닙니다.

 

 

요한 묵시록의 상징

 

요한 묵시록의 다양한 상징은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요한 묵시록이 사용하는 상징을 낱낱이 나열하기는 쉽지 않지만 분류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천체나 자연에 관련한 상징입니다. 하늘, 별, 천둥과 번개 같은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하늘은 원래 이 용어가 갖는 의미 곧 창조 때에 만들어진 궁창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요한 묵시록에서는 하느님의 초월(성)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자주 사용됩니다. 구약성경에서도 찾을 수 있는 구름과 연기는 하느님의 현존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쓰입니다.

 

둘째, 동물과 관련한 상징입니다. 동물은 거의 대부분 상징의 의미를 갖습니다. 가령 어린양은 예수 그리스도, 용은 악의 세력, 독수리는 메시지를 전하는 전령으로 등장합니다. 상징으로 사용된 동물 대부분은 의인화(擬人化)하여 사람처럼 행동합니다. 요한 묵시록에 등장하는 동물 중에 원래 의미로 쓰인 것은 “들짐승”(6,8), “전갈”(9,5), “사자”(10,3) 정도입니다.

 

셋째, 인간과 관련한 다양한 상징입니다. 요한 묵시록에는 인간의 행동이나 모습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습니다. 남자와 여자, 혼인, 출산, 노동, 상행위 등 인간의 행위와 이마, 얼굴, 머리카락, 손과 발 등 인간의 모습을 묘사하여 환시를 생생하게 전합니다. 특히 인간과 관련된 ‘옷’은 요한 묵시록에서 정체성을 나타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넷째, 색에 관한 상징입니다. 다양하게 나타나는 색채에서 독자는 요한 묵시록이 ‘읽는 책’이 아니라 ‘보는 책’임을 깨닫습니다. ‘붉다’는 표현은 일반적으로 피와 관련되며, 흰색은 하느님의 초월을 나타내는 데 사용합니다.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숫자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13,18의 “육백육십육(666)”이 대표적 예입니다. 이 숫자는 당시의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던 방법과 관련이 있는데, 알파벳이 가진 고유한 값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666은 네로 황제의 이름(Neron Cesar)의 각 철자가 지닌 고유한 값을 더한 형태입니다.

 

요한 묵시록은 숫자를 통한 상징을 많이 사용합니다. 우선 7은 완전함이나 전체를 의미하는데 하느님의 세상 창조에서 비롯된 이해입니다. 일곱 봉인과 일곱 나팔, 일곱 대접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요한 묵시록 저자는 이 숫자를 이용해서 자신의 책을 구성합니다. 7의 반에 해당하는 3½은 불완전함이나 전체에 반대되는 부분을 나타낼 때 사용합니다. “마흔두 달”(11,2)이나 “천이백육십 일”(11,3)은 모두 삼 년 반을 의미하고, 불완전한 곧 일시적 사건을 나타내는 데 쓰입니다.

 

자주 등장하는 또 다른 숫자는 ‘12’입니다. 열둘은 이스라엘의 열두 부족이나 예수님의 열두 제자를 가리키며 전체를 완성한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하느님께 선택된 이들을 나타내는 “십사만 사천 명”(7,4) 역시 12의 배수(12×12×1000)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3’은 하느님과 관련된 것에 사용됩니다. 고대 사람들은 시·공간과 관련하여 ‘과거-현재-미래’나 ‘하늘-땅-바다’처럼 세 부분으로 전체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했고, 이것을 나타내는 3은 신과 관련된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지금도 계시고 전에도 계셨으며 또 앞으로도 오실”(1,4.8)분이나 “나는 알파이며 오메가이고 처음이며 마지막이고 시작이며 마침이다”(22,13) 등은 하느님이나 그리스도에게 사용됩니다.

 

반면에 ‘4’는 지상을 나타내는 숫자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 땅은 네 개의 방위 곧 동서남북으로 표시되고, 이것을 통해 숫자 4는 지상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사용됩니다. “모든 종족과 언어와 백성과 민족 가운데에서”(5,9)라는 표현은 4와 관련되어 ‘세상의 모든 사람’을 의미합니다.

 

 

상징에 대한 이해

 

물론 지금까지 본 상징처럼 하나의 표현이 지시하거나 상징하는 것이 있지만, 그것에만 관심을 두는 것은 요한 묵시록을 오해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개별 상징과 함께 요한 묵시록의 전체 맥락에서 상징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요한 묵시록에 많이 쓰인 상징적 표현은 대부분 구약성경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요한 묵시록은 자신의 환시를 잘 표현하기 위해 구약성경과 유다교에서 사용하던 상징을 이용하지만, 전혀 새로운 환시를 우리에게 전해 줍니다. 개별 표현은 낯설지 않지만 그 표현이 모여 이루어진 환시를 성경에서 찾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요한 묵시록이 전하는 환시의 특징을 ‘모자이크식 환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요한 묵시록은 계시의 내용이나 신학을 논리적 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환시로 마치 그림처럼 우리에게 전해 줍니다. ‘회화적’이라고 할 요한 묵시록의 특징은 다른 신약성경의 책에서 접하지 못한 것이기에 난해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글을 통해 그림을 보듯 환시에 접근한다면 요한 묵시록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 허규 신부는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1999년 사제품을 받았다.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수학하였으며, 현재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에서 신약성경을 가르치고 있다.

 

[성서와 함께, 2015년 1월호(통권 466호), 허규 베네딕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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