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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요한 묵시록 바르게 읽기11: 일곱 나팔 (2) 작은 두루마리와 두 증인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5 조회수6,900 추천수0

[요한 묵시록 바르게 읽기] 일곱 나팔 (2) 작은 두루마리와 두 증인

 

 

천사와 작은 두루마리

 

일곱 봉인의 환시처럼 일곱 나팔에 대한 환시에서도 역시 여섯째 나팔 이후에 성격이 다른 하나의 환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환시는 ‘작은 두루마리와 두 증인’에 대한 것입니다. 묵시 10장은 천사에 대한 소개와 함께 시작됩니다. “큰 능력을 지닌 천사”(10,1)라는 표현에서 우리는 가브리엘 대천사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히브리어에서 이 천사의 이름은 능력이나 힘, 또는 강함을 나타냅니다. 비록 본문에 명시적으로 가브리엘이라는 이름은 표현되지 않지만 “큰 능력”이라는 표현이 가브리엘 천사를 나타내는 은유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표현에 맞게 이 천사는 거대한 모습으로 소개됩니다. “오른발로는 바다를 디디고 왼발로는 땅을 디디고”(10,2) 서 있다는 표현은, 이 천사의 능력이 지상 전체에 미치고 있음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탈출 20,4.11; 시편 69,35 참조). 이 천사의 소리가 사자가 포효하듯 컸다는 것은 두려운 존재를 나타내는 표현이었음을 구약성경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호세 11,10; 아모 1,2; 3,8 참조).

 

능력의 천사와 일곱 천둥의 외침을 기록하려던 저자는 하늘에서 들리는 소리를 듣습니다. 일곱 천둥은 시편 29,3-9에 나오는 일곱 번에 걸쳐 표현된 하느님의 천둥과 같은 목소리를 그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곱 천둥으로부터 들려온 것은 봉인해 두어야 한다는 표현에서 이것이 요한 묵시록을 구성해 나가는 일곱 봉인, 일곱 나팔, 일곱 대접의 환시와 관련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묵시 10,5-8은 작은 두루마리와 관련된 것으로 이 환시의 중심을 이룹니다. 능력의 천사가 맹세하기 위해 손을 쳐든다는 표현(다니 12,7 참조)이나 그 대상이 하늘과 땅과 바다의 모든 것을 만드신 창조주라는 표현(창세 14,22 참조)은 구약성경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천사의 맹세는 종말에 관련된 것으로, 종말 때에 하느님의 신비가 완전히 이루어진다고 표현됩니다. 세 번에 걸쳐 저자에게 주어지는 하느님의 말씀은 10장을 이끌어가는 기능을 갖습니다(10,4.8.11 참조). 그리고 지금까지 일어난 사건들에 이어서 종말의 사건들이 완성을 향해 계속 진행될 것임을 나타냅니다.

 

10장에 나오는 ‘작은 두루마리’는 5장의 어린양에 대한 환시에서 언급된 일곱 번 봉인된 두루마리와는 구분됩니다. 일곱 번 봉인된 두루마리가 요한 묵시록 전체를 이끌어가는 것이라면, 여기에서 표현된 작은 두루마리는 앞으로 나올 ‘두 증인’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두루마리가 꿀처럼 달다는 것은 앞으로 전해질 두 증인에 대한 환시가 믿는 이들에게 위로와 힘을 주는 것임을 표현하고(10,9-10 참조), 동시에 배가 쓰렸다는 것은 그 내용이 여전히 믿는 이들에게 고난이 주어질 것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10,7-10).

 

 

두 증인

 

이어지는 환시는 두 증인에 관한 것입니다. 두 증인의 환시를 시작하는 것은 성전에 대한 언급입니다. 이 언급의 바탕에 깔린 역사적 배경은 로마가 예루살렘을 점거했던 유다 전쟁(66-70년)입니다. 여기서 성전과 제단, 그리고 성전 바깥뜰을 구분하는 것은 구원받을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성전 안에서 예배하는 이들의 수를 세어라’(11,1 참조)는 명령은, 믿음을 가진 이들이 구원받을 것임을 나타냅니다. 성전이 침탈당할 것이라는 기간을 나타내는 마흔두 달과 증인들이 예언하는 천이백육십 일(11,2-3 참조)은 모두 3년 반이라는 동일한 기간으로, 이 기간은 일시적인, 지나갈 것임을 나타내는 상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 증인에 대한 표상은 즈카 4,2-14에 나오는 ‘성별된 두 사람’에서 찾을 수 있고, 그들을 올리브 나무와 등잔대에 비유하는 것 역시 즈카르야 예언서와 비슷합니다. 이들의 권한과 능력에 대해 설명하는 묵시 11,5-6은 엘리야 예언자가 하늘에서 불을 내려 반대자를 삼켜 버렸다는 것(2열왕 1,10.12 참조), 또 그가 예언하는 동안 하늘이 닫혀 비가 내리지 않았다는 것(1열왕 17,1 참조)을 기억하게 합니다. 그다음에 표현되는 ‘물을 피로 변하게 하고, 원할 때마다 온갖 재앙으로 땅을 칠 권한’(11,6 참조)을 가졌다는 것은 명확하게 모세와 관련된 업적입니다. 이러한 내용을 통해 강조하는 것은 이 두 증인이 모세나 엘리야와 같다기보다, 그들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능력으로 반대자들과 맞서 하느님을 증언한 것처럼, 두 예언자 역시 그들의 권한과 능력으로 그리스도를 증언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구약의 가장 큰 예언자 두 명을 통해 당신의 구원 역사를 이끄신 것처럼, 이제 그리스도를 통해 구약에서 시작된 이 구원 역사를 완성으로 이끌어가신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11,8에 언급된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을 묘사한 데에서 더욱 뚜렷해집니다.

 

묵시 11장 전체에서 저자는 믿는 이들이 하느님의 보호를 받을 것이며, 반대자들의 박해로 죽음을 맞더라도 그것이 끝이 아니고, 그리스도께서 승리하신 것처럼 하느님을 증언하는 이들 역시 부활과 승천의 영광에 참여하게 되리라는 것을 두 예언자의 환시를 통해 보여 줍니다. 결국 두 증인에 대한 환시는 묵시 7장에서 살펴본 바 있는 ‘선택된 이들’의 환시와 같은 기능을 갖습니다. 재앙에 대한 환시가 지속되는 가운데 있는 이 환시는 구원을 약속하고 있기에 앞의 내용과 성격이 전혀 다른데, 곧 믿는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기 위한 것입니다.

 

일곱째 나팔에 대한 환시는 일곱째 봉인처럼 새로운 재앙을 묘사하지 않고 이전에 언급된 나팔로 말미암은 재앙에 대한 응답으로 표현됩니다. 이제 재앙을 통해 점진적으로 진행되던 종말의 과정이 완성될 때가 되었음을, 결정적인 마지막 때가 되었음을 선포합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으로 주어질 재앙, 곧 일곱 대접에 대한 환시를 준비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느님의 진노는 믿는 이들에게는 상으로, 반면에 하느님을 반대하는 이들에게는 파멸을 가져오는 것으로, 심판의 이미지 안에서 표현됩니다. 앞으로 하느님의 진노는 일곱 대접에 대한 환시(15-16장)에서, 반대자들의 파멸에 대해서는 17-18장에서 구체적으로 다룹니다.

 

* 허규 신부는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1999년 사제품을 받았다.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수학하였으며, 현재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에서 신약성경을 가르치고 있다.

 

[성서와 함께, 2015년 11월호(통권 476호), 허규 베네딕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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